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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일본에서는 맥도널드로부터 촉발된 '햄버거 전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맥도널드는 일본 햄버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500엔이 넘는 햄버거 세트를 390엔에 파는 등 대대적인 할인전략을 전개했습니다. 이에 업계 2위였던 롯데리아도 380엔짜리 세트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고요. 다른 햄버거 업체들도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대부분 가격을 내렸죠. 이 전쟁은 2년 후 맥도널드가 할인전략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식품 전문잡지 푸드서비스誌는 "저가전략을 감당할 수 없었던 많은 햄버거업체들이 피해를 봤지만, 가격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모스버거만이 맥도날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란 기사를 발표했는데요. 오늘 소개드릴 CEO는 1972년 도쿄 외곽의 지하 2.8평 창고에서 시작해 맥도널드를 제치고 일본을 대표하는 햄버거체인이 된 모스버거의 창립자 사쿠라다 사토시입니다.

1937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태어난 사쿠라다는 니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일본 4대 증권사인 닛코증권에 입사했는데요. 2년간의 미국 주재원 기간, 집 주변 '토마스'라는 동네 햄버거 가게에 반하게 됩니다. 1962년부터 불어 닥친 일본증시 침체로 1965년 5년간의 증권사 생활을 정리했는데요. 이후 입사 동료 몇 명과 가죽 도매상을 하다 1972년 햄버거가게를 시작한 것이죠. 사쿠라다는 어떻게 동네 햄버거 가게였던 모스버거를 매장 수 1,400여 개, 매출 623억 엔의 거대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을까요?

사쿠라다의 첫 번째 성공비결은 '정성 경영'입니다. 모스버거가 앞서 언급했던 햄버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것은 '가격은 비싸도 괜찮다. 정성이 담겨 있으면 고객들에게 절대로 외면받지 않는다'라는 사쿠라다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바로 가족에게 대접하듯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래야만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가게처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모스버거 창업 초, 밤 11시까지 햄버거를 팔았음에도 태풍 때문에 매장을 찾은 손님이 평소의 1/10인 50여 명밖에 안된 적이 있었는데요. 퇴근길 단골 술집 여주인에게 푸념을 늘어놓던 사쿠라다는 위로는커녕 오히려 혼쭐이 나게 됩니다. "태풍이 부는 날 50명이나 와주었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그런 정신상태라면 하루빨리 장사를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네요"라고 말이죠. 큰 충격을 받은 사쿠라다는 그 날 이후 단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와도 감사하며 진심을 다해 정성껏 햄버거를 만들었습니다. 모스버거 1호점에는 '스즈키 씨의 모스버거, 다나카 씨의 데리야키버거' 등 손님의 취향에 맞게 만든 개별 메뉴가 있을 정도이고요. 주요 고객인 초ㆍ중ㆍ고등학생들과 학교 이야기는 물론 숙제도 봐주면서 정성을 다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바로 몇 년 뒤 빛을 발하게 됩니다. 1978년 모스버거는 매장 바로 맞은편에 맥도널드가 들어서는 위기를 맞았는데요. 고객들을 맥도널드에 뺏었기 기는커녕 고객들이 맥도널드로 가려는 지인들을 붙잡아 모스버거로 데려온 덕에 오히려 사상 최고의 매장 매출을 올리게 되죠. 사쿠라다는 "주민들이 가족 같은 가게가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라고 그날을 회상합니다.

사쿠라다의 두 번째 성공비결은 '차별 경영'이라 할 수 있는데요."맥도널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싸움판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 평소 사쿠라다의 생각입니다. 맥도널드와 같은 메뉴, 서비스로는 브랜드, 자본력, 인지도 등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에 일본인들의 식문화를 반영한 차별적 메뉴들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는데요. 듬뿍 뿌린 소스 위에 양파와 토마토를 풍부하게 올리는 것은 물론, 1973년에는 미소된장과 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넣은 데리야키버거를 선보여 돌풍을 일으킵니다. 고기의 맛을 중시하는 미국인과 달리, 재료들 간의 조화와 양념의 맛을 좋아하는 아시아인들의 특성을 살린 것이죠. 그러자 글로벌 메뉴만 고집했던 맥도널드도 결국 1989년부터 일본인의 식문화를 반영한 데리야키 버거를 판매하게 됩니다. 모스버거는 그 후로도 밥을 빵 모양으로 만들어 그 사이 닭고기를 넣은 모스 라이스버거,우엉을 넣은 우엉 라이스버거를 연속 출시해 햄버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선제공격, 사쿠라다의 필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성공 비결은'인재경영'입니다. 사쿠라다는 '회사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지 사물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사람을 소중히 대했는데요.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사원 교육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모스버거 창립 3년째인 1975년부터 점장들을 대상으로 4박 5일 하와이 연수를 보내고 있고요. 일본 내 각종 전문기관의 경영교육프로그램에도 직원들을 정기적으로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사쿠라다는 "직원 교육에 필요한 돈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지출하겠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한 명이라도 뭔가를 배우고 돌아와 모스버거에 귀중한 인재가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죠. 이는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인재를 교육하는 곳"이라는 사쿠라다의 기업관, 모스버거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재경영의 원칙이 깔려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모스버거의 창립자, 사쿠라다 사토시의 성공비결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정성 경영, 차별 경영, 인재경영 등 어찌 보면 경영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사쿠라다는 이야기합니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이다. 결코 중간에 실패하거나 도산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라고 말이죠.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교과서의 키워드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