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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기를 캔에 담아서 파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브라질의 꾸리찌바인데요, 여기에서는 공기를 담은 캔을 1달러짜리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다고 합니다. 이 도시의 환경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꾸리찌바의 환경친화적인 도시설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 꾸리찌바의 도시정책을 두고 4차원 도시 혁명이라고 합니다. 첫째, 철저한 토지이용계획과 합리적인 대중교통체계로 물리적 혁명을 이루었고, 둘째, 녹색공간으로 둘러싸인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기반을 구축하여 경제적 혁명을 이루었으며, 셋째, 교육, 보건, 주택 등 복지부문에 대한 민간과 공공부문의 투자를 결합하여 사회적 혁명을 이루었고, 또, 넷째, 유적지와 문화유산 보존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문화적 혁명을 이룬 것입니다. 그러니까 꾸리찌바는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동시에 계획하고 실천한 거의 유일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보벰브로 거리의 보행 공간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자동차로 넘쳐나던 거리를 보행자 도로로 바꾼 것인데요, 이는 브라질에서 한창 도로건설이 진행되던 1970년대 초반의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브라질은 물론, 남미에는 보행자 도로가 전혀 없던 시절이어서,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고 합니다. 자동차 이용자뿐만 아니라, 길거리 상점 주인들도 모두 반대했죠. 그래서 길을 만드는 모든 작업은 상점이 문을 닫는 주말의 48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짧은 가로를 폐쇄하고 도로포장을 뜯어낸 다음 조약돌을 깔고, 보행자 거리 근처 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도의 폭을 좁히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했죠. 드디어 길이 완성되고, 그 거리에 어린이들이 앉아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연출하자, 과거 자동차로 넘쳐나던 그 거리는 말 그대로 보행자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한때 자동차로 북적이던 도로가 지금은 사람이 넘쳐나고 각종 문화 활동과 이벤트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활기찬 거리로 바뀌게 된 것인데요, 놀라운 것은, 이제 그 거리의 상인들이 오히려 보행공간을 더 유치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꾸리찌바에서는 그 밖에도 폐전차를 이용한 탁아소, 홍수범람지역에 조성된 도시자연공원, 화약고 연극관과 폐광지역 오페라 하우스,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지혜의 등대 도서관, 이동식 직업훈련학교 등을 통해 시민들이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히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요, 꾸리찌바에서는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요? 그 비결은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과 꾸리찌바의 역동적인 공무원에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식을 가진 월트 디즈니’,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의 별명인데요, 그는 어느 도시도 상상하지 못한 크고 작은 실험들을 이 꾸리찌바에서 시작했고, 결실을 맺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총 세 번에 걸쳐 12년 동안 꾸리찌바의 시장으로 있었죠.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의 뒤에는 뛰어난 통찰력과 실천력을 가진 공무원들이 있었는데요, 이들은 항상 현장을 확인하고, 주민과 대화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저비용의 유연한 해결책을 개발하고 집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꾸리찌바에서는 어느 도시도 상상하지 못한 작은 실험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는데요, 이 작은 실험과 실천들은 ‘꾸리찌바다운 도시정책’을 기반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맹목적인 선진도시의 벤치마킹이 아닌, 꾸리찌바의 경제여건, 도시규모와 상황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꾸리찌바에 적합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실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계획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도시계획과 실행에 있어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이메 레르레르 꾸리찌바 전 시장의 말인데요, 이처럼 시민을 존중하고 그들의 필요를 읽을 줄 아는 공무원과, 그 리더십의 결정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힘을 실어준 시민들의 협조가, 지금도 꾸리찌바를 세계적인 스마트 도시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