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EOPLE

브렉시트 이끈, 보리스 존슨

biumgonggan 2021. 8. 1. 14:04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브렉시트를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대영제국의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탈퇴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입니다. 존슨 전 시장은 1964년 미국 뉴욕에서 영국 상류층 가정의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약 10년 전까지 미국과 영국 이중국적을 유지했던 그는 오스만 터키 제국의 마지막 내무장관 알리 케말의 증손자인데요. 케말이 터키 건국의 아버지 아타튀르크와의 정쟁에 휘말려 살해되자 그의 영국인 부인이 아들과 영국으로 건너와 자신의 처녀 적 성인 존슨을 썼던 거죠. 외가 쪽으로는 유대계 혈통도 물려받았는데요. 그가 어려서부터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전통을 모두 지닌 내가 진정한 다문화 세계인이다. 나는 '세계의 왕(World king)'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죠. 존슨의 아버지는 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간부였고 외할아버지는 저명한 변호사인데요. 명문가 후예답게 그도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에서 교육을 받았죠. 대학 졸업 후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스펙테이터 등 유명 언론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2001년 하원의원에 뽑혀 정계에 입문합니다.

 

그는 하원의원이 된 후에도 스펙테이터 편집장직을 유지하고 활발한 TV 출연을 감행해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거침없는 직설화법과 유머로 큰 인기를 끌었고 '쇼의 달인'이란 평까지 얻었죠. 한편 이튼과 옥스퍼드 동문인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보수당 대표의 배려로 2005년부터 2년간 보수당의 그림자 내각, 즉 보수당이 집권하면 장관이 되는 사람으로 뽑혀 행정 경험도 쌓기도 했습니다. 그의 인기 비결은 소탈한 이미지입니다. 영국인들은 명문가 출신인 그가 부스스한 머리에 구겨진 값싼 양복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에 친근감을 느꼈죠. 그는 기자 시절 취재원 멘트 거짓 인용이나 여성 언론인과의 불륜 의혹 등 개인사 문제도 굳이 덮으려 하지 않았는데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기성 정치에 실망한 대중은 그의 신선함을 높이 샀고 이를 인간적 면모로 받아들였죠. 결국 그는 2008년 런던시장 선거에서 3선을 노리던 노동당 거물 켄 리빙스턴 전 시장을 꺾고 44세 나이로 유럽 최대 도시 수장에 뽑혔습니다. 초짜 시장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치르며 재선에 성공했는데요. 올림픽 기간엔 영국 국기를 들고 놀이기구에 매달리는 쇼맨십까지 선보였죠.

 

존슨의 높은 인기는 대학 친구인 캐머런 총리와의 결별을 부추겼습니다. “EU 잔류파”였던 그가 2016년 2월 돌연 브렉시트를 찬성하며 캐머런에 등을 돌린 거죠. 그가 8년 간 시장을 지낸 런던은 주민의 40%가 외국 태생인 다문화 도시입니다. 세계 금융 중심지답게 수천 개의 외국 은행이 진출해있고 관광객이 한 해 런던에서 쓰는 돈만 200억 달러, 우리 돈 24조 원이 넘죠. 잘 알려진 대로 그가 100% 영국 혈통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그가 EU 탈퇴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렉시트를 통해 자신의 정치 기반을 극대화해 총리에 나서기 위해서란 분석이 많았죠. 실제 그는 2016년 4월 영국을 방문해 브렉시트를 반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오바마는 부분적으로 케냐인 대통령”이란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했는데요. 자극적 언사로 경제난과 양극화에 지친 서민층, 대영제국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노년 중산층을 사로잡아 탈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한 겁니다.

 

존슨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브렉시트는 통과됐고 그의 정치적 입지는 최고조에 달했죠. 하지만 금세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거센 후폭풍이 닥쳤는데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리그 렉시트(Regrexit) 즉 브렉시트에 대한 후회 분위기가 확산됐고 그가 EU 탈퇴 주요 이유로 언급했던 과도한 EU 분담금 수치가 잘못됐단 지적도 나왔습니다. 게다가 “여성이 대학에 가는 건 좋은 남편감을 얻기 위해서다” “보수당을 지지해야 당신 아내의 가슴이 더 커진다”와 같은 막말로 ‘영국의 트럼프’라 불리며 총리 감이 아니란 비판도 거세졌죠.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보리스만 빼고는 누구나(Anyone but Boris)’란 말이 나오고 그의 러닝메이트로 알려졌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돌연 총리 경선 출마를 선언하자 결국 그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브렉시트와 총리 경선 과정이 돌고 도는 영국판 배신 막장극이란 평가도 많습니다. 존슨이 오랜 친구였던 캐머런을 배신한 후 브렉시트 찬성을 주도했듯, 그 역시 브렉시트 성공 후 자신의 동지였던 고브 장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거죠. 총리 경선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존슨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자신의 출세를 위해 대영제국(Great Britain)을 작은 잉글랜드(Little England)로 만들어 놓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니 도망쳤다는 비판입니다. 과연 그가 ‘총리 욕심에 영국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다시 총리직을 넘볼 수 있을까요?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영국 정치가 세대, 계층, 지역별로 첨예하게 갈라진 이번 선거의 후폭풍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그와 영국의 앞날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