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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7일, 아이콘 에이 파이브라 불리는 경비행기 하나가 멕시코만 근처를 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수색이 이뤄진 한 참 뒤 바다에서 비행기 잔해물이 발견됐습니다. 경비행기를 운전하고 있던 조종사의 이름은 로이 할러데이.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 노런과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 로이 할러데이였습니다. 메이저리그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할러데이는 그저 뛰어난 기록을 남긴 투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선수, 아니, 그에 앞서 모범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할러데이는 199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라는 팀에서 데뷔했습니다. 통산 203승 105패, 평균자책 3.38. 다승왕 2번,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2번 수상했습니다. 훈련에 있어 가장 모범적인 선수였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촉망받는 2루수 체이스 어틀리는 스프링캠프 때 누구보다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선수였습니다. 어틀리의 훈련 시작 시간은 새벽 5시45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러데이가 트레이드돼서 필라델피아로 오자, 어틀리는 2등으로 밀렸습니다. 어틀리가 운동을 위해 출근했을 때 할러데이는 이미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취재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할러데이는 "내일 아침이 어떨까요?"라고 말합니다. 그 기자가 "좋습니다. 몇 시쯤이 좋을까요?"라고 말하자, 할러데이는 "7시쯤이 좋다"라고 말합니다. 아침운동이 대개 6시 30분쯤 끝나는 게 이유였죠. 그 기자는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고 훈련장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부터 훈련을 할까요? 흔히 말하는 것처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먼저 잡기 때문일까요? 할러데이는 대답합니다. "뭔가 좋아하는 일이 있어요. 그럼, 그걸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재밌겠어요?" 사랑에 빠지면, 상대를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운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그냥 야구를 사랑하기만한 선수가 아닙니다. 마운드에 오르면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싸움닭이 됐습니다. 2010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6이닝 2 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1승 3패로 뒤져있던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습니다. 그저 그런 기록이지만, 사실 대단한 성적이었습니다. 할러데이는 2회 공을 던지다가 사타구니 근육 부상을 당했습니다. 한쪽 다리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한쪽 다리로 버티면서 공을 던졌습니다. 팀이 공격을 할 때는 얼른 웨이트 트레이닝룸으로 가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부상 부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였죠. 자전거를 타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또 올라가 공을 던졌습니다.
야구를 사랑했지만, 할러데이는 야구보다 팀을 더 사랑한 선수였습니다. 2010년 할러데이는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합니다. 27번 타자를 만나 안타도 볼넷도 하나 안 주고 완벽한 경기를 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모든 공을 포수 카를로스 루이스에게 돌렸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퍼펙트 경기를 달성하면 투수가 기념 시계를 만들어 주변에 돌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할러데이도 기념시계 60개를 만들었습니다. 명품으로 평가받는 보메 메르시에 시계 뒷면에 경기 날짜와 스코어, 받는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따로 새겼습니다. 그리고 한 줄을 더 넣었죠. "우리 모두가 이걸 함께 해냈어요. 고마워요. 할러데이로부터."
2011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는 최강의 선발진을 갖게 됩니다. 할러데이를 비롯해 클리프 리, 로이 오스왈트, 콜 해멀스 등 다른 팀에서 에이스로 평가받는 투수 4명이 모였습니다. 다들 '판타스틱 포'라고 불렀죠. 미국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이들을 주인공으로 표지 사진을 찍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화보 촬영을 위해 선발 투수들이 모였습니다. 그때 할러데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팀 5 선발 조 블랜튼이 함께 하지 않으면 촬영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이죠. 같은 선발 투수인데 한 명을 빼고 4명만 한다는 건, 그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표지 기획은 5명으로 바뀌었습니다. 할러데이는 나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실천한 선수였습니다.
자연스레 팀의 리더가 됐습니다. 할러데이가 뛰던 토론토는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2010년 필라델피아 이적 뒤 처음으로 디비전시리즈에서 이기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습니다.할러데이에게 가을 야구 첫 시리즈 승리였습니다. 팀 동료와 후배들은 할러데이가 라커룸에 들어올 때까지 샴페인을 따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가 왔을 때 파티가 시작됐습니다. 제이슨 워스는 "그가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본 적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보지 못한다는 게 더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야구를 사랑했고, 팀을 사랑했던 선수지만, 그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할러데이는 2010년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상 몇 안되는 포스트시즌 진기록이었습니다. 역사적인 대기록을 달성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였습니다. 할러데이는 먼저 두 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내일 저녁 아쿠아리움에서 둘째(라이언) 생일파티를 하자." 그는 기자회견에서 "두 아들이 꿈을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아빠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토크쇼 출연 요청은 아들의 생일 파티 때문에 거절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일을 사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을 사랑하는 것보다 팀을 사랑하는 게, 팀을 존중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 그게 바로 세상을 떠난 로이 할러데이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게 아닐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