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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영국의 한 녹음실. 4인조 락앤롤 밴드 멤버와 음반 프로듀서가 모였습니다. 신곡 녹음을 앞두고 최종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기타 한 대와 목소리로만 녹음하는 것이 좋겠다는 멤버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프로듀서가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 여기 현악 4중주를 믹싱해 넣어보는 건 어떨까?” 밴드 멤버들은 강력하게 반대하는데요. 락앤롤 밴드와 클래식 밴드는 어울릴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자 제작자는 다시 한번 권하죠 “그저 의견을 뿐이야. 그저 한 번 시도해보는 거야 어때? 맘에 안 들면 다시 녹음하자” 마침내 이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 등 현악 사중주가 반주로 더해져 음반 녹음을 했는데요. 이 노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모험적인 시도였죠. 팝의 감미로움과 클래식의 중후함이 어우러져 출반 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노래 제목은 “예스터데이”. 영국의 변방 리버풀에서 시작한 이름 없는 4명의 젊은이 비틀스를 세계 최고의 팝스타로 등극시킨 결정적인 노래였죠. 비틀즈의 사진 속에 항상 등장하는 이 사람, 비틀즈를 세계에 우뚝 세운 주인공 프로듀서 조지 마틴입니다. 조지 마틴을 흔히 제5의 비틀스 멤버라고 부릅니다. 불멸의 비틀스가 되기까지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 공로자이기 때문입니다. 비틀즈가 악보를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키워낸 건 조지 마틴이었습니다. 음반 제작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던 비틀스의 테이프를 처음 들은 조지 마틴이 내뱉은 말은 감탄도 비난도 아니었습니다. “리버풀에서 이 남자들을 데려오죠. 난 새로운 것을 원하고 아마 그들과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틀즈의 멤버들은, 그의 다양한 시도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특히 예스터데이의 작곡자인 폴 메카트니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죠. 하지만 반대가 무색하게 조지 마틴의 이색적인 시도는 성공, 대성공이었습니다. 만약 끝까지 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 2분에 한번씩 방송되는 불후의 명곡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조지 마틴의 실험적이고 다양한 테크닉은 비틀스 음악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양적 질적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거리낌 없이 혼합하는 '장르 간 넘나들기'와 함께 그는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녹음 방법을 시도했는데요. 1996년 비틀스가'rain', 비라는 곡에서 비가 내리는 날의 뿌옇고 흐린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자 조지 마틴이 제안합니다
"연주를 빠른 속도로 녹음해 느리게 재생하면 어떨까?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각각의 악기를 따로 녹음해서 한꺼번에 합성하는 <멀티 트랙 녹음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지금이야 멀티채널 녹음은 흔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이었던 당시로서는 파격이었고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비틀스 멤버들에게 단 한 번도 작업방식이나 테크닉을 강요 않았다고 강조하는데요 그저 권유했을 뿐이라고 말하죠. 프로듀서로서 자신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크게 한 것은 없습니다. 아티스트스의 개성을 바꾸는 것은 프로듀서로서 어리석은 일이죠.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니까요” 사실 가수에게 음악 프로듀서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음반 전체의 분위기, 가수의 목소리 삽입 여부까지 결정할 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긴 하죠. 하지만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를 대할 때 조지 마틴은 자신만의 고집은 드러내지 않고 가수의 능력을 최대한 존중코자 했습니다. 그의 이런 프로듀싱 능력은 가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죠. 비틀스뿐만 아니라 그는 밥 딜런, 엘튼 존, 스티비 원더, 제프 백 등 그야말로 팝계 글로벌 스타들의 음반을 제작하는데요 그가 프로듀싱한 노래 중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곡이 무려 23개로 사상 최다입니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죠. 그리고 1996년, 조지 마틴은 대중음악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여왕에게 "sir" 기사 작위를 받게 됩니다
1988년 미국 버클리 음대 졸업식에서 그는 미래의 아티스트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남을 멸시하는 클래식 아티스트나 반대편 동료들을 비웃는 로큰롤 아티스트가 아닌 건전하고 편견 없는 순수한 아티스트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에 음악은 단 두 가지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장르만을 진정한 음악이라 여기고 다른 장르를 업신여기는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히기 쉽죠. 하지만 조지 마틴은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융합시킴으로써 음악의 지평을 한껏 넓힐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빛나는 성공 뒤에는 무대 뒤 어두운 대기실에서 참고 견디며 그들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듀서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조지 마틴을 통해 기억해보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