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EOPLE

경제대국 브라질의 위기

biumgonggan 2021. 8. 1. 12:46

세계 7위 경제대국 브라질이 휘청이고 있습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으로 정정 불안이 극심한 가운데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지카 바이러스와 신종플루도 창궐 중인데요. 2016년 8월 5일 개막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대통령 없이 열리게 됐죠. 이 사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바로 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인데요. 2010년 말 퇴임 직전 지지율이 80%가 넘었고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 좌파의 거두로 군림했던 그가 왜 ‘훌륭한 퇴임 대통령’에서 ‘닳고 닳은 부패 정치인’으로 몰렸을까요. 2003년 룰라 집권으로 시작된 좌파 정권이 어떻게 13년 만에 끝났는지, 브라질이 이 대혼란을 잘 수습할지 알아보겠습니다.

 

룰라는 1945년 브라질 빈민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그를 포함한 8명의 형제자매 대부분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죠. 열 살 때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가세가 더 기울자 학교를 그만두고 열네 살에 금속공장에 취직했는데요. 하루 천 원을 벌기 위해 매일 15시간씩 열심히 일했지만 가난과 비참한 삶을 벗어날 순 없었죠. 열아홉에 사고로 손가락 하나를 잃었고 스물여섯엔 공장 동료였던 부인이 임신 중 갑자기 간염에 걸려 아기와 함께 숨졌습니다. 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한 그는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고 1975년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뽑혔는데요. 1980년 노동자당(PT)을 창당했고 2002년 10월 네 번째로 도전한 대선에서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 됩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가족 지원금이란 뜻의 ‘볼사 파밀리아’ 정책을 폈는데요. 브라질은 세계 네 번째로 넓은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졌지만 오랜 식민지배와 군부독재로 인구 2억 명의 25%가 넘는 5300만 명이 하루 수입 2달러 미만의 절대 빈곤에 시달렸는데요. 룰라는 이들에게 의료비와 식비를 직접 주는 대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도록 했죠. 이에 2010년 그의 퇴임 무렵 빈곤층은 3000만 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중산층은 1억 명에서 1억5000만 명으로 대폭 늘었는데요. 내수가 커진 와중에 세계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브라질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전 세계가 좌파 정권과 경제 성장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예라며 브라질을 칭송했죠.

 

룰라는 2003년 지방정부 에너지장관이던 지우마 호세프를 연방정부 에너지장관으로 발탁했고 2년 후 그를 국무총리 격인 수석장관으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정책과 노선을 그대로 계승한 호세프는 룰라의 퇴임 직전 실시된 2010년 대선은 물론 2014년 대선도 잇따라 승리했고 좌파 집권은 영원할 듯 보였죠.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둘의 오늘을 만든 복지정책이 부메랑이 됐는데요. 직접 보조금에 길들여진 서민들은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했고 호세프는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유류 보조금, 전기요금 상한제 등 선심성 정책을 계속했죠. 정부 재정은 곧 바닥을 드러냈고 2015년 재정적자는 GDP의 10%, 성장률은 마이너스 3.8%를 기록했습니다.

 

이 와중에 GDP의 13%를 차지하는 남미 최대 기업 겸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수사 결과 이 회사 임원들이 20억 달러, 약 2조4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상당수를 정계에 상납했음이 밝혀졌죠. 여야를 막론한 정계 거물 대부분이 돈을 받았고 룰라도 포함됐는데요. 검찰은 룰라가 약 100억 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합니다. 호세프는 그의 구속을 막고자 룰라를 수석장관으로 임명했는데요. 연방정부 장관은 지방 검찰의 수사 및 지방법원 재판에서 면책되고 연방대법원에서만 재판을 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더 큰 역풍을 불렀고 룰라의 구속을 막지도 못했습니다. 그는 2016년 3월 4일 강제 구인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존경받는 대통령 이미지가 땅으로 추락한 순간이었죠.

 

불똥은 결국 2003년부터 7년간 페트로브라스 이사회 의장을 지낸 호세프에게 튀었습니다. 2016년 4월 17일 하원이, 5월 11일 상원이 탄핵안을 가결해 그의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습니다. 현재 연방대법원이 최대 6개월이 걸릴 호세프 정권의 회계조작 혐의를 심의 중인데요. 이 재판이 끝난 뒤 상원이 다시 탄핵안을 표결해 3분의 2가 찬성하면 탄핵이 최종 확정됩니다. 하지만 이 절차에 상관없이 호세프는 이미 식물 대통령 처지죠. 호세프는 상원 탄핵안 가결 직후 대통령 집무실을 비우며 “이건 쿠데타다. 탄핵의 위법성을 끝까지 밝히겠다”라고 말했지만 경제난과 부패에 대한 국민 분노가 커 그가 권좌를 되찾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의 직무정지로 우파 민 주운 동당 소속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호세프의 잔여 임기인 2018년 말까지 대통령직을 대행합니다. 하지만 테메르도 부패 정치인 목록에 올라 국민 눈길이 싸늘한데요. 이에 호세프와 테메르가 동시 퇴진한 후 2016년 10월 지방선거에서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룰라는 호세프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본인이 좌파 진영을 이끌면서 지방선거와 조기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일각에선 그가 다시 대선후보로 나설 것으로 점치는데요. 그의 상징성과 정치력은 여전하지만 부패 의혹으로 인기가 예전만 못한 터라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반론도 많습니다.

 

누가 호세프의 후임자가 되건 브라질의 혼란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고질적 부정부패와 양극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낙후된 경제구조가 단시일 내 고쳐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브라질 좌파 정권의 추락으로 중남미 좌파 붐도 와해 위기를 맞았습니다. 아르헨티나 페루 등에서 우파가 집권하고 있지요.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브라질이 이 난국을 잘 타개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브라질의 앞날을 주시해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