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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죠. 바로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투명망토가 현실화된 사진이었습니다. 이 투명망토의 원리는 빛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는 '소재'에 있었는데요. 사람이 물체를 보는 것은 빛이 물체를 반사시켜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특수한 소재로 만들어진 투명망토를 입으면 빛이 망토에 부딪히지 않고 비켜가서 망토를 입은 사람은 안 보이고, 그 뒤에 있는 물체가 보이는 거죠. 투명망토에 사용된 특별한 소재, 바로 오늘 소개드릴 '메타물질'입니다.
메타(meta)는 그리스어로 '초월한다'라는 뜻입니다. 즉, 메타물질은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초월하여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신소재지요. 메타물질은 파동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빛이나 소리, 파도 등 파동 형태가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사실 메타물질의 개념은 1970~8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초창기에는 개념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했고, 2000년대 이후 이를 증명하는 결과들이 발표되어서 최근에야 상업적 발전이 가능한 실질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물질로는 구현하기 힘들고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갖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데요, 미래 산업의 트렌드를 바꿀 혁신적인 소재, 메타물질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빛을 제어하는 메타물질의 응용범위는 매우 다채롭습니다. 그중 가장 단순하고도 실용적인 응용분야는 매우 작은 크기의 입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슈퍼렌즈'입니다. 광학렌즈는 빛의 굴절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물체는 확인이 불가능한데요,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물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빛이 물체에 닿는 순간 소멸하는 소멸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UC버클리 대학의 연구진은 은과 티타늄옥사이드를 차례로 쌓아서 만든 메타물질로 소멸하는 빛을 확대하여 전달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를 이용하여 160 나노미터 수준까지 관찰이 가능한 광학현미경 제조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DNA 등의 생체 성분까지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메타물질로 빛의 파장을 제어해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2012년 MIT의 연구팀은 나노 사이즈의 톱니 구조를 가진 메타 금속을 만들어 넓은 파장에서 태양광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느려진 태양광에서는 태양에너지를 포획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죠. 빛의 속도를 진공광속의 1/100 미만까지 줄일 수 있는 이 기술은 좀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태양전지 보급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과거 빛의 제어에만 집중했던 메타물질 연구는 최근 음향, 전자 등으로 범위를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중 소리를 제어하는 메타물질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을 잡는 흡음재로 활용이 가능한데요. 한국기계연구원의 김현실 연구원팀은 메타물질을 통해 특히 저주파 소음을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TV나 진공청소기 소리 같은 고주파 소음은 카펫만 깔아도 쉽게 그 소리를 줄일 수 있지만, 걷는 소리, 뛰는 소리 같은 저주파 소음은 미세한 진동까지 동반해 층간소음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메타물질로 만든 일정한 크기의 오목한 상자형 구조물을 나열하여 음파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흡음재를 만들었고, 이것을 위층 바닥이 아닌 아래층 천장에 넣어 소음을 상쇄시켰습니다. 기존의 스펀지 같은 흡음재는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지고 성능이 저하되지만, 이 메타물질 흡음재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 수 있어서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소리를 제어하는 메타물질은 군사용 잠수함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2009년 연세대 이삼현 교수는 수중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잠수함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일반적인 잠수함은 음파탐지기의 음파가 잠수함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으로 위치를 파악합니다. 하지만 음향 메타물질로 잠수함 표면을 감싸면 음파가 잠수함에 부딪히지 않고 통과해 수중 음파탐지기가 인식할 수 없다는 거죠. 이른바 투명망토를 쓴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내놓은 '기계기술정책'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물질은 3차원 프린팅,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 등과 함께 미래 신소재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할 분야로 꼽혔습니다.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그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아직은 상상의 단계지만, 메타물질로 파도와 같은 역학 파동까지 조절할 수 있다면 원자력발전소나 방파제 같은 대규모 구조물에도 응용 가능한데요. 지진파가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취약 부위를 비켜가도록 설계하거나 쓰나미가 인구 밀집 지역 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방파제도 건설할 수 있습니다. 메타물질의 산업적 활용 범위는 상상 이상이지요. 세상에 없던 신소재, 메타물질, 앞으로 실제 산업 현장과 생활에서 메타물질의 활용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