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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한 영화 그랜 토리노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가난하고 보수적인 백인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전 참전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한 남자가 베트남계 미국인들을 돕고 희생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받는 영화인데요. 영화 개봉 직후 일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죠. 그러자 그랜 토리노의 주연 배우이자 감독을 맡은 한 사람이 인터뷰를 자청합니다. “도대체 진짜 가치가 무엇입니까? 인종, 출생지, 종교가 무슨 상관입니까? 미국의 가치를 지킨다면 그들도 미국인입니다” 그의 단호한 발언에 각계각층에서 지지와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이 영화는 북미 지역에서 1억 4,81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대성공했습니다.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힌 이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아마 얼굴만 봐도 잘 아실 겁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이자, 명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낡은 판초우의를 걸치고 시거를 질겅질겅 물고 냉혹한 시선으로 상대를 응시하는 카우보이. 유유히 말을 타고 황야로 떠나는 영화 황야의 무법자 속 마초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미국 최고의 명배우라는 타이틀 이면에 그는 자신이 지키는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는 소셜테이너로 명망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는 할리우드 배우로는 조금 드물게 공화당원이자, 보수주의자입니다. 일명 ‘품격 있는 보수주의자’로 유명하죠. 그는 요즘 시대에 가치와 신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인물로 회자됩니다. 그는 보수의 색깔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도 가치의 이분법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가치를 정확하게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가 그랜 토리노 개봉 이후 내놓은 인터뷰 내용도 비슷한 맥락이죠.
그는 전쟁과 폭력, 강자의 오만을 칭송하는 보수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미 FBI의 전설이었던 에드가 후버에 대해선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야비한 인물”이라 표현했고, 부시 공화당 대통령이 벌인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파괴적이며 심각할 정도로 멍청한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한 소신을 가지고 있죠. 영화에서는 총잡이로 유명해진 그지만 총기규제에도 찬성하는 입장인데요. "나는 실제 삶에서 폭력을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다. 만일 내 영화가 폭력을 부추긴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낙태 동성혼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태도를 지지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보수라면, 소외된 자들을 위해 당당히 일어나 싸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뿐인 정치 비판에서 그치지 않겠다며 자신이 캘리포니아 카멀 바이더라는 작은 도시의 시장을 역임하며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죠. ‘보수주의자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배워라”라는 말이 나오는 건 아마 다 이런 이유에서 일 겁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그가 매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미국 공인들의 귀감이 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인생사를 거쳤습니다. 1955년 첫 데뷔한 그는 주급 75달러를 받는 단역배우에 불과했습니다. 배역이 없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트럭 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그가 되되인 문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I don't believe in pessimism " 나는 비관주의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1964년 황야의 무법자에 출연하게 됐고, 그는 지금까지 할리우드 별로 남아 잇습니다. 그가 할리우드에서 주연배우와 감독을 맡은 영화만 수백 편 <용서받지 못한 자> <밀리언 달러 베이비> <미스틱 리버> 등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어 아카데미 상만도 주연상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휩쓸었죠.
얼마 전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그에게 한 기자가 영화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 존경받는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요. “인생이든 생각이든 정체되어선 안 됩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옳은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나는 죽는 날까지 달라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1930년 생 구순을 바라보는 그가 여전히 이런 유연한 생각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말합니다 "나는 우파나 좌파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다. 그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신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대신 자신이 믿는 신념을 어떻게 가치 있게 지켜내야 할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그 품위를 배워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