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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NASA가 발사한 혜성 탐사선 스타더스트호가 빌트 2 혜성에 접근해서 혜성의 꼬리에 있는 우주 먼지를 수집해 지구로 되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영하 200도가 넘는 극한 추위에서 총알의 5배 속도로 날아오는 먼지 알갱이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에어로젤이라는 소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테니스 라켓 모양의 채집기에 부착된 에어로젤이 날아오는 먼지를 포획할 수 있었던 겁니다. 미래를 바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에어로젤, 오늘은 거의 공기와 같은 고체, 에어로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에어로젤은 공기를 의미하는 'aero'와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의미하는 'gel'의 합성어입니다. 합성 시 형성된 젤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구조 내 액체를 공기로 치환해 얻은 고 다공성 나노구조체이지요. 고체이면서도 그 성질이 거의 공기에 가까워서 얼어붙은 연기(frozen smok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어로젤의 가장 큰 특징은 밀도입니다. 에어로젤은 분명 고체지만, 전체 부피의 99.8%가 빈 공간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따라서 밀도도 물의 1/1000, 공기의 약 3배 정도밖에 안됩니다. 워낙 빈 공간이 많아 거의 반투명으로 보이고요 만져보면 스티로폼을 만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낮은 밀도에도 에어로젤은 내구성이 아주 좋습니다. 구조적으로 매우 튼튼해서 자기 무게의 2천 배까지 올려놓을 수 있죠. 이것은 에어로젤 내부의 분자들이 나뭇가지 모양의 미세 구조로 촘촘히 겹쳐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스타더스트호에서 총알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입자와 부딪쳐도 손상되지 않은 것 역시 에어로젤의 특수 구조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당시 채집기를 확인해 보니 에어로젤 포집기에는 수천 개의 충돌 흔적이 있었지만 깨지지 않고 잘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에어로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단열 성능이 가장 높은 소재인데요. 건축 단열재로 흔히 쓰이는 스티로폼이나 요즘 많이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폼보다도 단열 성능이 4배 가까이 높습니다. 열이 전달되는 세 가지 방식인 대류, 전도, 복사를 모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1400도씨의 고온에서도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열기까지도 차단합니다. 에어로젤 위에 꽃을 올려두고, 밑에서 불을 붙여도 위에 있는 꽃이 시들지 않을 정도지요.
그럼 에어로젤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까요? 주로 꿈의 단열재라고 불리며 다양한 분야에서 단열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에어로젤은 단열성능이 높기 때문에 두께를 기존 단열재의 1/5만 사용해도 충분한데요, 때문에 건축물에서 활용 시, 건물의 활용공간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뛰어난 단열효과로 건축물에서뿐만 아니라 시베리아나 뜨거운 사막 같은 극한 환경의 송유관 또는 가스관, LNG선박의 단열재 등으로도 활용되고 있고요. 냉장고, 화학공장의 배관 및 장치의 단열재, 방화복 등으로 다양한 용도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에어로젤 시장은 미국의 아스펜 에어로젤과 캐봇(cabot)이 상용화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데요. 두 기업 모두 에어로젤의 단열기능에 주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먼저 재미 한국인이 설립한 기업, 아스펜에어로젤사는 에어로젤에 특수 섬유를 첨가해 헝겊처럼 부드러운 형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는 주로 화학공장의 저장탱크나 파이프 등의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고요. 캐봇 사가 판매하는 반투명 입자 형태의 실리카 에어로젤 역시 미국이나 유럽에서 단열용 반투 명창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건물에서 유리를 통한 열손실이 매우 높다는 것에 착안해 폴리카보네이트에 에어로젤을 충진 한 플라스틱 창을 만든 거죠. 한편 미국 나사의 글렌연구소는 플렉시블에어로겔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 에어로겔은 기존 실리카 단열재보다 5백배나 더 강하고, 같은 두께의 유리섬유보다 60배 이상의 단열성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어서, 자동차, 빌딩, 각종 배관 등의 경량화 및 박형화가 가능할 전망인데요. 특히 NASA는 에어로겔을 우주선용으로 사용하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주선이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할 때, 대기권에서 발생하는 수천 도 씨의 마찰열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하는 단열재로 사용할 수 있겠죠.
에어로젤의 세계 시장규모는 아직은 작은 수준입니다. 초임계 공정이라고 불리는 에너지 다소비 공정을 통해 제조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단열재에 비해 제조 원가가 약 5배 정도 비싼 것이 최대 단점이지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폴리에스터나 유리섬유, 나노소재 등을 에어로겔에 침투시킨 복합단열소재 형태로 제품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에어로젤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보다 두께가 증가하고, 투명성을 상실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가공성이 높아지고 원가도 낮출 수 있지요. 이처럼 에어로젤이 제조원가를 낮추고 일반용 도로 확대될 경우 그 산업적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에너지산업, 항공우주, 전자, 건설 분야까지, 열을 차단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에어로젤 소재의 향후 개발 및 시장화 동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