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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애플 스티브잡스 이야기

biumgonggan 2021. 5. 23. 18:17

스티브 잡스, 특별히 창조가로서 그의 성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잡스는 매사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투병 중에도 투덜대고 짜증내는 기질을 버리지 못했죠. 병원에서 의사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하자 잡스는 그걸 벗겨냈습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겁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마스크를 여러 개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그의 아내가 다독여서 겨우 마스크를 씌웠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불만스러워한 이런 태도가 그를 혁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불만이 애플에서 잡스가 만들어낸 혁신의 원천이었습니다. 기존 제품에 대한 불만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게 만들었고, 기존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째서 그런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불만은 문제 발견을 쉽게 만듭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불만이 없으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왜 이것밖에 못해” 라고 불만스러워해야 뭐가 문제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적당한 불만과 분노는 두뇌를 활성화시켜서,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보게 만든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이와 관련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세 그룹으로 나눠진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기록하게 해서, 화, 슬픔, 중립적인 감정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정해진 시간 동안 환경보호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했는데요, 화난 감정상태에 있던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더 많이 냈고,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했으며, 더 독창적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수동적 감정인 슬픔이나 걱정은 사람을 움츠러들고 조심스럽게 만들지만, 적극적인 감정인 불만이나 분노, 화는 기분을 활성화시키고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 환경을 불확실하게 보지 않고 주도적인 태도를 갖게 합니다. 이런 마인드로 인해 주변 상황을 분석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영역을 넘나들며 관심을 확장시킨다는 것입니다. 사고의 체계성은 떨어지지만 시각이 넓어져 다른 것을 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원래 잡스는 애플의 컴퓨터인 맥의 판매 증대에 관심이 있었지 MP3 플레이어를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편리한 음악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니, 시중에 나와 있는 MP3 플레이어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메모리가 부족했고 버튼을 몇 번씩 눌러야 하는 복잡한 사용법이 너무나 불만스러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불편함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지만 화가 난 잡스는 문제점을 쉽게 발견했습니다. 애플을 도약시킨 아이팟은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됐습니다.

둘째, 불만은 높은 목표를 갖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해결책도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왜 이것밖에 못해” 라는 불만은 “나라면 더 잘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즉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남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에 대한 기대나 목표 수준이 더 높고 구체적이라는 얘깁니다. 목표가 높을수록 동기부여가 잘된다는 게 조직심리학의 정설이죠. 창의성을 높이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 새로운 것을 보거나, 끈기를 가지고 새로운 생각을 도출해내고야 마는 방식이죠. 유연성은 문제를 발견하게 하고 끈기는 문제를 해결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근성 있는 사람에게는, 불만이 높은 목표를 만들고 끈기를 키워 창조로 이어지는 성과를 얻게 합니다. 다행히 잡스는 근성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용이 편리한 아이팟을 출시했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당시 인터넷에서 좋은 음원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튠즈 스토어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음원을 손쉽게 다운로드하여 즐기게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음반회사와의 계약이었습니다. 잡스는 1년 반 동안이나 음반업체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습니다.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그들의 사무실 소파에 드러누웠습니다. 결국 아이튠즈 스토어를 출범시켰고 아이팟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셋째, 불만은 차별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왜 이것밖에 못해” 라는 불만은 “나라면 다르게 할 텐데”라는 식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더 잘하기 어려울 때, 다르게 하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잡스가 그랬습니다. 잡스가 컴퓨터 기술을 몰랐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는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몰랐습니다.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실리콘밸리에서 자랐고, HP에 다니는 엔지니어가 살았던 옆집 차고에서 전자제품을 조립하며 놀았는데 말입니다. 학창 시절 수학을 잘했고 컴퓨터 마니아들과 쭉 교류했는데 어떻게 컴퓨터 기술을 배우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초창기 잡스의 단짝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생각하면 이 의문은 풀립니다. 분노와 불만투성이였던 잡스는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습니다. 워즈니악은 어려서부터 미국 과학경시대회를 휩쓴 천재입니다. 잡스는 컴퓨터 기술로는 워즈니악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단번에 알아봤을 겁니다. 프로그래밍을 아무리 잘해봤자 2등밖에 못한다고 생각했죠. 이때부터 컴퓨터 기술에 관심을 끊고 디자인에 몰두했습니다. 잡스의 이런 기질은 애플의 전략에도 나타납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애플은 치열한 경쟁보다 차별화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주력 제품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후발업체와 경쟁하지 않고 새로운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경영 대가 톰 피터스도 일찍이 불만의 효과를 알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혁신의 유일한 원천은 짜증내고 화내는 사람이다. 화내는 사람은 익숙한 것에 길들여지지 않고 분노한다. 이때의 분노가 변화를 향한 에너지가 된다.” 불만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쁜 게 아닙니다. 일단 조직 내에서 불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십시오. 감춰진 문제가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되고, 불만이 단순한 불평불만으로 끝나지 않고 발전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인도해야 합니다. 불만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다른 제품과 다른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