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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테니스 선수 나달의 성공요인

biumgonggan 2021. 8. 15. 13:09

여러분은 혁신의 다른 이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창조라고 생각하는데요. 창조와 혁신은 남들이 가지 않은 전혀 새로운 길을 간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입니다. 너도 나도 혁신에 메말라하는 시점인데요. 혁신은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가, 운동선수, 과학자, 디자이너 등도 모두 창조가 들이고 혁신가들입니다. 저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를 이룬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창조성의 원천’에 대해 말씀 드릴 예정인데요.

 

라파엘 나달, 이름 들어보셨죠?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스페인 선수입니다. 메이저 대회에서 13번이나 우승해서, 스페인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에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나달이 보여준 플레이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서, 8개월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지다가 무릎이 완치되지 않아 절뚝거리며 테니스를 치더군요.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여름이 될 때까지 총 9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전에 올랐고, 그중 7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격렬하면서도 섬세함이 필요한 테니스에서는 특히, 경기 감각을 이렇게 쉽게 끌어올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언론에서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성공적인 복귀라고 평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2013년 2월 나달은 comeback을 위해 칠레로 갔습니다. 칠레 대회는 나달 같이 탑 랭커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남미의 100위권대 선수들이 주로 참가하죠. 나달은 이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브라질과 멕시코 등에서 펼쳐지는 인기 없는 대회에도 계속 참가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이 대회들이 모두 흙바닥인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달은 발이 빨라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공이 느려지기 때문에 수십 번의 랠리가 일상적인데요,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가공할 기량을 발휘해 왔습니다. 클레이 코트 통산 승률이 93%로 부동의 역대 1위고,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서는 8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데뷔 때부터 '클레이 코트의 황제'라고 불렸지요.

 

나달은 긴 공백으로 떨어진 경기력을 재빨리 끌어올리기에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클레이 코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작은 대회지만 우승을 하면 승부에 대한 확신이 생겨 컨디션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본 것이죠. 경기력이 워낙 떨어져 칠레 대회에서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브라질과 멕시코 대회에서는 절뚝거리면서도 우승했습니다. 자신감을 충전한 나달은 경기력이 급속도로 회복되었고, 이후에는 하드코트나 탑 랭커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에 나가서도 대부분 우승을 거두었습니다.

 

사실 나달은 다른 선수보다 자신감을 더 필요로 하는 선수입니다. 매우 독특한 테니스를 치기 때문인데요. 나달은 포핸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어려서부터 포핸드만 유독 잘 쳤다고 합니다. 4살에 테니스를 시작한 나달은 삼촌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삼촌은 나달이 포핸드를 특이하게 치는 걸 보고 그걸 집중적으로 연습시켰습니다. 심지어 백핸드 쪽으로 공이 오더라도 발이 빠른 나달은 두 걸음 더 뒤로 뛰어 포핸드로 공을 쳤습니다. 백핸드가 약하면 백핸드 연습을 많이 할 것 같지만 나달은 포핸드에만 집중했습니다. 상대 선수들이 나달의 백핸드를 공략하면 될 거 같은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나달이 먼저 정교하고 강력한 포핸드로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나달의 포핸드를 받아내는데 급급해서, 아예 백핸드 쪽으로 공을 보낼 수 없었던 것이죠. 나달은 약점을 고친 게 아니라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그 자신감으로 세계 최고가 된 것입니다. 자신감은 나달 같은 운동선수에게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신감은 창의성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심리학자들이 재미난 실험을 했는데요.두 집단에게 퀴즈를 풀게 하고, 한 집단은 퀴즈를 맞히면 부엉이로부터 무사히 도망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틀리면 잡아 먹히는 영상을 틀어주었습니다. 다른 집단은, 정답 유무에 따라 치즈를 먹거나 먹지 못하는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부엉이 집단은 방어적인 태도나 조바심을 갖고 퀴즈를 풀게 되고, 치즈 집단은 적극성과 성취감을 갖고 퀴즈를 풀게 된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집단이 푸는 퀴즈에 차이가 생겼는데요, 부엉이 집단은 논리적이고 계산이 요구되는 문제를 잘 풀었고, 치즈 집단은 창의성을 요하는 퀴즈를 잘 풀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압박이나 조바심, 스트레스는 생각의 폭을 좁게 만든다고 합니다. 좋은 쪽으로 말하면 집중력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래서 논리적인 문제를 풀 때는 스트레스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적극성, 성취감, 자신감은 인간의 머리를 유연하게 만들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여러 개념들이 융합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회의할 때 이런 경험 많이 하셨을 겁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머리가 위축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안 떠오릅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곳의 개념이나 색다른 지식을 가져와야 하는 창조성에는 ‘자신감’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GE가 한창 잘 나갈 때 잭 웰치 전 회장이 쓴 자서전 제목은 <Straight from the Gut>이었습니다. Gut이란 게 바로 배를 말합니다. 배짱, 자신감을 뜻합니다. 세계 최고 기업의 CEO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전략, 제품, 사업모델, 심지어 경영방식을 시행하려면 베짱이나 자신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나달이 14세 때 스페인 테니스연맹은 그의 가능성을 보고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최신 기술을 배우라고 말이죠. 그러나 코치이자 삼촌인 토니 나달은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훗날 그때를 회상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바르셀로나에 갈 필요는 없다. 재능이 있고 꾸준히 노력하면 어디든 상관없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체계적 교육은 아마도 나달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만들었을 겁니다. 약점을 보완하면 평균이 되지만, 강점을 강화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독창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 됩니다. 나달이 바르셀로나에 가서 남들과 똑같은 테니스를 배웠다면 지금처럼 창의적인 테니스를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뛰어난 선수는 됐겠지만, 테니스 역사에 남는 위대한 선수는 되지 못했을 겁니다. 창조성의 첫 번째 조건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