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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 필요하면 난민을 향해 발포하겠다” 초강경 반 난민 정책을 표방한 극우 독일 대안당의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가 메르켈 독일 총리의 최대 정적으로 떠올랐습니다. 독일이 난민을 수용한 지 꼭 1년 되는 2016년 9월, 주 의회 선거에서 약진한 독일 대안당은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 전면 수정을 주장하며 파란을 일으켰는데요. 페트리가 누구인지, 격랑의 독일 정국 향방은 어떨지 점쳐보겠습니다.
1975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페트리는 통일 후인 1992년 가족과 함께 서독 베스트팔렌으로 이주했습니다. 괴팅겐대 재학 중 영국 유학을 떠나 레딩대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귀국 후 다시 모교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땄죠. 2007년엔 타이어 제조에 필요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 회사를 설립해 기업가로 성공했는데요. 루터교 목사 스벤 페트리와 결혼해 네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이혼했고 현재 당 동료이자 극우성향 연방 의원 마르쿠스 프레첼과 동거 중입니다. 페트리는 2013년 4월 출범 두 달 된 신생 정당 독일대안당에 가입하며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독일대안당은 유로 사용, EU의 추가통합 정도만 반대했지만 2015년 7월 페트리가 당권을 잡고 두 달 후 독일이 난민 포용정책을 실시하자 첨예한 극우정당으로 돌변했는데요. 단순히 난민 유입 금지가 아니라 이슬람 베일 착용, 이슬람 사원 건설, 이슬람 기도방송 금지 등 인종차별 색채가 짙은 반이슬람 정책을 주창한 겁니다. 그가 독일의 여성 트럼프, 아돌프 히틀러의 여성형 별칭 아돌피나(Adolfina)로 불리는 이유죠.
출범 당시 신 나치주의자들의 모임 정도로 여겨졌던 독일 대안당은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약진하며 독일 정계를 양분해온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2016년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3개 주 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차지했고 9월에는 7개 주 의회에 추가 진출하며 독일 16개 주 중 10개 주 의회에 입성했습니다. 심지어 메르켈의 지역구가 속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 기민당을 제치고 일약 2위 정당으로 발돋움했고요, 베를린 주에서도 최초로 의회 진출에 성공했죠. 독일 언론은 독일 사회의 전반적 반(反) 난민 정서가 커지기도 했지만 41세의 젊은 나이, 네 자녀를 둔 워킹맘, 항상 미소를 띤 모습 등 페트리의 개인적 매력이 선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합니다. 독일 대안당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과거 부동의 3위였던 녹색당을 제치고 안정적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대로라면 2017년 9월 열릴 총선에서 2차 세계대전 후 최초로 극우정당의 연방의회 입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특히 페트리의 동거인 프레첼 의원은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의 열렬한 지지자인데요.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에서 모두 극우 정치인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과 독일 정치 1번지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메르켈 총리는 2016년 9월 19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량 난민 유입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정책 수정을 시사했습니다. 이미 유입된 난민을 재배치하고 자격미달 이민자의 송환을 위해 EU 외 나라와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죠. 하지만 메르켈의 입지는 점점 흔들리고 있는데요.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보수 성향의 기사당은 난민 수용 상한제 실시를 촉구했고, 기민당 내 반 메르켈 세력은 “내년 총선에서 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기사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며 그를 압박하고 있죠. 헝가리와 체코 등은 난민 재배치 계획을 극렬 거부하고 있고 유럽 밖으로 이민자를 송환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이 와중에도 물밀 듯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들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이슬람은 결코 독일의 일부가 될 수 없다”는 페트리 대표와 “독일대안당과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에 맞서야 한다 “는 메르켈 총리. 둘은 동독 태생 과학자란 공통점에도 정치 성향이 완전히 정반대죠. 향후 상당기간 독일 정국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두 여성 정치인에 의해 좌우될 전망입니다. 페트리 대표의 위상은 어디까지 올라갈까요? 앞으로도 그의 움직임을 주목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