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웃나라 일본은 야구의 나라입니다. 야구로 날이 밝고 야구로 날이 저문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프로야구는 프로야구대로, 고교야구는 고교야구대로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모입니다. 물론 저변의 차이가 큽니다. 고교야구만 보더라도 팀이 4200개가 넘고, 등록선수는 17만 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도 아주 독특한 팀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니혼햄 파이터스인데요, 일본 야구에서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팀 중 하나입니다. 시장이 크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요, 니혼햄 파이터스는 어떻게 그 치열한 일본 야구시장에서 높은 흥행을 유지하고 있는지 오늘은 그 비결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니혼햄 파이터스는 1945년 세네 타스 도큐라는 팀을 기원으로 합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자주 비교가 되는, 텍사스 레인저스 다르빗슈 유의 전 소속팀이 바로 니혼햄 파이터스죠. 사실 니혼햄은 명문 구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후 30년 동안 우승을 딱 한 번밖에 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팀이었죠. 그러나 2003년 연고지를 홋카이도 삿포로로 옮기면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됩니다. 2004년 이후 10 시즌 동안 니혼햄은 네 번이나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니혼햄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관중 유치 노력으로 퍼시픽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을 유치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연고 이전 첫 해에는 17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합니다. 2007시즌 니혼햄의 총수입은 100억 엔. 모기업 광고비가 약 30억 엔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입장수입 38억 엔에 인터리그 우승 5000만 엔, 재팬시리즈 분배금 7400만 엔 등 가외수입 등이 쌓여 100억 엔이라는 총수입을 만들어냈습니다. 참고로, 홋카이도 지방은 일본 열도의 북쪽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가 많죠. 또, 인구밀도도 낮아서 관중 동원에 아주 유리한 조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니혼햄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신경 쓰면서 팬들을 모았고,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의 야구 열기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바로 ‘지역밀착 마케팅’에 있습니다.
니혼햄의 마케팅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백네트 뒤에 설치된 200석의 ‘혼활 시트’입니다. 혼활이란 적극적인 결혼 활동의 준말인데요, 혼활시트는 니혼햄이 결혼정보업체와 연계해 만든 일종의 야구 미팅 상품입니다. 여성 100명과 남성 100명이 번갈아 앉아 야구를 보면서 미팅을 하는 것인데요, 인기는 폭발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니혼햄은 ‘가족데이’라는 이벤트도 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야구장 내 놀이시설 설치는 기본이고요, 팬클럽 어린이 회원들은 그라운드 정비, 볼보이 체험은 물론, 야구장 내 아나운서 역할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출전 선수를 알릴 때 “4번 좌익수 나카타’를 읽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니혼햄 구단 운영의 기본 이념은 ‘스포츠 커뮤니티’입니다. 해당 커뮤니티와의 밀착을 통한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는 시도이지요. 잘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경영에 있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프레임 워크가 있습니다. AMTUL이라는 것인데요. 인식(Awareness)-기억(Memory)-시도(Trial)-경험(Usage)-충성(Loyalty)의 순서입니다. 니혼햄은 연고지 이전 뒤 이 과정을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야구가 생소한 이들에게 니혼햄이라는 구단을 알게 해 주고, 기억하게 만든 뒤 한 번 해 보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경험을 한 번 하게 되면, 니혼햄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단순히 야구장에 한 번 오게 만든다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모처럼 왔는데, 팀이 진다거나, 엉망인 경기를 하게 되면 나쁜 기억을 갖게 되고 충성심이 생길 수 없겠지요. 그래서 니혼햄은 야구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마케팅을 생각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상쾌 티켓’과 ‘뷰티 티켓’입니다. ‘상쾌 티켓’은 야구 관람 후 홋카이도 온천을 할 수 있는 티켓이고, ‘뷰티 티켓’은 야구 관람과 함께 손 마사지나 네일아트 등을 받을 수 있는 티켓입니다. 둘 다 지역업체들과 긴밀한 협조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상쾌 티켓의 경우 지역 온천 업체가 경기장에서 온천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뷰티 티켓은 지역 미용전문학교와 연결돼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와 밀착하라’는 ‘스포츠 커뮤니티’의 이념을 구체화시킨 것인데요, 그 결과 야구장 관람객뿐 아니라 지역업체들 모두 니혼햄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뿐만 아니라 니혼햄은 지역내 소규모 영세상인 등과의 연계도 강화시킵니다. 지역 내 500여 개 소규모 매장 기업들은 ‘우리는 니혼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달고 영업합니다. 식당은 물론, 핸드폰 매장, 이삿짐센터 등 다양합니다. 니혼햄은 이들을 위해 법률 자문, 경영 자문 등을 도와줍니다. 이 상점을 운영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도 모두 니혼햄을 향한 충성도를 높입니다. 사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니혼햄만의 것은 아닙니다. 다른 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끊임없이 야구팬들을 모으고 야구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요. 일례로, 김태균이 뛰었던 지바 롯데 마린스는 몇 년 전 야구를 주제로 한 초등학교 여름방학 수학 문제집을 만들어 지역 내 학교에 배포했습니다. A 선수가 6이닝 동안 70개를 던졌고, B 선수가 7이닝 동안 80개를 던졌다면, 두 선수가 완투했을 때 누가 더 많은 공을 던지게 되는가 등의 문제들입니다. 지바 롯데의 실제 선수들이 문제에 등장하는데요, 이 문제집을 나눠줄 때 선수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갔다고 하죠. 일본이 야구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건, 일본 야구가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단들의 이러한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혼햄의 지역밀착형 마케팅,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흥행 점수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은, 우리 기업들의 꿈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