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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0억 명의 인구는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2005년 이 고민을 덜어줄 아주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휴대용 정화 장치 라이프 스트로입니다. 이름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빨대’라는 뜻의 라이프 스트로는 빨대를 사용해 물을 먹는 것만으로도 오염된 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제품입니다. 길이 25cm, 지름 5cm로 휴대가 간편하며 어떠한 전기적 장치도 없이 미생물과 기생충, 그리고 박테리아의 99.9%를 걸러낼 수 있고요. 하루에 2리터씩 사용할 경우 무려 1년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식수 사정이 좋지 못한 개도국 방문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는데요. 이 라이프스트로우를 개발한 곳은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스터가드 프란센 그룹(Vesterguard Frandsen)입니다. 몇 년 전 만 해도 작은 원단 제조업체였던 이 기업은 라이프 스트로의 성공에 힘입어 2010년 기준 매출 5억 달러에 가나, 인도, 케냐, 미국 등 전 세계 8개 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주인공은 바로 이 ‘라이프스트로우’를 탄생시킨 젊은 CEO 미켈 베스트 가드 프란젠입니다.
여러분은 열아홉살 소년이 하는 사업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혹시 레모네이드 가판대나 군고구마 리어카가 생각나지는 않으신가요? 하지만 미켈은 달랐습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안정된 삶을 버리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에서 중고 트럭과 버스, 엔진을 수입하는 일을 시작하는데요. 하지만 나이지리아에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사업을 접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그의 집안은 2대째 원단 및 섬유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미켈은 귀국하자마자 새로운 사업을 기획합니다. 바로 섬유를 가공하여 담요를 만든 다음 국제 NGO에 파는 사업이었죠. NGO들은 이 담요를 사서 개도국 미숙아들의 생명을 구하거나 난민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이 사업을 계기로 미켈은 ‘사람을 살리는’ 사업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담요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6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01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입니다. 바로 난민들을 위한 휴대용 대피소, ‘제로플라이’인데요. 오랜 기간 아프리카에 머물렀던 미켈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이 빈번한 제3세계에서는 총탄에 의해 사망할 확률보다 말라리아에 걸리거나 오염된 물을 마셔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위나 모기 등 해충을 막아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대피소를 개발한 것인데요. 미켈이 다음으로 개발한 방충 모기장 ‘파마 넷’(2003년 출시) 역시 말라리아로 인한 피해를 줄이자는 생각에서 탄생되었습니다. 살충제를 첨가한 이 모기장은 유사제품과 달리 20회까지 세탁해도 2~3년간 살충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데요. WHO에 따르면 파마 넷과 같은 방충 모기장 덕분에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생존율이 25~30%나 신장되었다고 합니다.
파마 넷에 이어 앞서 소개해드린 라이프 스트로까지, 연이은 성공으로 베스터가드 프란센 그룹은 탄탄한 사회적 기업으로 명성을 쌓아갔습니다. 하지만 미켈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아직도 그를 포함한 모든 사원들이 보너스나 주주에 대한 배당은 미루고 이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도국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태국과 베트남에 연구소도 세웠는데요. 그 결과 라이프 스트로우의 정수 가능 용량은 700리터에서 1000리터로 늘고 무게는 147g에서 50g으로 가벼워졌습니다. 지금은 세균과 바이러 슨 뿐 아니라 비소와 불소까지 차단할 수 있는 필터를 개발하고 있다는데요. 그렇게 될 경우에는 물속에 비소 함유량이 많은 방글라데시에서도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는 베스터가드 프란센 그룹의 경영 슬로건은 ‘목적이 있는 이윤(profit for purpose)입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미켈의 이런 경영 방침은 사회적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먼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켈은 처음부터 라이프 스트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직물을 만들던 노하우를 가지고 담요를 만들었죠. 담요를 만들어 NGO들에게 팔 기 시작하면서 바로 여성용 제복의 안감을 만드는 기존의 사업을 접지도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업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죠. 바로 이 담요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안정된 수입이 있었기에 미켈은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회적 기업을 하는 분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기업의 물건을 많이 사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여기에만 만족한다면 마치 계속 담요만 만들어 파는 것과 같습니다. 곧 비슷한 제품을 파는 경쟁자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기업은 성장할 수 없겠죠. 하지만 미켈은 달랐습니다. 담요을 팔아 벌어들인 돈을 몇 년 동안이나 R&D에 투자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라이프 스트로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있었죠.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의미 있는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해내고 그런 수익을 바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들이 많이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