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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은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태양에 빠져 있었습니다. 빛의 성질을 규명하는 게 관심사였죠. 그래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까지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노트에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내 눈은 몹시 상처를 입었다. 나는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었고 방을 어둡게 해 놓고 3일 동안 틀어박혀 있었다. 그동안 태양을 상상하지 않기 위해 딴생각을 하느라 별의별 짓을 다했다. 왜냐하면 어두운 곳에 있었음에도 태양만 생각하면 곧 태양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뉴턴은, 이처럼 어떤 대상에 꽂히면 엄청나게 몰입했습니다. 그게 바로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창조의 비결이었습니다.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뉴런이라는 뇌에 있는 신경세포의 작용입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면 그와 관련한 뉴런 사이의 연결고리인 시냅스가 활성화됩니다. 처음에는 백만 개 정도 활성화 되다가 지속적으로 그 일에 몰입하면 천만 개, 수억 개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어떤 일에 몰입하면 그와 관련한 기억과 정보들로 뇌가 꽉 차게 되고, 이들이 서로 연합하고 상호작용하며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우리는 이런 시냅스의 상호작용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는 겁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집중하다가 문제를 해결하면 쾌감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뇌에서 분비됩니다. 이게 바로 몰입에 의한 쾌감입니다. 뉴턴은 평생 이렇다 할 연애를 하지 않았는데요, 연애보다 몰입을 통해 얻는 쾌감이 훨씬 컸던 모양입니다. 이처럼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되면 자꾸만 더 하게 되고, 자연스레 창조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몰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첫째, 오너십을 가져야 합니다. 바둑, 테니스, 포커처럼 목표가 명확할 때 몰입이 쉬운 건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 목표는 '내 것'이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의 목표가 있어도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 건, 그 목표가 남의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처리하지 않으면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으면 목표가 아무리 명확해도 일에 몰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주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일깨워줘야 합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홀로 남겨진 뉴턴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그래서 자연을 관찰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며 자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 만물을 움직이는 힘의 원리를 규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게 됐는데요. 그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아니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친구가 대학 도서관에서 유클리드의 책을 빌리는 뉴턴에게 “그런 책은 뭣 하러 보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뉴턴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크게 웃었고, 그 친구와 우정을 끝냈습니다. 자신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겁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우주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였으니까요.
둘째,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피드백이 꼭 필요합니다. 몰입이 잘되는 취미 중에 하나가 바둑인데요. 바둑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둑돌 하나를 놓을 때마다 형세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이죠. 간혹 조직에서는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중간 과정은 어떻게 돼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풍토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결과에 대해 과민하게 걱정하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많기 때문에 100% 몰입할 수 없습니다. 1665년 뉴턴은 유럽 전역에 창궐한 흑사병을 피해 대학을 떠나 고향 울스토르프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2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이 법칙이 한 번에 나온 건 아닙니다. 뉴턴은 이 시기에 무한급수 이론을 개발했고, 미적분도 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학이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만유인력 발견의 과정이었습니다. 태양을 도는 행성은 곡선으로 움직이고, 탑에서 떨어뜨린 물체의 위치 변화도 곡선입니다. 이런 곡선의 면적을 구하거나 곡선에 접한 접선의 기울기를 구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를 즐겼던 것이지요.
셋째, 도전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바둑이나 테니스의 상대도 내가 이기기에 약간 어려워야 게임이 재미있고 몰입이 됩니다. 쉬운 상대는 지루하고 불가능한 상대는 의욕이 안 생기죠. 그래서 구성원들을 몰입하게 하려면 약간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게 좋습니다. 빛에 대한 연구와 만유인력 법칙의 체계를 다 잡은 1670년대부터 뉴턴은 연금술에 매달렸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고, 평생 연구의 일환이었습니다. 연금술에 빠진 까닭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세계, 즉 원자의 비밀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즉 우주와 만물에 적용하는 힘의 원리를 규명한 후 그의 이론을 미시적인 세계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였던 거죠. 사실 이건 현대물리학에 와서나 가능한 일이었기에 결국 실패했습니다. 당시 뉴턴은 동료교수를 점심식사에 초청한 후 옆방에 들어가 실험에 빠져서 그를 돌려보낸 일도 있었습니다. 뉴턴에게도 원자의 비밀을 밝히려는 시도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기에 온갖 능력을 쏟아부어 몰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몰입이 어려운 환경이죠. 더욱이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베라 왕은 매일 밤 11시부터 2시까지 '창조의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녀의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대부분 이 시간에 나왔다고 하는군요. 그녀는 밤이야말로 한꺼번에 일곱 명이 달려오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매일 반복하기 때문에 이제는 이 시간이 되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겁니다. 뉴턴의 업적도 대부분 흑사병을 피해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나왔습니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2년 가까이 하나의 주제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디 몰입을 습관화 하셔서 창조와 통찰이 끊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