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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탄소나노튜브

biumgonggan 2021. 9. 2. 01:34

여러분은 혹시 '은하철도 999'에서 기차가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이 장면처럼 기차를 타고 우주로 갈 수 있다면 정말 획기적일 텐데요. 현실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우주 엘리베이터’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표면에 엘리베이터 기지를 세우고 3만 6천 km 정지궤도상에 정거장을 설치해 케이블을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올라간다는 개념인데요. 1895년 소련의 과학자 치올콥스키가 제안한 후로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36,000km 상공까지 이어 줄 케이블 소재가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기 시작했는데요. 우주 엘리베이터를 실현시켜줄 신소재, 바로 '탄소 나노튜브'입니다.

 

탄소 나노튜브는 그물 모양의 판이 긴 원통형으로 말려진, 빨대 모양의 탄소 구조체입니다. 그 지름은 수 나노미터로 보통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1 굵기이고요, 1991년 일본 NEC 부설 연구소의 이지마 수미오 박사가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탄소 나노튜브는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만큼 뛰어나고, 강도는 철보다 약 100배가 높으며, 전기전도율은 구리의 약 1000배에 이를 정도로 우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주 엘리베이터 외에도 배터리, 풍력발전, 반도체, 터치패널, 스포츠용품, 자동차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적용되거나, 개발되고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를 우리 실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테니스 라켓입니다. 일반적인 테니스 라켓에는 금속보다 가볍고 단단한 탄소섬유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한 테니스 라켓은 보다 더 가볍고 견고하면서도 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강력한 스매싱을 날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여러분의 자동차에서도 대부분 탄소 나노튜브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연료통은 연료 주입시 정전기 발생으로 큰 화재가 날 수 있는데요, 탄소나노튜브는 뛰어난 정전기 분산 효과를 가지고 있어, 연료통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성능 때문에 탄소 나노튜브는 전쟁 중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탱크나 군함 등에도 일부 사용되고 있죠.

 

그렇다면 미래에 탄소나노튜브는 어떤 분야에서 활약할까요? 탄소나노튜브의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바로 터치스크린 패널입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 액정화면 위에 올려져 있는 투명한 터치패널은 인듐 주석 산화물(ITO)을 필름 형태로 만든 ITO필름을 사용해 만들어지는데요, 하지만 인듐이 희소금속 중 하나기 때문에 원가가 매우 높고, 이 ITO 필름은 일본 기업 니토덴코가 독점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개발에 한계가 있었죠. 따라서 이 ITO필름의 대체소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탄소나노튜브는 매우 적은 양만 사용해도 돼서 저렴하면서도 충격에는 강해서 가장 강력한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텍사스대학 나노기술연구소 연구팀은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해 사람의 근육보다 100배 이상 강한 인공근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는 탄소나노튜브가 전기자극을 받으면 신축성이 높아지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먼저 가느다란 탄소나노튜브가닥을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 1크기로 만들어 주고요. 이 선의 양 끝에 촉매물질을 공급하면 전기가 발생해, 인간의 근육운동과 유사한 수축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장치들이 실제 인공근육 개발로 이어질 경우, 장애인을 위한 팔다리나 군인들을 위한 외골격은 물론, 원자력발전소나 우주개발 등 인간이 작업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 활약할 수 있는 로봇의 근육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이 연구팀은 전기자극뿐만 아니라 열에너지나 빛, 화학반응에 의해 수축운동을 하는 다양한 크기의 인공근육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근육뿐만 아니라, 수축운동이 적용될 수 있는 스마트 섬유나 자동 개폐 가능한 미래형 창문 등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분야의 탄소 나노튜브 연구도 매우 다채롭습니다. 카이스트 정유성교수 연구팀은 물이 스스로 빨려 들어가는 탄소 나노튜브의 특성을 규명해냈는데요, 이 연구 성과는 해수담수화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해수담수화를 위해서는 역삼투압 방식으로 바닷물을 막으로 통과시킬 때 50~100 기압의 압력을 가해야 하고, 이 때 에너지 비용이 전체 비용의 30~40%나 소요됐는데요. 하지만 역삼투압막에 탄소 나노튜브를 쓸 경우, 물이 스스로 빨려 들어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를 이용한 벤처기업이 생기고 있다고 하니, 상용화에도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지금껏 탄소 나노튜브의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바로 높은 가격입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kg당 수천 달러에 이르는 높은 제조비용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재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려웠는데요, 보다 쉽고 싸게 만들 수 있는 제조공정이 개발되면서 탄소 나노튜브의 제조비용은 kg당 수백 달러 수준으로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향후 5년 내에는 수십 달러 수준까지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생활에 보다 가까이 다가올 탄소 나노튜브를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