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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겨울, MIT의 기상학 실험실, 에드워드 로렌츠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날씨 예측 모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모델에서 나온 1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 기간을 좀 늘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요,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대였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복잡한 명령어를 펀치 카드를 이용해서 입력하고 결과는 종이에 인쇄해서 봐야만 했죠. 그것도 몇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로렌츠는 1차로 나온 데이터를 재활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타이핑해서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렸습니다. 그런데 예측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겁니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렸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요. 입력한 데이터를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고장이 아니라면 이런 계산이 나올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아하! 하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컴퓨터는 소수 여섯째 자리까지 기억하지만 종이에 인쇄할 때는 소수 셋째 자리까지만 찍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차 데이터의 결과는 0.506127이었지만, 종이에는 0.506으로 나왔던 것이죠. 0.000127이라는 미세한 차이 때문에 2차 시뮬레이션 결과가 예측과 전혀 다르게 나왔던 겁니다. 그때부터 로렌츠는 이 시뮬레이션의 이상한 결과에 매달렸습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비선형적으로 연결된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매우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이렇게 카오스 이론이 탄생되었습니다. 로렌츠는 이후 ‘브라질에 사는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학회 발표를 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나비 효과’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카오스 이론은 확률적 사고와 비선형적 모델링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만들었습니다. 양자역학과 더불어 현대 과학을 한 단계 도약시키게 만든 것입니다. 이 모든 게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죠.
실수는 때론 학습과 깨달음의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실수가 없으면 어떤 것도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조직에서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나 실패를 하면 나쁜 평가를 받아 입지가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 실수가 드러나지 않게 되고, 구성원들끼리도 서로의 실수를 감춰주거나 눈감아주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자신의 실수나 실패가 여러 사람 앞에 드러나게 되면 매우 견디기 힘든 감정을 유발합니다. 창피함과 부끄러움, 당황, 후회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맛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실수를 피하려고 어렵거나 새로운 일을 회피하기도 하고, 이미 일어난 실수를 애써 감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인 이대열 교수는 이런 감정을 활용하라고 합니다. 뇌가 암기, 논리, 계산 등 이성적 방법으로 배우는 것 같지만, 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을 통해서 더 커다란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망, 후회, 질투 같은 감정은 두 번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문제 해결 방법을 뇌에 강하게 각인시킨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에서 실수나 실패를 묻어두는 것은 커다란 학습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입니다.
와인 오프너 안나, 새소리 나는 주전자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알레시는 이런 진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회사에는 출시해서 실패한 제품들을 전시해 놓은 실패 박물관이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요, 신제품에 대한 상품기획 회의는 반드시 여기서 한다는 것입니다. 실패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거부되는 제품의 경계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CEO인 알베르토 알레시는 디자이너들이 이 경계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예상 못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알레시 대표는 여느 기업과는 전혀 다른 일로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매년 두 개 정도 커다란 실패를 맛봐야 합니다. 최소한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만약 2-3년을 실패 없이 보낸다면 그건 정말 큰일입니다. 우리가 곧 디자인에서 리더십을 잃을 거라는 증거니까요. 우리의 경험을 보면 실패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으니까요.” 이처럼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실수가 충분히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배우고 혁신하게 됩니다.
로렌츠도 자신의 실수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주변에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실수에 대해 2년 이상 물고 늘어졌습니다. 이렇게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2002년 100년간 풀리지 않던 수학계의 난제인 푸앵카레의 추측이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에 의해서 풀렸는데요,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었습니다. 1960년 수학자 존 스톨링스는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학계는 일제히 환영했고 필즈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1965년 그는 “나는 왜 푸앵카레의 추측을 입증하지 못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증명이 잘못되었던 거죠. 거기서 스톨링스는 자신의 오류를 만천하에 공개했으며, 왜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세상에 알렸는데요. 앞으로 더 괄목한 업적을 낼 수 있으니, 실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겠지요. 정말 엄청난 자신감이었습니다. 스톨링스의 연구는 기하학의 발전을 앞당겼으며, 이로 인해 푸앵카레의 추측이 증명되는 데 훗날 기여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한 번도 실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죠. 오랫동안 실수를 하지 않고 있다면 충분히 어려운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에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실수나 실패가 따라온다면, 그걸 드러내고 물고 늘어져서 배우면 됩니다. 이게 로렌츠가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