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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2000년 7.2%에서 2011년 11.4%로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24.3%까지 증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이에 대한 정책은 물론, 의료기술 등 다양한 대비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실제로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식 가능한 공여 장기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공장기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장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체친화 소재의 개발이 필수적인데요. 오늘은 생체친화 소재가 어디까지 개발되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생체친화 소재는 생체 내 삽입되거나 직접 접촉하여 사용되는 소재로 주로 인공장기와 의료기기 등에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인체의 생물학적 시스템과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생체 적합성, 물리적 안정성, 무독성 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지요. 생체친화 소재가 가장 활발히 개발되는 분야는 바로 인공관절인데요. 지금까지 인공관절은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의 치료를 목적으로 다양한 금속소재가 개발되어 왔습니다. 최초의 인공관절은 1950년대 초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것인데요, 이때는 골 시멘트를 이용하여 인공관절을 고정했기 때문에 시멘트가 기존의 뼈조직을 흡수해 장시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생체적합성과 강도가 높으면서도 가벼운 티타늄 금속소재가 발견되면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공관절 제조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인간의 기대수명이 높이 지면서 인공관절 소재의 '내구성'이 더욱 중요해졌는데요. 기존 인공관절 소재는 수명이 약 10~15년 정도고, 인공관절이 마모되어 재수술을 할 경우 뼈 손상과 유착 등의 다양한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이에 인공관절 분야의 세계 5대 메이저 기업 중 하나인 스미스 앤 네퓨 사는 지르코늄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인공관절 제품, 옥시늄을 출시했는데요. 지르코늄은 가볍고 강도가 높은 금속 중 하나로 이 금속의 표면을 산화시켜 매끈하게 만듦으로써 부식 저항성과 내마모성을 높인 것이죠, 기존 인공관절에 비해 표면강도가 2배 정도 높고 내마모성도 4900배 이상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금속 알레르기 반응도 없어 생체친화성도 높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25~30년간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해서 60세 이하의 환자에도 적용 가능하지요.
다음으로 소개드릴 생체친화 소재의 활용분야는 바로 인공혈관입니다.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이어진 혈관은 평균 약 10만 km나 되는데요. 그 길이가 엄청난 만큼 혈관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의 개발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최초의 인공혈관은 1952년 나일론관을 이용한 인공혈관으로 바로 한국전쟁 당시 시술에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의 DuPont사가 PET 소재로 만든 Dacron을 개발해 사용했고, 이 소재는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아웃도어 룩에서 자주 보이는 Gore-Tex는 다공성 소재로 인공혈관이 주변 조직과 가스 및 물질 교환이 원활해 대표적인 인공혈관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인의 식습관과 수명 연장 등으로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같은 다양한 혈관 질환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혈관의 위치와 종류에 따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와 특성의 소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맥 질환의 경우 심장운동에 의해 나오는 혈류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고, 모세혈관의 경우에는 구경이 작고 혈류의 흐림이 느리기 때문에 혈전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중요한데요. 현재까지 개발된 소재들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물질로 인한 혈전이 형성되어서 대부분 직경이 넓은 동맥혈관에만 적용 가능했지요. 하지만 최근 미국 생명공학 기업인 휴마 사이트 사는 사람의 근육세포를 이용한 인공혈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기존 고분자소재로 만든 거푸집에 사람의 근육세포를 배양하면서 세포의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점액물질을 인공혈관에 활용하는 건데요. 이 소재는 체내에서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혈전이 생기거나 면역반응을 일으킬 염려가 없고 보관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임상실험 단계지만,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면 많은 심혈관계 질환 환자들에게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혈관이나 관절처럼 생체 내에서 안정성과 반영구적인 사용이 중요한 분야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중요한 분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봉합수술용 실인데요. 최근 생분해성 소재 분야의 국내 연구는 매우 활발합니다. KIST의 석현광 박사 연구팀은 몸속에서 녹는 금속 나사못을 개발해 임상시험 중에 있는데요. 기존 고정핀 소재로 쓰이는 티타늄의 경우 강도가 높아 골절 부위를 고정하기는 용이하지만 이물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2차 수술을 통해 제거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석현광 박사 연구팀은 마그네슘과 칼슘 아연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금속들로만 합금을 만들었는데요. 이 소재는 체내에 이식 후 6개월에서 24개월이 지나면 분해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골절 수술에 쓰이는 고정핀 소재로의 활용이 기대됩니다. 다만 아직 기존 티타늄 소재보다 강도가 떨어져 힘을 많이 받는 다리뼈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손가락 골절 환자 등에만 우선 적용하여 시험 중입니다. 앞으로 강도 개선을 통한 적용부위를 넓히는 것이 과제입니다.
현재까지 생체친화소재의 개발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여러 연구소와 벤처기업 등에서 다양한 소재를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크게 뒤쳐져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생체친화 소재의 경우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까지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 마련과 함께 산/학/연 제휴를 통한 학문적 연구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