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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소크라테스의 메타인지

biumgonggan 2021. 8. 25. 13:36

마흔 즈음에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서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라는 신탁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아테네에서 명망 있는 정치가, 예술가, 학자들을 찾아 나섰죠. 그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서 확실한 지식이 없었지만, 아무도 자기가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탁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최소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 한 가지 점만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더 낫다는 걸 깨우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다른 성현들도 소크라테스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겁니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니라,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으뜸이요, 모르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라고 말했고요. 석가모니도 무명이라고 해서 모든 고통의 원인은 지혜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진리인데요. 예전에 박사를 한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박사라는 게 얼마나 모르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건 비즈니스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혁신의 출발점이니까요.

 

생산설비의 고장진단을 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국책연구소에서 수년간 많은 비용을 들인 기술을 활용하는 건데요, 결함 진단 성능이 매우 뛰어납니다. 게다가 기술이 가벼워서 제품 가격도 쌉니다. 개발자들은 자부심이 대단한데요, 스스로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이 기술이 검사하려는 기계를 특정 조건에 넣어 놓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생산이 시작되기 전에 공시동에서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물었죠. 어떤 고객이건 가공 중에 고장을 검출하는 걸 원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엔지니어들은 그건 워낙 많은 변수들이 뒤섞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생산이 시작되면 진동, 소리, 온도 변화, 전류, 전압 등 여러 변수들이 뒤죽박죽 들어가서 패턴을 잡아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엔지니어들은 아예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영역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안 되는 이유, 즉 어떤 변수 때문에 제어가 안 되는지부터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바로 막연하게 모르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보라는 얘기였습니다. 연구개발을 완성했다고 하던 엔지니어들은, 현재 이 방향으로 R&D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 더 나아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 이게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 능력인데요. 메타인지가 높으면 어떤 건 정확히 알고, 어떤 건 어설프게 알고 있어서, 설명할 수 있다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는 메타인지가 매우 높았던 것이죠. 교육심리학자들은 IQ보다 메타인지가 학생들의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메타인지를 높이려면 자신의 활동에 대해 목표와 활동결과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목표와의 차이에서 무엇을 모르는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된다는 거죠. 코카콜라의 전설적인 CEO 로베르토 고이 주에 타가 그랬습니다. 1981년 그가 취임했을 때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콜라시장은 포화상태라서 직원들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는 직원들에게 물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마시는 모든 액체에서 코카콜라의 胃 점유율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목표가 달라지자 안보이던 게 보였습니다. 펩시와의 승리에 안주하고 있던 직원들은 주스, 커피, 우유, 물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모르는 게 많고 할 게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른 액체의 점유율을 빼앗아오고자 1982년 다이어트 콜라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평소에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가, 뛰어난 고수를 만나거나 목표가 높아져서 바운더리가 커지면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소크라테스가 평생 한 일은 아테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산파술이라고 했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한 대화에서 라케스라는 장군이 용기에 대해 “적들과 싸울 때 뒤로 물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 군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죠. 소크라테스는 스키타이인들처럼 이동하며 싸우는 전사나 전사가 아닌 사람들의 질병, 가난, 욕망 등에 맞서 싸우는 용기에 대해 묻습니다. 그러자 라케스는 “그렇다면 영혼의 인내”라고 말하죠. 이에 소크라테스가 무작정 참으면 되냐고 이야기하자 라케스는 “그렇다면 현명한 인내”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자기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식을 넓혀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사람이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 즉 몰랐던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것입니다. 결국 소크라테스와 대화하다 보면 자기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고 깨닫게 되는 것이죠.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탈레스 등 수많은 철학자가 있었지만, 그가 서양철학의 아버지라고 여겨지는 것은 지식을 규정하지 않고 특정 상황을 넘어서는 진리를 끊임없이 탐구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가져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영은 과거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는 단순히 제품만 팔아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제품을 통해 끊임없이 고객관계를 새롭게 가져가야 하죠. 이제 자동차는 더 이상 10년 주기로 개발하는 게 아니라 몇 개월마다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해줘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처럼 비즈니스 영역이 확장되는 시기에는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바운더리를 확장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라고 소크라테스는 충고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