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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나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바위 하나하나를 끌어 모아 하나의 산을 이룬 것처럼 참 신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언뜻 보면 야수의 턱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날카로운 톱을 연상케 합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 사진은 바르셀로나 북서부에 있는 몬세라산으로 1,500여 개의 톱 니꼴 모양의 봉우리들이 잇닿아 있는 몹시 험난한 산입니다. 별칭도 Serrated mountain 즉 톱니모양의 산이라 붙여졌지요. 카탈루냐의 상징으로 불리는 산인데요. 헌데 이 산이 잘 알려져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건축가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산이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카사 밀라의 외벽 면이라든지 풍우에 침식된 기괴한 바위들이며, 아직도 완공되기 멀었다는 파밀리아 성당을 보더라도 몬세라 산의 이미지는 가우디 건축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식물이나 동물이 가진 사실적인 형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공물과 구별되는 본질적인 형상, 즉 부드러운 유기적 곡선'으로 표현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건물은 나도 고안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을 텐데요. 허나 이 당시 건축은 딱딱한 직선이 주를 이루었던 1800년대 후반 때입니다. 당시로써는 상당히 파격이며 지금 현대의 건축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지요.
수세기 동안 몬세라산을 보아왔던 사람들은 정말 많았을 것입니다. 허나 그들은 그저 자연으로만 바라보았지 영감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가우디는 몬세라산을 나를 가르친 스승이라 칭합니다. 태초의 생명적 근원을 담고 있는 곳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의 스승은 저 자연입니다라고 말할 정도이죠. 가우디처럼 스케일이 큰 자연물을 보고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저번에 말한 요른 웃존처럼 오렌지를 까다가 영감을 얻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할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똑같은 자연물을 보고 남들과 달리 나만의 영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라이트도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 미국 위스콘신 주에 위치한 존슨 왁스 빌딩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외관에서부터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곡선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특히 내부 모습이 참 독특합니다. 나무처럼 서 있는 버섯형의 열주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지요. 이 천장을 유리 튜브로 만들어져 적극적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하였는데요. 마치 햇빛이 내려쬐는 숲 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합니다. 우리가 태초에 동물의 공격과 자연재해로 부터 피해 만든 쉘터가 바로 비슷한 이론이기도 하죠. 나무줄기가 받쳐진 움막 형태인 것이죠. 라이트는 말기에 그 유명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게 되는데요, 자연을 닮은 유기적인 형태, 즉 달팽이 모양, 봉우리 모양의 형태의 건축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의 가장 대표작이기도 하죠.
외형뿐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에서도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경우라 할 수 있지요. 렌조 피아노는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타임스 사옥,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등 세계 건축사에 획을 그은 명작을 설계해왔으며 프리츠커 수상경력도 있지요. 기계가 디자인이다, 구조가 미학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테크놀로지 기반의 디자인을 선보인 건축가인데요 그의 작품들을 겉에서 보자면 자연과 상관없이 그저 모던해 보이기 합니다. 그는 자연으로부터 건축조형을 많이 차용해왔으며 특히 건축의 친환경 기술 구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건축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뉴칼레도니아의 장 마리 티바우 문화센터는 원주인인 카낙의 고유문화를 보존하려는 취지에서 설계된 건축입니다. 이 문화센터는 서로 다른 크기와 기능을 가진 열 동의 건물로 이루어진 아방가르드 양식의 건축물이죠. 위에서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에는 이 건물이 어째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갸우뚱하실 것입니다. 만들다 만 건물처럼 미완성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자연 속에서 바라봤을 때는 그 느낌이 달라집니다. 아방가르드한 열 동의 건물은 소나무와 원주민 전통가옥인 카즈를 모티브로 설계를 하였는데요. 렌조 피아노의 독특한 설계는 주변 지형과의 조화 속 일체화된 분위기를 나타내게 하였습니다. 렌조 피아노는 카낙의 토착문화와 활기 넘치는 정체성을 특히 강조하고 싶어 했는데요. 미완성된 건축처럼 보이지만 기술은 첨단입니다. 지진이나 사이클론을 고려해 피해를 최소화되도록 설계된 것이며, 뉴칼레도니아의 겨울인 4월 8월에도 평균기온이 20~23도나 될 정도 더운 지방에서 시원하게 견딜 수 있도록 완벽한 냉방과 공기 순환이 가능한 십자형 환풍 시스템을 적용하였습니다. 주요 건축 자재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잘 썩지 않고 내구성이 강한 아프리카산 목재 이로코가 사용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고색창연한 은빛을 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카낙 문화가 그동안 지켜온 자연,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이 모험과 도전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요? 제가 보기에 그리 거창한 곳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항상 거닐었던 동네 뒷산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직원들에게 받은 한 송이 꽃송이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우디의 스승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몬세라도 산이었으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숲, 렌조 피아노는 소나무였던 것처럼요. 자연을 흠모하고 모방하고 은유하는 과정 속에서 걸작은 출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