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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두 여자 가수 음악이 시골 거리에서도 경쟁하듯 울려 퍼졌습니다. 마돈 나하고 신디 로퍼였죠. 학생들은 둘로 갈렸습니다. 저는 신디 로퍼의 음악이 훨씬 좋았습니다. 앙증맞으면서도 파워풀한 보컬이 일품이었죠. 평론가들도 마돈나는 얼굴과 섹스어필로만 승부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1985년 그래미 신인상도 신디 로퍼가 차지했습니다. 30년 이상 지난 지금, 저도 틀렸고 평론가들도 틀렸습니다. 마돈나는 58년 개띠로 올해 환갑인데요,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5년 13번째 앨범을 내고 이듬해까지 이어진 전 세계 콘서트에서 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아서 1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마돈나는 3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 치워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여자 가수가 됐습니다. 빌보드지가 발표한 싱글차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가수 순위에 마돈나는 비틀스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이미 전설이 되었지만, 올해 14번째 앨범을 녹음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돈나가 이토록 오랜 성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변화를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1983년 데뷔 앨범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 풍의 노래가 대부분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얻었지만 그리 커다란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신디 로퍼가 대중들의 관심을 더 받았죠. 음악적 역량에서 열세였던 마돈나는 두 번째 앨범, Like a Virgin부터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습니다. 1981년 개국 이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MTV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소비행태를 바꾸고 있다는 걸 직감한 거죠. 이때 Like a Virgin 뮤직비디오는 노골적인 가사와 성관계를 묘사하는 뮤직비디오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섹시 가수 이미지가 각인된 이후 마돈나는 뮤직비디오에서, 공연에서, 더 파격적으로 도덕관념에 반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언론과 대중, 심지어 동료가수들까지 몸 파는 여자라며 비난했지만, 그럴수록 음반은 더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1990년대 들어 누드집 발매 등 선정적인 콘셉트를 밀고 나갔으나, 음반 판매량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마돈나는 1998년 7집에서 음악적으로 커다란 변신을 시도합니다. 당시 마니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장르인 일렉트로니카를 과감하게 수용한 겁니다. 14년 후에 나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바로 이 장르죠. 이 앨범은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처음 음악성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음반 판매도 크게 늘어 40대에 다시 전성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2000년대 말부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들이 음반을 사지 않고 파일을 다운로드하게 되자 마돈나는 음악 활동의 포커스를 방송보다 공연에 맞추는 걸로 변화를 주도합니다. 이로 인해 2013년에는 전 세계 순회공연의 성공으로 1억 2,500만 달러를 벌어 연예계 수입 1위를 차지했습니다. 최근에는 객석의 관객을 불러 토크쇼를 하는 개그콘서트 스타일의 공연을 선보이며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돈나는 어떻게 평생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걸까요? 조직학습이론의 대가인 크리스 아지리스는 마돈나가 Single loop learning이 아니라 Double loop learning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한 행동의 결과를 보고 배웁니다. 성공했을 때 그 행동을 강화하고 실패했을 때는 행동을 수정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행동의 결과를 보고, 그 행동을 하게 만든 생각이나 가치관, 의사결정 기준이 옳았는지 되돌아본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가치관을 바꾼다는 거죠. 가령 신세대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리더가 있다고 하면요. 단일 순환 학습을 하는 리더는 자기 행동에 대한 신세대의 반응을 보고 어떻게든 그들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러나 이중순환학습을 하는 리더는 자기의 생각이 그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 신세대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맞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이중순환학습은 매우 어렵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실천해야 가능합니다.
다시 마돈나로 돌아가 보죠. 마돈나는 비디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노래보다 선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승부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런 사람이 돼 버립니다. 사실 마돈나는 이탈리아계 가톨릭 가정에서 보수적으로 자랐습니다. 공부도 잘해서 미시간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전략을 택한 뒤에는 자유로운 인생관을 몸소 실천하면서 살게 됩니다. 정식 결혼은 두 번 했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니스 로드맨 등 평생 자신이 원하는 연하의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그걸 떳떳하게 공개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마돈나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평생 젊은이의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NS 중독이라고 할 만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의 열혈 사용자입니다. 인스타그램에 너무 야한 사진을 올려서 걸핏하면 뉴스에 등장하기까지 하죠. 마돈나는, 환갑이라고 나이를 말하는 게 뭔가 어색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옛날 가수 공연은 그 시절 10대나 20대를 보낸 아저씨, 아줌마들이 가는데요, 마돈나는 아닙니다. 마돈나는 항상 20대 팬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팬이 계속 바뀝니다. 젊은이들에게 계속 먹히고 있다는 얘기죠. 당연히 마돈나의 음악도 시대에 따라 변했습니다. 신디 로퍼 뿐만 아니라, 휘트니 휴스턴이, 머라이어 캐리가, 셀린 디온이, 스파이스 걸스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마돈나는 계속 변했습니다. 2017년 한 패션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처럼 모든 걸 다 이룬 사람이 언제까지 활동을 계속할 겁니까?”라는 질문을 제일 싫어한다고 밝혔습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어요. 누구도 80살이 된 피카소에게 이미 많이 그렸는데 또 그릴 거냐고 묻지 않잖아요.” 시대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마돈나에게 일은 곧 삶이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