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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페이스북 사용하시나요? 아마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계정은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오늘날 페이스북은 전 세계인들이 활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선두주자니까요. 그런데요, SNS의 선두주자는 사실 한국이었습니다.싸이월드 기억하시죠? 2002년 한국의 싸이월드가 내놓은 미니홈피는 그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2006년까지 한국인의 25%가 싸이월드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합니다. 사용자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미니홈피를 창의적으로 꾸몄습니다. 페이스북이 200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니까 한국인들은 그보다도 일찍부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요, 불행히도 싸이월드에는 글로벌 비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어판 출시가 너무 늦었죠. 영어판을 위한 투자는 최소에 그쳤고 능력 있는 외국인을 채용하는 데도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싸이월드는 2010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죠. 그리고 몇 년 후 세계가 가장 애용하는 SNS는 페이스북이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페이스북도 이대로 가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인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지 문화의 필요에 제대로 부응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단일 형태의 서비스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두루두루 통한다는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저는 '한국이 다시 SNS 강국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면서 조선시대 '사랑방' 문화에 매우 흥미를 느꼈습니다. 사랑방은 잘 아시는 것처럼 선비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집 한 곳에 마련한 방인데요, 제가 주목한 것은 이 사랑방의 기능입니다. 유교 사회에서 사랑방은 지적·문화적 교류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학문을 논하고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곳이 바로 사랑방이었으니까요. 이 사랑방이 한국 고유의 사회 네트워킹 방식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한국에만 있는 사랑방의 역할을 SNS 무대로 확대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사랑방 SNS'를 만드는 것이죠.
오늘날 한국 사람들은 사랑방 문화가 담고 있는 수준 높은 지식 교류의 가치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는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플랫폼으로 '사랑방 SNS'를 재탄생시키면 한국이 세계 SNS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SNS 문화와 사랑방 문화를 어떻게 접목시키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사랑방 SNS를 최고의 인재들이 사회의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세상을 개선시키는 진지한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지식이나 기술을 교류하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주고받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는 도구 정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랑방 SNS는 이런 신변잡기적인 SNS 도구가 아니라 지식 교류의 장으로 차별화하는 것이죠. 사랑방에 구글 같은 강력한 검색 엔진이 포함된다면 사용자들이 전 세계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비정부기구(NGO) 활동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미국·중국·일본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 학생들을 찾아내 창업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랑방 검색엔진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지역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플랫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홍수 문제를 안고 있는 충남의 어떤 농촌 마을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아이오와의 타운을 찾아내 공동 연구에 착수한다면 양쪽 지자체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겠죠. 사랑방 SNS에 고도의 기록 보관 기능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생성한 문헌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뛰어넘는 지식 교류의 집합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세계 각국 사람들이 체험한 사회·경제·환경 등 다양한 문제와 그 해결 경험을 배우고 성공 사례를 공유할 수 있겠죠. 더 나아가서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사랑방 SNS가 정부나 교육기관이 세미나를 개최하는 수단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이죠. 사랑방 웨비나(webinar,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에 모인 전문가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새로운 연구 파트너와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랑방 SNS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번역 서비스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웨비나에 모인 전문가들이 코멘트를 글로 적으면 이를 번역해 주는 것이죠. 저는 SNS 혁명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이 그 주도권을 잡고 세계의 새로운 SNS 표준을 창조하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