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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CEO는 직급이 CEO이긴 하지만 사장으로 불린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그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의 명찰에는 ‘Jim, employee since 1983' 즉, ’ 1983년부터 직원, Jim‘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집무실에는 문이 없어서 누구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는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첫 벨소리에 전화를 즉시 받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주 50여 통씩 고객들의 문의에 직접 답장을 쓰고, 매일 6번에서 12번씩 매장을 방문하죠. 그는 올해 76세로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났고 또 실제로 은퇴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회사를 위해 여전히 아낌없는 조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인물은 유통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코스트코 창업자 제임스 시네갈입니다.
제임스 시네갈은 1936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태어났습니다. 자식을 키울 능력이 없었던 어머니는 그를 고아원에 맡겼다가 11살 되던 해에야 찾아갔다고 하죠. 그때 어머니는 재혼을 한 뒤였는데요, 새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이 ‘Wright’가 되어야 했지만 새로운 아버지의 성을 따라 ‘Sinegal’이 되었죠.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유년시절을 거쳤지만 시네갈은 호기심 많고 성실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린 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경험 때문인지 일찍부터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장사가 그의 관심 대상이었는데요, 시네갈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마트였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소매 유통업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네갈은 대학 1학년이던 18세 때 미국 최초의 창고형 대형마트였던 페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마트 아르바이트는 단지 용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통업계의 구조를 바닥부터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이었죠. 이후 시네갈은 페드 마트의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리테일 사업을 하나하나 배워나갔고 수석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 후 신생 대형마트인 프라이스 클럽으로 이동해 1978년엔 프라이스 클럽의 부사장급인 EVP로 승진했죠. 마트 아르바이트생부터 임원까지 단계를 밟아 올라간 시네갈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83년, 그의 나이 마흔 일곱에 드디어 창업을 결행합니다. 코스트코가 탄생한 것이죠.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30년동안 ‘혁신적인 경영기법’과 ‘섬기는 리더십’으로 코스트코를 이끌며 시가총액 64조 원에 달하는 최고의 유통기업으로 성장시켰죠. 제임스 시네갈은 어떻게 작은 마트를 64조 유통기업으로 성장시켰을까요? 남들과 반대되는 생각으로 새로운 유통질서를 만들었던 것이 주된 이유로 보입니다. 보통 장사하는 사람들은 50달러짜리 물건이 잘 팔리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52달러에 팔 방법을 고민할 텐데요, 시네갈은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최초 50달러에 팔던 물건을 40달러로 낮추면서 어떻게 하면 38달러까지 더 낮춰 팔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이죠. 예를 들어, 창업 초기 대니시 쿠키 1파운드를 3~4달러에 팔았다면, 그 뒤 공급업체를 설득해 2파운드를 5달러에 내놓습니다.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내놓자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그다음부터는 공급업체들이 자발적으로 5파운드짜리 쿠키를 7달러에 팔자고 제안을 하죠.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팔겠다는 경영철학을 달성하기 위해 시네갈은 물품 종류를 줄이는 모험을 단행했습니다. 월마트가 14만 가지의 상품을 취급하는데 비해 코스트코는 단 4,000여 가지의 물품만 취급한 것이죠. 대신 양질의 제품만을 취급합니다. 소품목에 집중하다 보니 품목당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더욱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연초 현금으로 받는 연회비 모델도 규모의 경제를 위한 최적의 선택입니다. 매년 초마다 두둑한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현금을 기반으로 공급업체와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 한 국가에서는 1개 업체의 카드만을 사용하도록 해 카드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도 낮췄습니다.
코스트코 본사 로비에는 입점을 원하는 수백 명의 제품 공급업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코스트코에 물건을 공급하면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죠. 이들은 1,000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요, 코스트코의 요구는 1층 벽에 걸린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품 공급자들에게 : 어떤 비판과 조언도 환영합니다. 다만 최대한 낮은 가격의 품질 좋은 제품을 부탁합니다.” 시네갈의 철학이 담긴 부탁이죠. 시네갈은 제품을 싸게 공급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이익을 많이 취하는 것은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오직 ‘15%의 마진율만 남긴다’가 코스트코의 핵심 경영철학인 이유입니다. 제품을 싸게 공급받는 대신 가격은 최대한으로 낮추어 매출이익률을 15%로 유지하고, 마케팅이나 광고 활동을 최소화해 영업이익을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코스트코 방식인 것이죠. 시네갈은 인터뷰에서 “매출이익율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하는데 적당한 내 나름의 기준이다. 그 이상 이익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이 사라지고, 조직 전체가 탐욕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고객은 떠나고 기업은 낙오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죠.
2% 영업이익률은 업계에서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제임스 시네갈은 재고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차별화해 왔습니다. 즉 1년에 재고가 평균 13차례 소진될 정도로 끊임없이 팔아 치우는 ‘제로 재고’ 전략을 통해 자본 운영을 효율화하면서 끊임없이 생동하는 기업으로 차별화 해 온 것이죠. 코스트코는 미국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종업원을 주주보다 중시하는 시네갈의 경영마인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스트코는 종업원에 대한 대우가 좋기로 유명한데요, 계산대 직원의 연봉은 5만 달러를 상회하고 건강보험료도 상당 부분 회사가 부담해줍니다. 때문에 월마트 직원들은 연봉의 25%를 건강보험료 같은 의료비로 지출하지만, 코스트코 직원은 연봉의 8%만 내죠. 직원 정년도 없어서 매장에는 60~70세의 ‘정정한 노인’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고요,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직원 해고, 삭감은 없습니다. 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운 기간에도 마찬가지였죠. 제임스 시네갈은 “적자가 나더라도 직원들에게 가는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철학”이라고 말합니다. 고객과 직원을 위하는 시네갈의 경영철학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