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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의 변화를 가져온 경기
2015년 11월 8일이었죠.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11라운드에서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10월 초에 1위까지 올라갔던 비야레알과 맞붙었습니다. 2대 0으로 앞서던 후반 39분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의 환상적인 골이 터졌습니다. 팀 동료 수아레즈의 로빙 패스를 달려가며 배로 받은 다음, 오른발로 상대 수비수의 머리 위로 공을 넘긴 후, 그를 피해 한 바퀴를 돌아서 떨어지는 볼을 그대로 골망에 차 넣었습니다. 저도 새벽에 이 장면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는데요, 해설자는 펠레 샷이라며 바르셀로나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인에서 3번째 시즌을 맞는 네이마르는 이 골처럼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네이마르의 유년 시절
1992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네이마르는 펠레가 19년을 뛰었던 걸로 유명한 FC산투스 유소년 팀에 들어갔고요, 17살이 되던 2009년 프로에 데뷔하면서부터 타고난 기량을 드러냈습니다. 팀을 여러 대회에서 우승시키며 유럽의 명문 클럽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결국 2013년 5월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축구의 신 메시와 한솥밥을 먹게 됐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는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이름값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리블은 잘하지만 압박에 대한 대처나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호흡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죠. 2번째 시즌에는 이런 문제들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2% 모자랐습니다. 그러던 네이마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축구 전문매체들이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기는 평점에서도 1위를 했었습니다. 갑자기 포텐이 터졌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팀을 이끄는 메시가 다쳤던 겁니다. 메시는 2015년 9월 26일 라스팔마스와의 리그 6라운드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장기간 결장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전적으로 메시에게 의존하는 팀입니다. 메시에게서 공격이 시작되고 메시가 기회를 만들며 메시가 골을 넣죠. 이런 메시가 없으니 난리가 났습니다. 감독은 메시 대신 네이마르에게 의존하게 됐고, 그는 책임감과 오너십을 가지게 됐습니다. 실제로 오너십은 재능을 일깨워줍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일은 내 거다 라는 주인의식이 내적 동기를 일으키고 그에 따라 자발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스스로 뭔가를 하게 되니 자유도가 증가하고 창조역량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죠. 게다가 오너십은 사람을 더 근성 있게 만듭니다. 내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에 결코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끈기가 늘어나는 것이죠.메시가 결장한 후 출장한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9경기에서 네이마르는 11골이나 넣었습니다. 두 달 동안 네이마르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로 거듭났던 것입니다.
브라질 국가대표 네이마르
사실 네이마르는 이미 브라질 국가대표로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2015년 9월까지 총 67경기 A매치에 출전해서 46골을 넣었습니다. 3경기당 두골을 넣은 거죠. 역대 브라질 국가대표들 중 5번째로 많은 골입니다. 23살에요. 전문가들은 네이마르가 펠레, 호나우두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기록을 갈아치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런 기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리하게 현란한 드리블을 하다가 패스 타이밍을 놓치거나 어이없는 슛으로 골을 놓쳤죠. 그래서 국가대표로만 잘한다고 우리나라 팬들은 국대마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메시의 결장을 틈타 팀을 이끌게 된 네이마르는 무조건 발재간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적합한 타이밍에 자신의 창의적 기술인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모아 공간을 만들어내는 한편, 슈팅의 정확도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네이마르의 평점
메시가 결장한 이후 보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게 된 네이마르의 평점은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또 책임감을 가지면서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졌습니다. 그간 쉽게 흥분하고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10년 산투스 시절 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감독이 다른 선수더러 차게 했습니다. 바로 전에 실축한 적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네이마르는 경기장에서 감독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심판과 주장이 그를 진정시켜야 했죠. 사실 지난 시즌까지도 골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많았는데요. 이런 모습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비야레알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수아레즈에게 기꺼이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컨디션으로 보나 팀에서의 역할로 보나 네이마르가 찰 공이었는데 말입니다. 성숙함을 갖게 되면서 축구를 보는 시야가 덩달아 커졌습니다. 팀 플레이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겁니다. 현재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선수가 메시와 호날두인데요. 골 기록은 엎치락뒤치락하지만 메시가 호날두보다 월등하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메시는 골만 넣는 선수가 때문입니다. 메시는 동료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플레이도 매우 많이 합니다. 그래서 어시스트가 항상 더 많죠. 네이마르는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닮아갔습니다. 메시 결장 이후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9경기에서 그는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서 동료가 골을 넣는 걸 도왔습니다. 시즌 1년 동안 기록한 어시스트와 같은 개수입니다.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자 자신의 기록보다 팀 승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전체를 보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너십은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킵니다. 흔히 책임과 권한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못 미덥기 때문인데요. 한번도 권한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미덥게 행동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먼저 권한을 주면 내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자리가 마음가짐을 바꾸고 마음가짐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