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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스마트 여행 캐리어, 라덴

biumgonggan 2021. 9. 5. 16:23

영국의 여행전문 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한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비율이 92%, 국내여행을 가겠다는 비율이 8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만 봐도 전체 출국자 수가 전년 대비 16% 증가한 2천238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 5년간 평균 증가율도 12%에 달하며 확연한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하이테크 여행용 캐리어'로 화제가 되는 한 스타트업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라덴인데요. 2016년 4월 론칭 후 1년 채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임에도 사전 주문 대기자만 1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오프라 윈프리, 제시카 알바 등 유명 인사들도 극찬한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라덴의 탄생은 기존 여행가방을 아예 새롭게 바라본 한 젊은이의 시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4년 캐나다 패션 슈즈 회사 알도의 법무팀에서 일하던 30세의 조시 우다스킨은 출장 중 공항에서 우연히 사업기회를 포착합니다. 잠시라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SNS나 뉴스 검색을 즐기는 여행객들, 특히 이동 중 통화와 메일을 확인하느라 바쁜 출장자들이 공항에서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았죠. 그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여행가방이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안경에서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물건에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생겨나고 있는데 왜 가방만은 그렇지 않을까, 가방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하이테크 여행가방의 필요성을 발견하는데요. 그 즉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투미 등 캐리어 전문업체의 마케팅 및 생산 담당자와 미팅을 이어가며 2년에 걸친 사업구상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 아무도 하이테크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단순 여행 가방에서 하이테크를 모색했던 것이 성공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시가 추구한 하이테크는 특별한 기술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未충족 니즈를 채워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선, 캐리어 손잡이 아래에 탈부착이 가능한 빌트인 배터리, USB 포트를 장착했는데요. 이 빌트인 배터리를 약 5시간 만에 완충시켜두면 스마트폰을 최대 4회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하물의 무게가 자동 측정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스마트폰 앱을 켠 상태로 캐리어를 들면 손잡이에 부착된 센서가 무게를 감지하여 앱에 표시해주는 겁니다. 덕분에 수하물 중량 제한에 걸려 짐을 덜어내야 하는 불편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앱을 통해서 캐리어 100피트 범위 내 가방의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고요. 앱에서 목적지의 날씨와 공항, 항공편의 정보까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굴지의 패션 브랜드들이 역성장 공포에 떨며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할인에 나선 이 시기, 고가의 하이테크 상품 출시를 앞둔 CEO의 걱정은 그 누구보다 매우 컸을 것 같은데요. 특히나 생활필수품 소비까지 절제하는 소비 침체기에 누구나 1개 이상 보유하고 있을 법한 캐리어 상품에 추가로 지출을 할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조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테크 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산층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련되고 실용적인 캐리어가 분명히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22인치의 경우 295달러, 28인치는 395달러로 샘소나이트 등 경쟁사 제품 가격과 대비해 좀 더 고가로 책정했고, 스타일을 중시하는 중산층, 부유층의 선호를 고려해 미니멀하고 심플한 유선형의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컬러도 블랙, 화이트, 실버, 골드 등 고급감에 어울리는 10개의 색상 중에서 선택 가능하도록 했고요. 조시의 이러한 고급화 전략은 결과적으로 적중했고, 라덴 닷컴과 아마존에서 처음 판매가 시작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차세대 캐리어를 드디어 만났다는 듯 앞 다투어 상품을 구매하고 호평도 달았습니다. 스타일 최고봉에게만 주어진다는 <오프라의 페이보릿 2016>에 이름을 올려 히트상품임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 페이보릿은 매년 12월 한 해 동안 화제가 된 각 분야 아이템 중 오프라 윈프리가 직접 선정, 발표하는 것으로 두터운 패셔니스타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조시는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 등의 빚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삶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빚더미에 시달릴수록 창업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길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그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을 계속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겠죠. 역사적으로 수많은 도전이 다양한 악조건에서 탄생했던 것 등을 떠올려 볼 때, 우리 역시도 '지금은 참 도전하기 좋은 때'라는 생각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라덴과 같이 니치 마켓을 발견하고 새롭게 도전해본다면, 또 다른 혁신 포인트를 발견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