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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세계 수제 맥주 1위, 브루독

biumgonggan 2021. 5. 16. 15:12

전 세계 수제 맥주 1위 기업! 영국 최고의 수제 맥주 기업! 맥주계의 스타벅스로 불리며 사랑받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브루독입니다. 브루독은 2007년 창업 후 1년이 지난 2008년 테스코의 맥주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맛을 인정받았고,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십 년 만인 2018년 매출 약 1천4백억 원을 돌파하고 자산가치 1조 원을 인정받았는데요. 시작할 때 2명이었던 종업원 수도 1000명 가까이 늘었으며, 브루독 맥주를 판매하는 직영 맥주 바도 전 세계 50개 이상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놀라운 ‘브루독’의 혁신적인 성장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브루독은 양조를 뜻하는 브루와 개를 뜻하는 독이 합쳐진 이름입니다. 브루독의 창업자 마틴 디키와 제임스 와트는 2007년 스코틀랜드 북동쪽 작은 마을에 약 4천4백만 원의 돈을 가지고 맥주 양조 사업을 시작하는데요. 목표는 단 하나 “사람들이 수제 맥주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영국 맥주시장은 전통이라는 명분하에서 기존의 맛과 제조 방식을 고수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맥주는 크게 효모를 가라 앉혀서 발효시킨 라거(lager)와 효모를 뛰어놓은 채 발효시키는 에일(ale)로 나누어지는데요. 영국 전통 수제 맥주는 에일이고 이중에서도 향을 내는 홉(hop)을 적게 쓰는 페일 에일이 주류죠.

브루독은 페일 에일이 주류인 영국 시장에서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다양하고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맥주를 선보입니다. 우선 브루독의 지금을 있게 만든 것은 펑크 정신을 내세운 기상천외한 마케팅을 꼽을 수 있는데요. 펑크족을 자처하는 두 창업자는 ‘맥주는 뻔하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남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기행을 벌이는데요. 자신들의 맥주에 대한 신념을 알린다고 하며 탱크를 타고 런던 시내를 활보하기도 하고, 더 작은 용량의 맥주잔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난쟁이를 앞세워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을 풍자하기 위해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를 풍자한 ‘Make Earth Great Again 맥주’를 출시하고 맥주 라벨에 북극곰과 싸우는 트럼프를 새겨 넣기도 했죠. 이밖에도 브루독은 남녀 임금차별을 반대를 상징하는 여성전용 맥주, 55도의 세계 최고 도수의 맥주 등 생각지 못할만한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는 기행을 보여왔습니다. 브루독의 이러한 기행과 특이한 맥주들은 어찌 보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내는데요. 얼핏 보면 단순 기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환경, 사회 등을 다루는 가치소비와 기성세대 문화에 대한 탈피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타깃’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대놓고 드러내기 어려운 주제들을 맥주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루독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계기를 만든 것입니다. 브루독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적 맛에 있습니다. 브루독은 지금까지 2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맥주를 선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60%가 대표 제품인 펑크 IPA 하나에서 나오고, 그밖에 데니 포니 클럽, 엘비스 주스 등 상위 3개 브랜드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 제품인 ‘펑크 IPA’는 전통적인 영국 맥주 맛에서 탈피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맛을 갖추고 있는데요. IPA 즉 인디아 페일 에일이지만 쓴맛이 적고 오렌지, 자몽 향을 갖추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도 5% 정도로 청량하고 목 넘기면 좋아 라거 맥주에 가깝죠.

브루독은 펑크를 지향하여 높은 도수나 특이한 맛을 가진 제품도 출시하지만, 실제적인 주력상품은 유럽의 다른 국가나 미국 등 더 큰 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품입니다. 결국에는 기존의 일반 맥주를 생산하는 대기업과 유사한 대중적 시장 공략하면서 대량생산체계를 갖추고, 수제 맥주회사만 가능한 팝업 상품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브루독의 성공요인이라고 한다면 맥주 자체가 아닌 문화를 상품화하는 전략입니다. 브루독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50여 개의 직영 펍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루독은 창업 후 3년 만인 2010년 영국 애버딘에 처음 펍을 열고 그 공간의 남성들의 스타벅스라고 불린 만한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었는데요. 맥주 덕후를 직원으로 채용해서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맥주를 추천할 수 있게 했고, 한국 치맥에 해당하는 맥주 페어링 음식 ‘매운맛 버거 파이 어이터’를 판매합니다. 또한 맛없는 타사 맥주를 가져오면 브루독 맥주로 바꾸어 주는 등 재미난 행사를 하기도 하고, 매장 한쪽에서는 브루독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죠. 한마디로 맥주회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자신들의 맥주와 문화를 판매하는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 문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것이죠.

브루독은 사실 이제는 소형양조장 맥주를 의미하는 수제 맥주 회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게 성장한 것 같습니다. 미국과 유럽에도 양조장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브루독은 자신들을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수제 맥주라고 말하면서 여전히 새로운 기행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