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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나이가 들면 늙듯이 도시도 세월을 지나면 점점 노후화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 도시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오늘은 노후화된 도심을 창조공간으로 되살린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통해, 창조적인 도심 재개발의 비결을 알아보겠습니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으로 유명합니다. 대학의 역사만도 920년이나 될 만큼 도시의 역사가 깊습니다. 그런데, 1970년 이 조용한 도시에 개발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도시 외곽지역에 공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역사적 건축물이 몰려 있는 도심은 공동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노후화된 도심에서 사람들이 떠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볼로냐는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재개발에 착수합니다.
볼로냐 재개발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역사가 깊은 도심 건물들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리모델링을 했다는 것입니다. 볼로냐가 도심 재개발에 나섰을 때 곧바로 큰 문제와 마주쳤는데요. 볼로냐는 볼로냐 대학을 중심으로 도심 전체가 옛 건물로 가득한데 그 건물들이 재개발의 걸림돌이 된 것이죠.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건물을 헐고 새로 지어야 하지만, 볼로냐는 2배 이상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옛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새롭게 리모델링합니다. 볼로냐의 시민들은 효율보다는 옛 건물들의 역사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던 것이죠. 과거의 주식거래소 건물은 유럽 최고 수준의 첨단 공공도서관으로 리모델링되었고, 버려졌던 빵공장과 도살장, 담배공장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볼로냐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은 내부에 최고의 장비와 시설을 갖추게 되면서 볼로냐만의 최고의 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두 번째는 노후화된 도심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도 그 안에 들어가는 컨텐츠가 콘텐츠가 없다면 컴퓨터가 무용지물인 것처럼 리모델링한 도심의 건물에 들어갈 콘텐츠가 필요했는데요. 볼로냐는 리모델링한 도심 골목골목에 볼로냐 전통산업인 예술형 공방 기업들을 참여시켜 도심 뒷골목을 예술 공간으로 변신시킵니다. 볼로냐 기업의 대부분은 소규모의 기능인 기업이지만 독자적인 기술과 수평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강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보석, 미술공예와 같은 전통산업에서 하이테크 기기와 패션, 인테리어 분야까지 기능인 기업의 활약은 대단합니다.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공동 기획, 홍보, 마케팅을 펼치며 시너지를 만들어갑니다. 또한 정부도 중소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교육, 직업교육, 시장개척 및 전시회 개최 등의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지원책을 강구합니다. 옛 문화를 살리는 재개발과 재개발의 콘셉트에 맞는 소규모 예술기업들의 협동으로 볼로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조합된 멋진 재개발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볼로냐 재개발은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고, 도시경제는 점점 더 활력을 찾게 된 것입니다. 예술형 공방들의 활성화와 도심 내의 문화시설 증가로 볼로냐의 문화소비도 늘어나게 되었는데요. 이는 문화산업을 성장시켜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9%대인 이탈리아의 평균 실업률에 비해 볼로냐의 실업률은 2%대에 불과하죠. 문화네트워크의 중심인 볼로냐에서 개발된 창조적인 제품들은 순수한 상품가치 이외에 문화도시로 이름난 볼로냐의 브랜드 효과를 얻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볼로냐는 이탈리아의 두 번째 부자도시를 넘어 세계 패션의 중심인 밀라노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볼로냐가 노후된 도심을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한 사례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옛 건물을 보존하는 리모델링으로 역사적 가치도 높이고 그 안에 소규모 기능인 기업을 유치해서 옛 도심을 새롭게 부활시킨 볼로냐의 사례는 ‘재개발’ 하면 고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만 생각하는 우리 도시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