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러분은 여행용 가방 하면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적지 않은 분들이 100년 역사의 세계 최대 가방 기업, 샘소나이트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 샘소나이트도 한 때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매출이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회사가 갑자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됐던 것인데요, 바로 이 시기에 이 회사의 CEO로 취임해 샘소나이트의 극적인 회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자가 있습니다. 마이더스의 손! 팀 파커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영국의 기업회생 관련 전문기관인 턴어라운드 인스티튜트로부터 국제 턴어라운드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이 팀 파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955년생인 팀 파커는 원래는 정치학을 공부하고 영국 재무성에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찾아 다시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이수한 뒤 기업경영에 뛰어들었는데요. 26살에 작은 기업의 경영을 맡은 이래로 30년이 넘게 경영자로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1996년에 영국의 신발기업 클락스(Clarks), 2002년에 자동차 정비체인 퀵 핏(Kwik-Fit),그리고, 2004년에 자동차 보험, 운전자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자동차협회 등의 경영을 맡아 회생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는데요.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등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어둠의 왕자'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팀 파커는 다양한 기업회생 경험을 토대로 터득한 경영철학을 인터뷰나, 강연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외부에 알리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공통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경영방식의 특징 중 첫 번째는 바로 '사람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냉정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름 난 경영자가 사람을 기업회생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로 꼽았다는 점이 다소 의외로 보일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팀 파커는 2012년 한 연설 자리에서 기업 회생 성공의 80%가 바로 사람에게 달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최고경영진이 진정으로 최고의 인재들인지 검증하고, 또 조직원 중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작업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직원들과 자신이 '서로를 아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힘주어 강조하는데요, 그는 다른 경영자들에게 "직원들이 반드시 당신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팀 파커는 신뢰의 중요성도 지적합니다. 사람을 믿으면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신뢰로부터 자유로운 분위기가 생기고, 결국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대신 그는 사람을 뽑을 때 조직에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철저하게 배제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비록 소수이더라도 조직의 신뢰문화를 쉽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죠.
팀 파커가 추구하는 경영방식의 또 다른 특징은 분산과 권한 위임입니다. 그는 비용절감 노력의 핵심을 분산된, 혹은 탈 집중화된 구조 만들기로 정의합니다. 그는 샘소나이트를 맡은 이후에 중앙집권체제를 해체하고 세계 각 지사에 권한을 위양 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예를 들어 전 세계를 관할하던 영국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본사 직원 수를 감축하고 최대한 몸집을 가볍게 하는데 집중하는 한편으로, 많은 권한을 지역별 본부와 마케팅 현장에 위임했습니다. 팀 파커는 이러한 가상 본사 시스템을 통해 관리비용을 최소화하고, 로컬 니즈에 현지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팀 파커는 브랜드와 품질관리는 엄격하게 하되, 새로운 아이디어는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한국 시장에서 샘소나이트 레드를 성공시킨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지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디자인의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팀 파커는 기업회생을 한마디로 '시간싸움'으로 정의하고, 자신이 맡은 기업의 회생을 위해 신속한 비용절감과 더불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취했는데요, 비용절감 과정에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의사결정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인기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과업을 잘 수행하는 것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인기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 팀 파커는 자신이 구조조정을 수행하고 회생시킨 기업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수년이 지난 후에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수긍하고 인정해준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낳는 토대가 바로 '진정성'이라고 강변합니다. 경영자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보여주고, 정직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결국 팀 파커의 성공 스토리는 경영자의 정직성과 이를 토대로 한 직원들과의 신뢰관계, 그리고 옳은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을 부활시킬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