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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중순에 끝난 프로테니스 투어 마지막 대회인 왕중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연말 왕중왕전을 3 연패하게 됐습니다. 그는 2013년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지만 사실상 2011년부터 세계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실 조코비치는 스무 살이었던 2007년부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테니스계를 양분하고 있던 페더러와 나달에게 막혀 만년 3위 신세를 면치 못했죠. 그러다가 2011년 갑자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는데요, 사실 그 이전과 테니스 실력에서 엄청난 도약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2006년부터 그와 일하고 있는 바이다 코치에 의하면, 모든 건 2010년 연말에 벌어진 데이비스컵 우승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1년 동안 이어지는 데이비스컵은 단식 4게임과 복식 1게임을 치르는 국가대항전인데요, 세르비아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조코비치는 2010년 내내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를 가까스로 우승시키며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그 전에도 우승한 적은 있지만 조코비치는 이 대회에서 우승의 참 맛을 봤다고 합니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조코비치가 시합에 임하는 자세가 완전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1등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인데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등을 경험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생깁니다. 오랜 전에 심리학자들이 재미있는 동물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그린 선 피시 한 무리를 사흘 동안 관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물고기가 지배적이고 어느 것이 순종적인지 파악했죠. 그중에서 지배적인 물고기들만 뽑아서 세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한 집단은 혼자 따로 있게 했고, 또 한 집단은 자기보다 덩치가 큰 물고기 한 마리와 함께 있게 했으며, 나머지 한 집단은 덩치가 작은 물고기 한 마리와 함께 지내도록 했습니다. 닷새 동안 말이죠. 그런 후에 이 물고기들을 원래 있던 어항으로 옮긴 다음 이들의 공격성을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덩치가 큰 녀석과 닷새 동안 생활했던 물고기는 패자로 살아야 했던 경험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낮은 공격성을 보였습니다. 반면 덩치가 작은 녀석과 생활했던 물고기는 예전보다 훨씬 강한 공격성과 지배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1등 효과가 나타난 것이죠.1등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보다 많이 분출된다고 합니다. 이는 뇌 속에서 도파민 수치를 높여서 더 과감해지고 긍정적이 되며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한계점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조코비치 역시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로 플레이가 더 과감해졌습니다. 페더러나 나달을 만나도 절대로 기죽지 않고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2011년에 무려 41연승을 기록하며 7개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했고,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3개나 따냈습니다. 특히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나달에게 결승전에서만 6연승을 하며 천적이 됐습니다. 둘째, 1등을 하면 1등 만의 자존심이 생깁니다. 연세대학교의 신동엽 교수가 우리나라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창조성의 원천을 찾는 작업을 했는데요, 이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이들은 모두 사명감과 소명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열정이 식을 때나 슬럼프에도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사명감이 바로 나는 다르다 라고 하는 최고만이 지닌 자존심입니다. 제가 아는 프로 골퍼 후배가 있는데요, 그 친구에게 들은 얘기도 비슷합니다. 국내대회 탑 5에도 가끔씩 드는 선수라서 한 번은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너와 신문에 나오는 우승한 선수들이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거 같아?” 그랬더니, 예상 외로 아니라는 겁니다.
골프선수들은 연습을 같이 하니까, 가끔씩 점심 내기로 골프를 친다고 합니다. 거기서 우승한 선수들을 많이 이긴답니다. 물론 봐주는 건 없었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선수들인데, 한번 우승을 하게 되면 달라진다는 겁니다.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좀처럼 탑 10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는 거죠. 컨디션이 안 좋아도요. 바로 자존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조코비치도 2010년 이후 확실히 달라진 것이, 대회에서 초반에 탈락하는 경우가 없어졌습니다. 2011년부터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만 8강에 그쳤고 모두 준결승 이상의 높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조코비치의 경기를 보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내가 1등인데 너한테 질 수야 없지’라는 생각으로 싸운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셋째, 1등을 하면 끈기도 생깁니다. 그래서 힘든 과정을 잘 넘기게 됩니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우선 이 고비만 넘으면 목표점, 성공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인지적으로 잘 참게 됩니다. 마지막 한 고비를 못 넘고 포기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대부분 이걸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유로는 아까 말씀드렸던 자존심이 끈기를 만듭니다. 내가 클래스가 다른 사람인데, 이런 역경에 굴복할 수야 있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1등이 끈기를 만든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흔히 끈기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알고 있는데, 성공 경험이 끈기를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조코비치가 그랬습니다. 2010년 이전에는 기권하거나 위기를 맞게 되면 포기하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엔 달라졌죠. 2011년 US 오픈을 우승할 때 수없이 자신을 눌렀던 페더러를 준결승전에서 만나서 2세트를 준 이후에 내리 3세트를 따내 승리했습니다. 2012년 나달과의 호주 오픈 결승전도 그랬지요. 마지막 세트에서 2-4까지 몰리다가 역전해서 7-5로 승리해 우승했습니다. 이 경기는 5시간 53분을 기록해 메이저 대회 중 가장 긴 시합이 됐죠. 경기가 끝난 후 두 선수는 다리에 쥐가 나 시상식에서 서있지 못해 의자에 앉아 수상하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1등을 하는 것은 물론 어렵습니다. 하지만 1등의 효과는 이처럼 대단합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거대하게 나가지 말고 작은 1등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잘하는 영역에서부터 1등을 한 후 시장을 넓혀가는 것이지요. 구성원들을 동기 부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작더라도 그들이 잘하는 걸로 1등을 경험하게 하는 겁니다. 조직 내에서 Small success를 가능한 많이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조직은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