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럽에서 전 세계 베스트셀러인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카탈로그입니다. 이 카탈로그는 1951년 처음 발간된 이후 2억 1,000만 부를 인쇄해 43개국에서 발행한다고 하는데요. 세련된 북유럽 스타일로 집을 저렴하게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도 카탈로그에 관심이 갑니다. 이제는 온라인 검색 증가의 영향으로 이케아 카탈로그는 발행 70년 만에 2021년 판을 끝으로 발행이 중단됩니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만으로 미국의 홈디포, 로우스에 이어 세계 3의 가구업체입니다. 국내 가구시장 규모가 약 8조2,000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히 ‘가구 공룡’이라 불릴만한데요. 이케아의 성공에 힘입어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는 자산이 약 360억 달러로 유럽 부호 순위 1에 올랐죠. 오늘은 이케아를 스웨덴의 조그만 잡화점에서 글로벌 가구 공룡으로 성장시킨 잉바르 캄프라드의 이야기입니다.

1926년 스웨덴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캄프라드는 어릴 때부터 놀이가 아닌 진짜 장사를 좋아했습니다. 5살 때부터 집 앞마당에 가게를 차려놓고 성냥, 크리스마스 카드 등을 팔며 돈을 벌었고, 15살에는 직업학교에 다니며 허리띠, 지갑, 시계 등의 장사를 했는데요. 졸업할 즈음에는 회사를 세울 정도의 돈을 모아 17세가 되던 1943년 이케아를 설립하게 됩니다. 이케아는 잉바르 캄프라드의 I와 K, 부모의 농장인 엘름타리드의 E, 농장이 위치한 행정구역인 아군나리드의 A를 합친 것인데요. 이케아는 곧 캄프라드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죠. 처음에 이케아는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잡화들을 수입해서 파는 무역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950년 초 조립식 가구인 플랫팩 가구로 전향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요. 그 당시 스웨덴에서는 조립식 가구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고, 큰 성공을 거둔 기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케아의 성공을 따라갈 수가 없었죠. 여기서 캄프라드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이 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가구업체는 가구를 배송할 때 발생하는 파손율을 줄여 피해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립식 가구를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캄프라드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가구를 부분 포장하여 크기를 줄인다면 고객들이 가구점으로 직접 자동차를 몰고 와서 바로 가구를 차에 싣고 집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캄프라드는 가구 판매에서 발생하는 작업량의 80%를 고객 스스로 처리하도록 바꾸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원하는 제품을 찾아 선반에서 끄집어내 계산하고 집으로 가져가 조립하는 캐시-앤-캐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죠. 여기서 절약되는 인건비를 제품 가격에서 제하면서 他 업체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케아가 고객들에게 떠넘긴 짐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때로는 50kg이 넘는 제품도 고객이 감당해야 하는데요. 고객들은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성공 비결은 가구를 고가(高價)의 장신품에서 소모품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케아가 사업을 확장하던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가구란 무척 고가의 제품이고, 할머니가 쓰던 것을 손자 손녀에게 물려준다는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캄프라드는 상상 이상으로 가격을 낮춰 가구를 대량 소비재로 만들었습니다. 한 예로, 1974년 이케아가 서독에 진출할 때 일입니다. 그 당시 서독의 가구업체들은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었는데요. 그러나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온 상상초월 가구점’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서독 업체들이 자국에서 재료를 사들일 수조차 없는 가격으로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둡니다. 무엇보다도 캐시-앤-캐리 시스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죠. 이케아는 서독 내에서 가구 생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폴란드, 동독, 중국 등지에서 저렴하게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면서 놀랍도록 싼 가격에도 이윤을 남기며 가구를 팔 수 있었죠. 캄프라드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격표부터 먼저 기획하도록 지시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이라도 200유로가 넘는다면 그것은 이케아의 가구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죠.

이케아가 진출한 나라들을 보면 이케아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객은 매년 발간되는 이케아 카탈로그를 봅니다. 이 카탈로그는 일단 발간되면 1년 동안 제품가격이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 특징이죠.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조립식 가구를 실을 수 있는 SUV 차량을 타고 이케아를 방문합니다. 아이들은 이케아 안에 있는 놀이방에 두고, 부모들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듯 이케아 매장에서 스웨덴풍의 가구를 구매하죠. 쇼핑 후에는 이케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저렴하게 전통 스웨덴식의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릴 적 레고를 조립하듯 가구를 조립하는데요. 캄프라드는 이미 1970년대에 이케아에서 구매하는 활동이 가족을 위한 독특한 체험이 되게 한다면 이케아가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실현하죠. 사람들로 하여금 이케아를 스웨덴으로 떠나는 맛있는 소풍으로 떠올리며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는데요. 이것이 캄프라드의 세 번째 성공 비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케아. 하지만 이케아가 활동 중인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이기 때문에 이케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80이 넘은 고령에도 캄프라드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아, 우리 앞에는 놀라운 미래가 있으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