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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논리적인 좌뇌를 많이 쓰십니까, 직관적인 우뇌를 많이 쓰십니까?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 심지어 앞쪽뇌, 뒤쪽 뇌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뇌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인생을 바친 과학자가 있습니다. 80세 생을 마감하기까지 오로지 한 분야만 연구했던 로저 스페리라는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이야기입니다. 1960년을 전후하여 칼텍의 신경생물학 연구실에서 로저 스페리는 현대 뇌과학을 한 단계 도약시킨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간질이 심한 환자를 대상으로 뇌량 절제술이 처음 시작됐는데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2억 개의 케이블인 뇌량을 잘라냄으로써 한쪽 뇌의 발작이 다른 쪽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수술이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여러 차례 실험을 했는데요,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에 커다란 그림을 각각 보여주고 난 후, 그 그림에 대해 묻는 실험이었는데요. 실험에 들어가기 앞 서우리 뇌의 시각정보 처리과정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좌뇌로, 왼쪽 그림은 우뇌로 들어오는데요, 그러면 뇌량을 통해 각각의 시각정보가 반대쪽 뇌로 보내집니다. 그런데 피험자들은 뇌량이 없기 때문에 이 정보는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즉 좌뇌는 오른쪽 시각영역만 가지고 판단하고 우뇌는 왼쪽 시각영역만 가지고 판단하게 됩니다.
스페리는 한쪽 눈이 다른 쪽을 보지 못하게 만든 후, 오른쪽 혹은 왼쪽에 숟가락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피험자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죠. 똑같은 숟가락 사진이었지만 대답은 달랐습니다. 오른쪽 화면에 숟가락이 나타나면 “숟가락이 보입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왼쪽 화면에 나타나면 신기하게도 무엇을 보았는지 대답을 못했습니다. 즉 좌뇌에 있는 시각정보만 대답하는 것이었죠. 스페리는 좀더 자세히 실험해 보았습니다. 왼쪽에 숟가락을 보여주고 테이블 위에 숟가락, 연필, 컵, 오렌지 등 여러 사물을 진열하고 조금 전에 보았던 것을 짚어달라고 지시한 것이죠. 신기하게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피험자는 여러 사물 중에서 자신이 보았던 숟가락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즉 우뇌는 시각정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만 뇌량이 없어서 좌뇌로 그 정보가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죠. 이 결과로부터 스페리는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이 좌뇌임을 밝혀냈습니다.
우리 뇌가 기능이 분할되어있다는 스페리의 연구는 의학계와 뇌과학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이후 다양한 후배 과학자들에 의해 뇌의 기능이 더욱 자세히 밝혀지게 됩니다. 그는 이런 공로로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요. 좌뇌에 언어기능이 있어 좌뇌는 논리, 우뇌는 직관이라는 단순 도식이 생긴 것도 스페리 때문이죠. 그런데 스페리는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실험을 생각해냈을까요? 어떻게 이런 위대한 발견을 했을까요?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유가 나옵니다. 1913년 코네티컷주 하포드에서 태어난 스페리는 과학보다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심리학 개론 수업을 듣고서였습니다. 심리학에서 강력한 흥미를 느낀 스페리는 심리학개론 교수를 찾아가 친해졌고 장애가 있었던 교수의 운전기사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이를 통해 심리학자들이 모여서 연구에 대해 토론할 때 뒷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인간의 행동이 타고나는 것인지 길러지는 것인지 궁금해했습니다. 당연히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특히 신경의 작용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시카고대학 동물학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이를 연구했습니다. 그로부터 스페리는 신경과 뇌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무려 25년에 걸쳐 하나하나 밝혀냅니다. 초기 실험에서 쥐의 뒷발 신경을 바꿔치기하니까 쥐가 발을 올려야 할 때 내리고 내려야 할 때 올렸습니다.
당시까지는 기능을 사용하면서 신경회로가 형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스페리가 이런 가설을 뒤집었습니다. 운동신경은 타고난 그대로 사용돼야지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겁니다. 그는 시신경 작용도 밝혀냈습니다. 개구리와 도롱뇽의 눈을 180도 뒤집어놓고 파리를 보여줬더니 파리와 반대방향으로 혀를 뻗는 것이었습니다. 이 상태로 수개월을 훈련시켰지만 학습이 불가능했습니다. 시신경 역시 팔다리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기능을 타고났던 것입니다. 이후 여러 차례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지 차례차례 밝혀냈습니다.
그의 실험은 점점 확장됐습니다. 고양이의 오른쪽 눈을 우뇌에, 왼쪽 눈을 좌뇌에 연결시켜보기도 했고요. 이게 가능하자 좌뇌와 우뇌의 연결을 제거하면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분리 뇌 실험을 고양이와 원숭이를 통해 시행하고, 최종적으로 간질환자를 통해 좌뇌와 우뇌의 비밀을 밝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스페리는 신경의 특성을 밝히고 이 지식을 토대로 두뇌와 신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했으며, 연구성과가 쌓여 자연스레 두뇌의 기능, 즉 좌뇌와 우뇌 연구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일단 스페리가 뇌의 위치에 따라 기능이 정해져 있음을 밝혀내자, 뇌과학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위치별 기능이 하나하나씩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스페리의 경우처럼 창조와 혁신은 탁월한 천재에게서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닙니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엄청난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합니다. 그런 지식들이 새로운 지식을 낳고, 수많은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디어의 밑거름이 되어 혁신이 태동하는 것입니다. 오랜 축적기간을 겪고 난 후 어떤 변곡점을 지나 야비로 소 효과가 갑자기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조직에서 새로운 창조물을 내고자 노력할 때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해 좌절할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조급해하기보다 축적의 시간이었다고 인내하며 다독이는 것은 어떨까요? 스페리가 분리 뇌 연구를 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길고 긴 시간을 견뎌낸 것처럼 말입니다. 혁신의 깊이는 축적의 깊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