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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안젤라아렌츠, 버버리 트렌치코트

biumgonggan 2021. 5. 29. 19:18

영화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 또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를 기억하신다면 여러분은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셨을 텐데요. 바로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트렌치코트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시나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트렌치코트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영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버버리가 그 주인공일 것입니다. 버버리는 그 역사만 156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트레디셔널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특히 트렌치코트는 영국의 궂은 날씨에 적합한 참호용 군복으로 개발되었던 것인데요. 누구에게나 보급되는 군복이 아닌 영국 장교들만을 위한 옷이었죠. 이것이 2차 세계대전 후 평상복으로 활용되면서 그야말로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패션산업은 트렌드 산업이라고 할 만큼 소비자의 선호와 시장의 변화가 급격한 산업입니다.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브랜드가 노후화되고 일단 소비자의 마음에서 멀어지면 좀처럼 생기를 되찾기 힘들죠. 버버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빠른 트렌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버버리는 2006년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 2%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적어내고, 매출 역시 경쟁업체인 LVMH(루이뷔통)에 1/12에 불과할 정도로 추락하고 맙니다. 오늘은 몰락해가던 영국의 자존심 버버리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킨 버버리의 수장, 안젤라 아렌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6년, 버버리의 CEO로 안젤라 아렌츠가 거론될 당시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 작은 마을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 상류층 문화를 접해보지 못하고 자란 아렌츠가 단지 25년 동안의 패션 경력만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CEO를 맡는다는 것은 미스캐스팅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녀가 취임한 후 버버리의 매출은 세 배 가까이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두 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버버리의 성공에 힘입어 안젤라 아렌츠는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그녀는 어떻게 추락하던 버버리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었을까요?

그 첫 번째 성공 비결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녀는 첫 임원회의를 생생히 기억한다고 하는데요. 참석한 60여 명의 임원 중 버버리를 입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군요. ‘만드는 사람들조차도 외면한 브랜드를 누가 돈을 내고 사 입겠는가’라며 그 당시 버버리의 현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안젤라 아렌츠가 택한 첫 번째 선택은 버버리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되찾기로 한 것입니다. ‘흔한 브랜드는 더 이상 럭셔리가 아니다. 버버리는 흔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 그 이상이 되어야 했다.’

그간 버버리는 브랜드의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면서 무분별한 상표권 남발로 각 나라별 상이한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버버리 스페인의 경우에는 대규모의 캐주얼한 제품들을 만들어내며 버버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내고 있었지요. 이런 경영방식은 기본적인 브랜드 관리뿐만 아니라 유통, 품질관리에도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었습니다. 안젤라는 우선 세계에 팔려나간 상표권을 재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본사에서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했지요. 특히 ‘도나 카란(donna karan)’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크리스토퍼 베일을 CCO로 임명하고, 한 명의 디자이너 아래에서 모든 제품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로써 세계 어디에서나 버버리다운 버버리를 만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다음으로 안젤라는 버버리를 대표하는 핵심 상품에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취임 당시 트렌치코트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20%가 안 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흔히들, ‘루이뷔통’이라고 하면 가방을, 까르띠에라고 하면 주얼리를 떠올리듯 ‘버버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 것이지요. 럭셔리 브랜드가 대부분 든든한 제품을 바탕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녀는 기존의 트렌치코트가 가진 낡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패션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된 트렌치코트를 선보이며 세계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아울러 전 세계 직영매장에 근무하는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트렌치코트를 제대로 판매하기 위한 교육도 시작했는데요.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트렌치코트는 우리를 가장 흥분시키는 아이템이며, 버버리의 아이콘이자 모든 의사결정의 핵심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젤라는 패션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IT기술과의 결합을 과감히 시도해 버버리의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자사 패션쇼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욕, 파리, 도쿄 등 다섯 개 도시에서 3D로 생중계했고, 이를 전 세계의 300여 개가 넘는 패션 관련 사이트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폐쇄적인 명품업계에서 컬렉션 모습을 인터넷으로 낱낱이 공개한 것은 버버리가 최초였지요. 또 2009년에는 소셜 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아트 오브 더 트렌치를 오픈하고, 소비자들이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진을 직접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그녀는 버버리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스토리의 힘을 믿었다며 젊은 층이 쉽게 접근해 '버버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러한 노력들로 '버버리'는 현재 세계의 그 어떤 패션 브랜드보다도 디지털을 통해 고객들과 잘 연결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 안젤라 아렌츠는 취임 후 줄곧 파격적인 모델 기용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해리포터의 여주인공 엠마 왓슨이었습니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고객의 연령과 소득 수준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한정하여 소통하는데 반해 그녀는 미래의 고객들인 청소년을 포함해 모든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야심 찬 포부를 실행에 옮긴 것이지요.

‘일단 무언가를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마라.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을 바치는 것은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어떠신가요? 안젤라의 용기와 뚝심이 느껴지시나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중산층에 시작된 안젤라의 뿌리와 매스마켓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버버리의 입지를 굳히게 한 바탕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지킬 것은 확실하게 지키고, 새로운 변화는 과감하게 시도한 그녀의 용기와 뚝심이 버버리를 가장 영국적인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