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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하게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CES. 그중에서도 개막전 기조연설은 전자업계 CEO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자리죠. 1999년부터 2008년까지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기조연설을 맡았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MS의 현 CEO 스티브 발머가 뒤를 이었는데요. 올해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MS가 CES 불참 선언을 하면서 퀄컴CEO폴 제이콥스가 새 기조 연설자로 나왔죠.

퀄컴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제조하는 반도체 회사입니다.특히,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문가 예상보다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2011년 매출 기준으로 세계 6위의 반도체 제조회사였던 퀄컴은 2012년 인텔, 삼성전자에 이어 3위로 올라섰고,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가총액 면에서 현재 1,150억 달러로 인텔를 제치고 1로 발돋움했는데요. 오늘은 퀄컴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회사로 성장시킨 CEO 폴 제이콥스의 성장과정과 성공 비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폴 제이콥스는 퀄컴의 창업자인 어윈 제이콥스 박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텔레타이프 라이터 전신으로 온 신호를 자동으로 인쇄 문자로 바꿔 주거나 테이프에 구멍을 뚫어서 기록하는 장치를 통해 프로그램 설계를 배웠습니다. 이후 버클리대학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는 중에도 방학 때마다 퀄컴에 불려가 각기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며 거의 모든 엔지니어링 분야를 경험합니다. 프랑스 툴루즈의 프랑스 정부 연구소에서 1년간 박사 과정을 마친 후 1990년 퀄컴에 모바일 기술개발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1995년 단말기/통합회로담당부서 부사장과 수석 부사장, 1997년 QCP 사장, 2001년 퀄컴 무선인터넷 그룹 사장 등을 거쳐 2005년 퀄컴 최고 경영책임자로 임명되었는데요. 15년 만인 2005년에 CEO가 되기까지 오랫동안 경영자 수업을 받은 것이죠.

이처럼 준비된 CEO이었지만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늘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더욱이 미국은 경영권 세습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2세 경영이 성공할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요. 그는 실적향상을 통해 주변의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켰습니다. 단적인 예로, 경영권 승계가 발표되던 날 회사 주가는 36.29달러였지만 현재는 66.9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죠. 먼저 폴 제이콥스는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퀄컴은 국내 이동통신망이 사용 중인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라 불리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라이선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죠. 실적의 1/3이 한국에서 나온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인데요. 이러한 이유로, 아버지 어윈은 피처폰에 들어가는 CDMA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는 경영전략을 폈습니다. 하지만 폴은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이동통신의 대세가 PC에서 모바일,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것을 감지하고 전략을 바꿔 스마트폰, 태블릿 PC 반도체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데요. 무선통신 사업 확장을 위해 2010년 무선랜 반도체 개발 전문업체 아테로스커뮤니케이션을 31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합니다. 이는 1985년 퀄컴 창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었죠. 또한, 연구개발 분야의 경우 매출의 20%가 넘는 투자를 실시합니다.따라서 2010년 기준 웰컴의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폰용 반도체 점유율 다음으로 41%를 기록했습니다.

다음으로 폴 제이콥스는 독보적인 기술로 승부했습니다. 퀄컴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통신 기능과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통합한 스마트폰용 칩을 선보이면서 제2의 성장기를 맞았는데요. 특히, 폴 제이콥스는 4세대 이동통신용 반도체 칩셋시장을 선도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영역을 더욱 넓혔습니다. 세계 최초로 4G 롱텀에볼루션과 3G 통합 반도체 칩셋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차세대 올인원 모바일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건 S4 시리즈도 내놓았죠. 특정 기기에만 적용할 수 있었던 경쟁사들의 칩셋과 달리, 스냅드래건 S4는 PC, 셋톱박스,

게임기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하반기에 출시되는 전략폰에 모두 퀄컴의 제품인 스냅드래곤 800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올 하반기 통신시장의 대세인 LTE-A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할 기술은 현재로서는 퀄컴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퀄컴만의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CDMA를 비롯한 다양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퀄컴은 이동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사, 소프트웨어 공급자 등과 파트너십을 형성했는데요. 퀄컴이 혁신적인 설루션을 제공하면 파트너 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통신기기 및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 수익을 퀄컴과 나누어 갖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폴 제이콥스는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례로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IT 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폴 제이콥스가 직접 학생들과 만나는 정례 모임은 한국 학생들이 퀄컴 본사에 방문하는 ‘IT 투어’ 프로그램이 유일합니다. ‘IT 투어’ 프로그램은 지난 2003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는데요. 학생들은 약 일주일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를 방문해 폴 제이콥스 CEO와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기술에 대해 둘러보고 본사를 견학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한국 학생들의 자신감에 매료된 폴 제이콥스는 퀄컴코리아 관계자에게 "투어에 참가하는 뛰어난 학생들을 잘 관리해 장차 퀄컴에 도움이 되게 하라"라고 직접 지시했다고도 합니다. 2005년 CEO로 등극한 후 스마트폰 시대라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은 폴 제이콥스. 창업주 아들이 아니라 전문가로 승부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현장에서 기초부터 배우는 등 부단히 노력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현재에는 45개에 달하는 특허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업계에서 폴 제이콥스를 창업주 아들이 아닌 퀄컴의 성공적인 CEO로 여기는데요.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의지, 실행능력, 그리고 핵심 역량에 집중한 파트너십 전략이 바로 그만의 성공전략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