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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100층이 넘는 고층 건물이 열풍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100층이 넘는 건물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가 지금 예정하고 있는 건물들이 다 세워지게 되면 몇 년 안에 100층 자리 건물을 10개나 소유한 초고층건물 1등 국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도시개발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초고층 건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초고층 건물들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초고층 건물의 원조는 102층에 449미터의 높이로 1931년에 세워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입니다. 세계 최초로 100층을 돌파한 마천루로서 오랫동안 뉴욕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었습니다. 그 후, 약 40년이 흘러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Sears Tower)가 새로운 초고층 건물로 등극합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초고층빌딩의 바람이 아시아로 불어옵니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도국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기저기 초고층 건물들이 생겨났는데요. 중국 상하이의 진마오 타워, 홍콩의 파이낸스 센터,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등이 건설되었고, 2004년에 완공된 타이베이 101 타워가 높이 508미터로서 현존 최고 건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초고층 빌딩 경쟁의 주도권은 중동으로 넘어갑니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국가들이 대규모의 도시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 빌딩이 타이베이 101 빌딩의 높이를 추월했으며 2009년에 완공되면 162층에 807미터로서 최고층 빌딩에 등극할 전망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설이 붐인데요. 인천타워, 부산 수영만 타워 등이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으로 건립될 예정입니다.
왜 전 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 붐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현상은 도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세계 인구 중 도시인구 비중은 1900년에는 14%에 불과했으나 2000년 47%, 201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위 "Urban Century"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인구 1,000만 이상의 메가시티는 2000년에는 18개였으나 2010년 22개로 늘어날 것이며,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한정된 도시의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압력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 결과 건물의 초고층화를 통한 고밀압축도시인 콤팩트 시티가 주목받게 됩니다. 오피스와 호텔, 백화점, 대규모 위락시설, 주거시설 등 다양한 도시기능이 연계, 복합되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소도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콤팩트 시티입니다. 2015년 이후에는 1,0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등장하여 인구 10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콤팩트 시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정도면 건물 하나의 수용력이 일반적인 중소도시와 맞먹는 규모인데요. 실제로 상하이는 인구 3천만 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바이오닉 타워’라는 높이 1,200미터, 300층의 초고층 빌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각 도시들이 초고층 빌딩 경쟁에 가세하는 이유는 해당 도시의 경쟁력 제고에 있습니다. 세계 최고, 세계 최초라는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뛰어드는 것이지요. 실제로 버즈 두바이 빌딩은 경쟁 건물을 의식해서 완공 시 정확하게 높이가 몇 미터가 될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초고층 빌딩은 그 기능보다는 세계 최고라는 명성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싱징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그러했듯이 버즈 두바이 빌딩은 당분간 두바이의 도시 경쟁력의 상징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이러한 도시의 명성이 투자와 관광객 유치라는 성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지요. 또한, 초고층 빌딩은 기능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고층으로 건축 시 토지 면적은 적게 차지하면서도 오픈 스페이스(녹지)를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면접촉이 중요한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분야에서 동일 건물 내 수직적으로 이동시 접촉의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네트워크 형성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비와 건물의 공실률이 높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마천루 경쟁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계속되는 도시화 추세로 볼 때 초고층 빌딩 개발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도시 마케팅 관점에서 초고층 빌딩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도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초고층 빌딩의 높이 경쟁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건물의 디자인, 주변 경관이나 건물과의 조화, 관광명소로서의 흡인력 등을 감안한 종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