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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지구의 빙하기 상황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지구 위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은 오직 달리는 열차 안뿐이지요. 영화 속에서 지구에 빙하기가 온 이유는 인류가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 실패했기 때문인데요. 현실에서는 과연 어떨까요? 오늘날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그중 가장 획기적인 시도는 ‘인공광합성’입니다. 인공광합성은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고,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기술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인공광합성 소재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식물은 지구 상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적 에너지로 스스로 전환해 사용하지요. 광합성은 햇빛을 에너지로 활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장에 필요한 포도당과 산소로 만드는 생화학 반응인데요. 인공 광합성은 이러한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해 유용한 에너지원을 얻고자 하는 기술입니다. 인공광합성 소재는 식물의 잎과 유사한 얇은 막의 형태로 이루어져,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반응을 일으키지요. 이산화탄소와 물, 햇빛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자연 광합성과 동일하지만, 산소와 수소, 액체연료를 생산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렇다면 인공광합성 소재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시작할 때 언급했듯이 이산화탄소를 없애,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연의 원리에 따르면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도당 등의 에너지물질로 변환시키고, 이런 에너지 물질을 인간이 섭취해서 다시 이산화탄소를 내어놓는 탄소의 순환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 이런 탄소의 순환이 깨지게 되었죠. 인공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다시 산소와 에너지 물질로 변환할 수 있다면, 깨어진 탄소의 순환을 바로 잡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발생했던 지구 온난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공광합성은 지구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합니다. 인공광합성이 활성화된다면 태양과 물만 있으면 수소, 메탄올 등의 에너지 물질을 무제한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요. 이는 화석연료의 고갈로 신음하는 인류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인공광합성 소재가 현실에 활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현재 많은 분야에서 그 현실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먼저 인공 광합성이 자동차, 배 등의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2014년 9월 서울대 이종협 교수팀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연구진은 금 나노입자에 반도체 나노입자를 결합시켜서 기존의 수소 생산 방식보다 74배나 많은 수소를 얻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이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된다면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수소연료전지의 연료로 활용함으로써 말 그대로 “물로 가는 자동차”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발전이 지속되면 물만 있으면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소에너지 시대를 맞이할 수 있지요. 또한 인공광합성을 통해 의약품이나 아미노산 같은 정밀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2012년 한국 화학연구원의 백진욱 연구팀은 효소를 이용한 인공광합성 장치를 통해 항우울제, 부정맥 치료제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중간물질, 키랄 알코올 생산에 성공했는데요. 식물처럼 태양광, 물, 이산화탄소 이외의 별다른 에너지를 추가 투입할 필요가 없고, 물질 합성을 돕는 효소만 바꿔주면 다양한 정밀화학 제품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 기술은 아직 소규모 화합물을 생산하는 실험실 단계 수준이지만, 인공광합성의 다양한 활용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물의 광합성을 대신해 산소를 공급할 인공 자연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 줄리안 멜치오리는 광합성이 가능한 인공 나뭇잎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식물의 엽록체를 실크 단백질로 만든 매트릭스에 넣어 나뭇잎을 만든 거죠. 실제 식물처럼 빛과 물로 광합성을 하는 이 인공 나뭇잎은 가볍고 에너지 효율이 좋아 건축물 외벽에 설치해 산소를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는 우주 장거리 여행에서 산소를 만들어낼 수단을 모색해왔었는데요. 실제 식물은 무중력 상태에서 자라지 않아 우주에서 활용할 수 없지만, 인공 나뭇잎은 우주에서도 빛과 수분을 이용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인공광합성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태양은 전 세계 사람들이 1년간 사용해도 남을 만큼의 에너지를 시간마다 지구에 쏟아붓고 있지만, 자연 광합성의 태양광 이용 효율은 0.2% 정도입니다.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지요. 최근 일본의 파나소닉은 태양광 에너지의 0.3%를 메탄과 에탄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자연광합성의 효율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상용화를 위해서는 1% 정도의 효율을 달성해야 한다고 하니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또한 현재 인공광합성을 통해 생성이 확인된 물질은 산소, 수소, 포름산, 메탄, 에탄올 등이 있는데요. 과거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했던 것을 볼 때, 이러한 물질들이 지속 생산될 경우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합니다. 일본 인공광합성 연구센터의 이노우에 센터장은 “인공광합성 소재는 자원을 둘러싼 인류의 오랜 전쟁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할 비장의 무기”라고 했는데요, 하루빨리 인공광합성이 상용화되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길 기대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