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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왕자와 데미무어가 입고 있는 특별한 명품 브랜드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캐시미어 스웨터가 200만 원이 넘고, 재킷 한벌이 500만 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브랜드인데요.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5년간, 매년 15%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입니다. 캐시미어가 1년 내내 입는 옷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캐시미어의 왕이라 불리는 이 브랜드의 CEO,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탈리아의 페루자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연히 사업을 할 만한 충분한 자산이 없었죠. 그는 아무것도 없이 빈손에서 열정 하나로 출발했습니다. 25세가 되던 1978, 은행 대출을 받아 열평 남짓한 자그마한 스웨터 공장을 세운 것이 그 시작입니다. 직원은 브루넬로 한 명뿐이었죠. 하지만 고객들은 직원들이 수십 명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브루넬로가 비서인 척 전화를 받기도 하고, 공장 직원 흉내를 내기도 하며 1인 다역을 했기 때문이지요. 혼자서 옷을 만들어 포장하고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냈습니다. 그가 제작해 판매한 스웨터는 그야말로 대히트를 기록했고 곧 독일, 영국을 비롯해 전 유럽에 소개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가 패션 분야에는 거의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원래 엔지니어를 꿈꾸던 학생이었죠. 그런데 어떻게 패션업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단순히 열정 하나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그는 처음부터 성공의 원칙을 잘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원칙을 30년 동안 고수해 성공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성공원칙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성공원칙은 최고급의 원재료만 고집해 깐깐하게 수작업으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캐시미어는 연간 생산량이 만오천 톤에 불과해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귀한 직물인데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캐시미어 스웨터는 그중에서도 내몽골산만으로 만듭니다. 내몽골산 캐시미어는 중국산과는 달리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해서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면은 이집트산, 실크는 이탈리아산, 모헤어는 터키산을 사용하는데요. 재료의 생산량과 상관없이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모든 자재는 최고여야 한다는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브랜드의 제품들이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라는 겁니다.

사람의 몸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죠. 기계박음질로 만든 옷은 몸에 착 감기는 편안함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옷은 오래 입어도 눌림이나 답답함이 없어 편안하고 안락하죠. 즉,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캐시미어 스웨터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천편일률적인 제품이 아니라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지는 단 하나뿐인 창조물입니다.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장인이 만드는 수작업 제품이라는 원칙을 세운 CEO의 신념은 고객으로부터 강한 신뢰를 얻어냈지요. "우리의 제품은 우리의 정신과 가치가 표현된 것이다. 최고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품질에 대한 타협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두 번째 성공원칙은 자연과 고대 유적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입니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은 선진 컬렉션에서 모티브를 얻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을 기획합니다. 하지만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오히려 반대로 갔습니다. 인공적인 색깔이 아닌, 사람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색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의 선택은 자연을 닮은 색깔이었습니다. 인공적인 갈색이 아닌 흙색, 초록색이 아닌 나무색, 파랑이 아닌 하늘색을 연구해 제품에 반영했습니다. 어린 시절, 농부의 아들로 자라난 덕에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품격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결과였습니다. 자연의 색에 고대 유적에서 얻은 영감을 적용하면서 과감한 디자인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그 당시 캐시미어는 부유한 오륙십대의 무채색 옷이라는 무거운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자연과의 하모니를 바탕으로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습니다. 패션산업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종결합이 탄생한 것이죠.

세 번째 성공원칙은 직원이 행복해야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페루자의 시골마을에서 자라난 브루넬로 쿠치넬리. 그의 아버지는 올리브 오일과 옥수수 농사를 짓는 가난한 소작농이었죠. 사람들은 그의 누더기 옷과 촌스러운 사투리에 손가락질을 하며 조롱했습니다. 아버지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아버지를 보며 사람이 행복한 회사, 행복한 직원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여기서 이 회사 철학의 제1원칙인 Humanist Enterprise, 즉 인본주의가 나왔습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1985년, 14세기에 지어진 고성을 복원하고 이를 본사로 꾸몄는데요. 매일같이 중세 성으로 출근하는 직원들, 상상해 보셨나요? 모든 직원은 이곳에서 호텔식 홈메이드 식사를 즐깁니다. 또한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 수평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평등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급여수준도 국가 평균 대비 20%나 높은데요. 쿠치넬리는 이곳에 극장과 갤러리, 과수원과 같은 지역기반 시설을 지어서 직원들이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직원을 통해 결점 없는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견실한 기업의 밑바탕이다. 최고의 디자이너, 최고의 재단사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라.” 그는 직원들의 내적 퀄리티가 제품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랬죠. 그의 철학과 직원들의 자부심이 제품에 스며들었기 때문일까요?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결국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품격을 지닌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가 가슴에 항상 품고 사는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그는 57세의 나이에 페루자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요. 지식을 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태도가 지금의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