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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증이란 일반적으로 대머리라고 칭하는 것의 학술적인 표현인데요, 안드로겐성 탈모증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 유전이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지요. 사춘기 이후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코 밑의 얇고 짧은 털이 굵고 길어지는 변화를 보이는데요. 탈모 유전 배경이 있는 남성은 남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오히려 두정부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자라나는 기간이 짧아지는 변화를 보입니다. 탈모증이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남성호르몬과도 관련 있다는 사실은 약 70년 전 확인됐습니다.
탈모 가족력이 있는 한 남성이 있었는데요,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머리숱이 많았습니다. 이 남성은 사춘기 이전에 거세가 된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그가 성인이 됐을 때 합성남 성호르몬을 투여하자 건강하던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전적 배경이 있어도 남성호르몬이 있어야 탈모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이 유전이라는 사실 때문에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지만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 등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수술도 물론 한 방법이지요.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제로 처음 인정된 것은 바르는 약, 미녹시딜이라는 것입니다. 이 약은 당초 1970년대 고혈압환자를 위해 먹는 약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몸과 얼굴에 털이 많아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 약제를 바르는 발모제로 개발하게 된 것이죠. 발모효과는 1980년대에 임상연구에 의해 입증되었으며 현재까지 효과가 검증된 유일한 바르는 발모제입니다. 사실 발모를 촉진시킨다는 화장품, 샴푸 등 많은 제품들이 광고를 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발모제는 미녹시딜이 유일합니다. 다만 4-5개월 이상 매일 발라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복용약제로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프로페시아)라는 제품이 199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시돼 발모제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많은 탈모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약 복용 환자의 약 80-90%가 모발의 수가 많아지고 두꺼워지는 것으로 관찰됐는데요, 특히 많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약 2-3개월부터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를 시작해서 머리가 많아진 환자분들이 "계속 머리가 빠지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당연히 머리는 계속 빠집니다. 하지만 이건 정상적으로 일정량 빠지고 새로 자라는 것을 반복하기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질병이 다 그렇듯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건 잘 알고 계실 텐데요. 탈모는 특히 그렇습니다.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모발이 약간 가늘어진 초기 상태에서 치료하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일단 시간이 오래 경과한 후 치료를 시작하면 탈모 정도와 상관없이 진행을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탈모가 의심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고 조속히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약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부작용은 없을까요? 탈모 치료제를 오래 복용하면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은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약제의 발모 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임상연구에서 수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약물을 복용해도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정액 양, 정자의 움직임, 정자의 형태 등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탈모가 남성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니 그걸 치료하면 호르몬에 변화가 생겨서 성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요, 탈모치료제는 비교적 안전하게 장기간 복용할 수 있는 약제입니다. 다만 임산부는 태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복용하면 안됩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치료해야 합니까?"입니다. 네, 계속 치료해야 합니다. 그러나 치료를 시작할 때 죽을 때까지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생각하시라고 환자분들께 말씀드리는데요, "이른 나이에 심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어느 정도 탈모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치료한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치료가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여러분, '집안에 가족력이 있어서 탈모를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탈모 치료를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