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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소유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가 로켓 발사에 또 성공했다고 합니다. 2017년 6월 25일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의 통신위성 10개를 싣고 우주로 날아가 무사히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대단한 건 말입니다. 1단계 로켓 추진체가 발사 7분 만에 태평양에서 대기하던 바지선에 정확하게 수직으로 착륙했다는 거죠. 2017년 7월 초까지 10번의 로켓 발사를 모두 성공시켰는데요, 무거운 짐 때문에 연료를 다 써버린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켓을 모두 회수해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이메일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을 매각하고 스페이스 X를 설립한 게 2002년인데요. 이전에도 인터넷 기업인 Zip2를 매각한 터라 우주기업을 설립한다고 하니까, 모두들 SF 놀이하면서 번 돈을 까먹으려고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달랐습니다. 우주사업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이 1단 로켓이므로, 이걸 재사용하면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을 매달려서 매진한 결과, 2013년 발사된 로켓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부분의 로켓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사가 로켓을 쏘아 올리는 비용의 10분의 1도 안 든다고 합니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이름이 팰컨입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선 밀레니엄 팰컨호에서 따온 거죠.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한 솔로’가 타는 은하계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영화의 중심이 되는 기체입니다. 실제로 머스크는 SF 마니아였습니다.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SF 블랙 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집 등에 빠져서 살았답니다. 머스크는 학교에서 자주 왕따를 당했다고 하는데요, 그럴 때면 SF 소설에 나오는 세상을 상상하며 안식처를 찾았던 겁니다.
아직까지도 머스크는 SF를 즐기는데요, 아이언맨의 캐릭터를 고민할 때 주연배우에게 도움을 주었고, 실제로 아이언맨 2에는 자동차 경주를 구경 온 기업가로 출연했습니다. 아이언맨이 로켓 엔진이 멋있다고 말하자, 전기 제트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의 사업아이템 대부분이 SF에서 가져온 것인 만큼, 지금도 SF를 가까이 하는 것 같습니다. 머스크뿐 아니라 <스타워즈>의 팬인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스타트렉> 마니아였던 아마존의 베조스 등 수많은 혁신가들도 SF광으로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SF가 창조나 혁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사고의 유연성이 있어야 SF를 즐길 수 있습니다. SF를 즐기기 위해서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닌데요, 단지 지식에 대한 수용성만 있으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계층이 아이들과 지식인들이라는 거죠. 그래서 SF 소설의 독자는 아이들과 지식인층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SF를 즐기게 되지만 반대로 SF가 사고를 더 유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머스크가 스페이스 X를 설립한 이유도 이런 건데요.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우주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황당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2016년 1월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선언을 한 뒤로는 머스크의 황당한 생각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처럼 유연한 사고는 상상에 한계를 거두어 버립니다. 한계 없는 상상력이 중요한 건 결국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황당한 상상을 못 하는 건 현실적 문제로 미리 검열을 하기 때문인데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에 나왔던 기술들이 이제는 현실화되고 있으니까요. SF의 단골 소재인 홀로그래피는 기술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으며, 화려한 우주전쟁을 가능케 하는 광선포도 이미 개발되었습니다. <스타트렉> 전매특허인 순간이동 기술도 연구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네덜란드 델프트대학 연구진은 3m 떨어진 거리에서 입자를 순간이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언젠가는 물체가 이동하는 걸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89년에 나온 <백 투 더 퓨처 2>의 배경이 2015년이었는데요, 거기 나온 기술도 한두 개 빼고 모두 실현되고 있다고 합니다.
SF에 나오는 기술이 하나 둘 현실화되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SF를 보고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를 너무나 자세히 알고 있어서 황당한 상상까지 못 가지만, 소설가들은 작은 단초만 있어도, 그야말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죠.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와세다대 다카니 시 아츠오 교수는 대다수 일본 로봇공학자들은 어린 시절 아톰 만화를 보고 꿈을 키운 사람들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나중에 아톰 같은 멋진 로봇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언젠가는 아톰 같은 인간형 로봇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했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SF의 인기가 그다지 많은 건 아닙니다. 아마도 수직적인 문화, 남북의 대치상황, 획일적인 교육 등으로 정답을 추구하는 버릇이 몸에 배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나 정답을 추구하다 보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만 시도하게 됩니다. 최근에 머스크는 튜브열차의 일종인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시속 1200km를 넘는 속도로 달리는 운송수단인데요, 사업화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답이 없는 일인데요, 그래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머스크처럼 우리도 정답이 없는, 아니, 당장 정답을 낼 수 없는 문제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걸 생각한 것만으로 결국에는, 언젠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바로 혁신은 그렇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