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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들의 극지방 탐험 경쟁
100년 전, 강대국들은 극지방 탐험 경쟁을 통해 국력을 과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국이 가장 앞서 나갔지요. 영국은 가장 먼저 남극에 여러 번 탐험대를 보냈고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10년 6월 1일, 수많은 영국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스콧 대령은 남극으로 향했습니다. 스콧은 왕립 지리학 회로부터 넉넉한 자금 지원을 받았고, 60명이 넘는 많은 인력과 모터 썰매 같은 최신식 장비로 무장했습니다. 스콧의 떠들썩한 출발과 달리 노르웨이의 아문센은 6월 7일 밤에 쓸쓸히 출항했습니다. 그것도 북극점을 정복하려다가, 미국인 피어리가 북극을 정복했다는 소식에, 남극으로 갑작스럽게 목적지를 바꿨습니다. 당시 남극 탐험은 지금의 우주 탐사나 미래사업 개척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불확실한 모험이었었습니다. 그들은 개척자이기 이전에 사람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을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으로 성취해야 했기에 당대 창조자이기도 했습니다. 스콧은 치밀하고 과학적인 계획으로 탐험에 임했습니다. 그는 먼저 다양한 이동수단을 준비했습니다. 개썰매 하나에만 의지한 아문센과 달리 모터 썰매와 추위에 잘 견디는 몽고산 조랑말, 개썰매, 직접 썰매를 끄는 스키 팀 등을 준비했죠. 그리고 이들의 이동속도를 계산해서 출발시각을 달리할 생각이었습니다. 스키 팀이 제일 먼저, 다음이 속도가 느린 모터 썰매, 한참 후에 짐꾼 역할을 하는 조랑말, 마지막이 가장 빠른 개썰매 순으로 출발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거의 같은 시간에 목표지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복잡한 전략을 세운 이유는 가능한 한 짐을 많이 옮기면서도 대원들의 힘을 아끼기 위함이었습니다. 식량이나 연료를 최대한 많이 싣고, 피로해진 대원은 모터 썰매를 타면서 체력을 회복하자는 계획이었죠. 그렇게 극지방 가까이까지 간 후, 체력 상태가 가장 좋은 대원을 뽑아 남극점을 정복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콧의 계획은 처음부터 뒤틀어졌습니다. 무거운 모터 썰매가 얼음을 깨고 바닷속에 빠졌고, 나머지 두 대도 남극의 겨울이 오자 엔진이 멈췄습니다. 조랑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움직이지 않아서 짐꾼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됐습니다. 결국 행군에 방해가 돼 조랑말을 모두 사살하고, 그 짐을 전부 개들이 넘겨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33마리의 개들도 지쳐서 빨리 죽었죠. 스콧 일행은 맨 걸음으로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1912년 1월 17일이 돼서야 남극점에 도착했습니다. 1911년 12월 14일 도착한 아문센보다 한 달 이상 늦었죠. 결국 스콧 일행은 기력이 쇠해 돌아오던 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됩니다. 불확실성의 공간인 남극은 스콧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사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아문센
아문센은 스콧과 달랐습니다. 우선 아문센은 사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남극 탐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적합한 사람들만 모아야 한다고 여겼던 겁니다. 즉 스콧 일행처럼 전문 학식이나 다른 능력은 보지 않고 오로지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음바다에서 많은 경험을 한, 근성 있는 뱃사람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남극에서 꼭 필요한, 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바로 개를 다룰 수 있는 기술과 스키를 타는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스키 챔피언이 뽑힌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아문센은대원 19명 중 한 사람만 빼고 자기가 일일이 면접을 보고 모두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아문센은 전략을 단순하게 세웠습니다. 남극점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곳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서부터 100일간 무슨 일이 있어도 직선코스로 하루 28km를 행군할 생각이었습니다. 지형과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위도의 4분의 1씩, 나흘에 위도 1도씩 주파하기로 한 것이죠. 하루 목표를 빨리 완수한 날은 좀 더 쉬었고, 그렇지 못한 날은 덜 쉬면서 계획대로 주파했습니다. 대원들의 심적 부담감을 줄이는 한편 성취감도 느끼도록 하였습니다. 수월한 이동을 위해서 식량도 최소화했습니다. 개가 죽으면 사람이나 다른 개들이 식량으로 사용했습니다. 스콧은 학문적 탐사라는 목적도 가지고 있어서 지질학 연구를 위해 행군을 중단하거나 돌아오는 길에 15kg짜리 광석을 썰매에 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문센은 노르웨이 왕실과 후원자들에게 약속한 과학적 탐사는 배에 오르자마자 뒤로 젖혀뒀습니다. 오로지 목표는 남극 정복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아문센은 남극 탐험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 즉 추위를 이기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문센이 31살 때 북극점 정복을 위해 탐험에 나섰지만 실패한 적이 있는데요, 그는 이때 극지방에서 에스키모들과 생활하며 겨울을 보냈습니다. 3시간 만에 이글루 짓는 법도 배웠고, 개를 다루는 법, 모피옷의 장점, 썰매의 활주부를 얼려서 매끄럽게 타는 법 등을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남극 탐험 내내 대원들이 개들과 친해지도록 했으며 추위를 이기는 능력을 기르도록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식량을 많이 준비하지 않은 것도 에스키모처럼 물개나 바다표범, 펭귄을 잡아먹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불확실성과 빠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무기를 갖추기 전 제일 중요한 것은 본질과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줍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경영의 대가 짐 콜린스가 연구한 위대한 기업들은 모두 업의 본질을 꿰뚫고 핵심가치에 집중했다는 것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지요. 그들은 대부분 열정을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본질을 추구한 것이죠. 많은 기업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혁신 상품들을 쏟아내며 미래의 불확실함을 걷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나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상품들을 창조해내기 이전에 아문센의 교훈을 기억하는 것이 어떨까요? 본질과 핵심에 얼마나 충실했냐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