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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공지능의 아버지, 민스키

biumgonggan 2021. 8. 20. 10:54

2016년 3월 9일부터죠.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5번기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에게 5연승을 거둔 뒤 이세돌 9단에게 도전했습니다. 누가 이기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한 게임에서까지 인간을 넘볼 정도로 인공지능은 발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1월 말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빈 민스키 MIT 명예교수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박사과정 중에 세계 최초의 신경망 컴퓨터를 만들었고, 1959년 동료 교수 존 매카시와 함께 MIT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이때 AI, 인공지능이란 말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이외에도 시각 스캐너, 생물학 실험실에서 쓰는 공초점 현미경, 최초의 헤드셋 디스플레이도 개발했습니다. 수학과 컴퓨터 분야에서 노벨상이 없어서 그렇지 민스키는 아인슈타인에 비견될만한 대학자입니다.

 

민스키는 어릴 때부터 수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천재였습니다. 5살 때 IQ 테스트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답니다. 풀이 높게 자란 공터에서 공을 잃어버렸을 때 이 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뭔가? 답은 중앙에서부터 나선형으로 찾아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스키는 전혀 다르게 답했습니다 나선형은 맞지만 중앙까지 걸어가서 나선형을 그리면 중복되는 지점이 생기니까, 바깥에서부터 중앙으로 나선형을 그려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답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민스키는 이때 처음, 어른들이라고 완벽하지는 않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5살에 말이죠. 천재는 분명한 것 같은데요, 민스키가 세계 최고의 학자, 발명가, 혁신가가 된 게 그의 천재성과 호기심 때문만이었을까요?

 

그가 쓴 “외계 지능과의 대화”라는 논문을 읽어봤습니다. 그의 홈페이지에도 나와있는데요. 요점은 지능을 지닌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사고할 것이므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조건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진화된다는 건데요. 시간의 제약에서 목표라는 개념이 생길 거라는군요. 또 시간에 따른 환경의 변화는 그 변화의 원인을 생각하게 되어 인과적 사고를 하게 만들고, 자연스레 예측이나 추론 사고로 이어질 거라는 겁니다. 뭐, 이렇게 외계인도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인상적인 건 컴퓨터공학자의 글 같지 않고, 철학자나 역사학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건데요. 이처럼 그는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신선한 이야기를 한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민스키는 평소 “어떤 일을 한 방향으로만 이해했다면 그건 진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즐겨했는데요. 한 주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그건 그가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기 때문입니다. 브룽크스 과학고를 다닐 때부터 장차 뛰어난 과학자가 될 친구들과 사귀었는데요, 이때부터 그는 인지기능 자체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하버드대에서 물리학 전공이었지만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 등 다른 수업을 들으며 해당 분야의 유명 학자를 찾아가 대화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가령 미국심리학회가 20세기 최고 심리학자 1위로 뽑은 BF 스키너 교수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민스키가 만든 신경망 컴퓨터는 스키너의 실험, 즉 미로에서 길을 찾는 쥐의 학습행동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그는 졸업하기 전에 수학으로 전공을 바꿨는데요. 호기심 위주로 여러 과목을 듣다 보니 학점이 나빠졌고, 수학과는 논문만 통과하면 졸업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수학과에서도 장차 유명한 수학자가 될 글리슨과 친해졌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수학 박사를 받을 때는 게임이론의 대가 폰 노이만 교수나 훗날 노벨상을 받는 존 내쉬와 신경계가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단지 학자뿐만 아니라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프레더릭 폴 같은 SF 소설가들과 평생 만났는데요. 클라크의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영감을 주었고,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질 때는 여러 가지 자문을 해줬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민스키에게 고마워하며 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카민스키로 지었습니다. 그의 연구실은 커즈와일, 스톨만 같은 탁월한 제자들로 북적거렸고, 항상 이메일을 켜놓고 뛰어난 지성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민스키는 분명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천재성이 탁월한 업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수많은 동료들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산은 홀로 높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산이 나오려면 주변에 있는 산들도 비슷하게 높아져야 된다는 말입니다. 시카고대학 같은 곳에서 노벨상을 많이 배출하는데요. 거기 똑똑한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자극을 주고받는 가운데, 조금 더 똑똑한 사람이 노벨상을 타는 것입니다. 이처럼 창조와 혁신은 불세출의 천재 한두 명이 나온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조직의 수준이 올라가야 합니다. 즉 수많은 사람들이 창조와 혁신에 몰두하고, 이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편하게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사람에게 스파크가 튀어 위대한 창조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민스키는 평생 지능에 대해 연구했는데요, 그는, 지능은 단일한 메커니즘의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하는 에이전트들의 상호작용이라고 했습니다. 머릿속에 여러 자아가 복잡하게 관계 맺고 있다는 건데요. 조직 전체의 혁신능력을 높일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혼자가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이 서로 교류하며 서로 영감과 도움을 줄 때 혁신과 창조가 나올 테니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