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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하순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성장전략’은 지난 2013년 6월 ‘일본 재흥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에서 담지 못했던 법인세 인하 문제, 규제 완화 등을 담았다는 점에서 '일본 재흥 전략의 개정판' 또는 아베노믹스의 ‘新’ 성장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베노믹스는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중 금융정책, 재정정책은 사실상 일시적인 수요 회복을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성장전략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그 핵심은 규제 완화 내지 구조 개혁이라 할 수 있지요.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볼 때 ‘성장전략’은 가장 핵심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2013년의 ‘일본재흥전략’은 장밋빛 수치 목표만 제시하고 그 달성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시스템 개혁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빠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당시에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장밋빛 전망이나 복지에 치중하고, 고통이 따르는 규제 완화나 개혁은 보류하거나 뒤로 미뤄버렸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아베 정부의 신 성장전략은 어떨까요?
아베노믹스 ‘新’ 성장전략의 핵심 내용
이번에 발표한 新 성장전략은 기존 일본 재흥 전략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시 미흡했던 규제 완화나 개혁 관련 내용을 대폭 보완하였습니다. 즉 ①산업기반강화 전략, ②신시장창출 전략, ③시장개방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제 일본의 산업기반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높은 법인세율 문제와 노동, 의료, 농업 관련 규제 완화를 다루는 내용을 新 성장전략의 핵심 내용으로 추가하였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조치가 법인세 인하 조치입니다. 높은 법인세는 일본 기업들이 일본 국내에서 기업 하기 어려운 상징적 요인으로 꼽은 첫 번째 이유인데요. 일본의 법인세 기본세율은 25.5%로 한국의 22%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법인 실효세율은 사업세, 주민세, 지방특별세 등이 복잡하게 가산되어 35.64%(도쿄 기준)나 됩니다. 같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한국의 법인 실효세율이 24.2%(법인세 22%+주민세 2.2%)인데 비하면 일본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만큼 높은데요. 아베 정부는 이번 ‘新’ 성장전략에서 이 법인실효세율을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낮추어, 수년내 20% 대로 진입시키겠다고 명기했습니다. 그래도 영국이나 아시아 경쟁국(영국 24%, 한국 24.2%, 싱가포르 17% 등)에 비해 높지만, 재무성의 반발을 물리치고 인하를 결정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합니다. 일본에도 수십 년 간 개혁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관계부처나 업계단체 등 기득권의 거센 반발로 개혁 엄두를 못 내는 규제들이 많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암반규제(岩盤規制)라 부르며, 드릴로 뚫어 깨겠다고 누차 공언해 왔는데요. 이번 新 성장전략에서, 노동과 고용, 의료, 농업 분야에 대한 암반 규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고용 분야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근무 방식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신’ 성장전략에서는 근무방식에 대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종전에는 근무시간을 토대로 설정되었던 급여지급 기준을 업무성과 기준으로도 설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습니다. 1차적으로는 연간소득 1,000만 엔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2016년도부터 실시할 예정이구요. 출퇴근의 개념이 사라질 수 있어 다양한 근무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란 시각입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암반 규제의 상징으로 간주되던 '혼합 진료 금지' 규제를 중심으로 완화하기로 하였다. 혼합진료 금지 규제란, 공적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험진료’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는 ‘비보험 진료’를 동시에 받을 경우(혼합진료),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조차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제한하는 것인데요.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를 유도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 등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환자부담을 오히려 늘어나게 만드는 요인도 됩니다. 해서 앞으로는 혼합진료를 받더라도 기존의 의료보험은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였습니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협(전국농업협동조합, JA농협) 개혁이 핵심입니다. 농협의 막강한 정치적 파워로 인해 개혁이 지연되고 이 때문에 FTA가 지연된다는 인식에서 추진되는 것인데요. 농협중앙회의 권한 및 기능을 축소하고, 농협의 주식회사화 추진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기업의 농지 소유 규제도 완화해 농업 경쟁력 제고로 연결시키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국가전략특구 등 일부 분야에서는 기존 일본 재흥 전략에서 제시하였던 정책 내용을 보완하거나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국가전략특구는 특정 지역을 지정해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외국인 직접투자나 자국 내 벤처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적에서 추진한 지역 특화전략인데요. 현재는 의료, 농업, 관광, 도시재생 등을 목적으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6개 지역을 지정하여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테스트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베노믹스의 新성장전략은 아직도 개혁 및 규제 완화 조치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가 과제이기는 하지만, 지난 일본재흥전략에 비해 그 내용들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집단의 맹렬한 반대가 예상되고, 법인세 인하는 재정건전화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재원확보라는 보완책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 그랬듯이 느리지만 착실하게 바꾸어나가 어느 시점에선가 바뀐 모습으로 변해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와 달리 선거에 대한 부담이 없는 아베 총리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새로운 성장전략을 이끌어나갈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