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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벨기에 대표음식, 홍합요리

biumgonggan 2021. 5. 15. 17:08

우리나라 홍합탕을 참 좋아하지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몸값 높은 홍합탕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벨기에 홍합탕인데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홍합 요리의 신세계를 열었다’고 할 정도로 극찬을 쏟아내는데요. 도대체 벨기에의 국민음식, 홍합탕은 무엇이 특별할까요?

벨기에는 홍합요리가 참 많습니다. 와인 홍합 찜, 치즈 홍합구이, 홍합 크림 그라탱 등이 대표적인데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물르 프리트(moules-frites)’로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 홍합탕입니다. 벨기에 홍합탕은 조리법이 특별할까요? 일단 조리용 화이트 와인을 베이스로 작은 양파인 샬로트와 쪽파 대신 파슬리, 그리고 버터로 요리한 후 마늘로 간을 합니다.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참 먹기가 좋은데요. 요리법과 재료가 다르니 맛이야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겉보기에는 우리 홍합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벨기에의 홍합과 감자에는 한 가지 사연이 있습니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었던 철저한 서민 음식이라는 건데요. 진작부터 홍합을 말려서 요리에 활용하기도 하고 정조 임금처럼 인삼과 홍합 넣고 끓인 인삼 홍합, 삼합 죽을 보양식으로 먹었던 우리나 동양과는 달리 유럽에서 홍합은 그저 배고픈 바닷가 마을에서 양식이 떨어졌을 때 빵 대신 먹었던 가난의 상징이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유럽에서는 어패류 중에서는 굴을 최고급으로 여겼기 때문인데요. 고대에는 로마 황제가 찾았던 별미, 근대에는 귀족과 부자가 즐겼던 식도락 대상이었죠. 반면 홍합은 어부가 먹는 굴이라고 해서 옛날부터 부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홍합으로 끓인 벨기에 홍합탕이 어떻게 국민음식이 됐을까요? 홍합탕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바닷가에서 그다지 가깝지도 않은 곳인데요. 400년 전인 16세기 후반, 브뤼셀에 운하가 건설되면서 멀리 떨어진 앤트워프 항구를 거쳐 북해까지 바닷길이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평소에는 북해의 풍부한 수산물이 들어와 먹고사는 형편이 나아졌지만 해마다 겨울이 되면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시련이 닥쳤는데요. 바다와 뱃길이 얼면서 값싼 생선 공급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겨울철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식이 바로 벨기에 홍합탕과 감자튀김인데요. 바다가 얼어서 잡히지 않는 생선 대신에 북해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홍합을 따서는 얼어붙은 수로를 통해 날아와 모자라는 양식 대신에 끓여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가축 사료로나 쓰던 감자를 생선처럼 가늘게 썰어서 기름에 튀겨낸 것이 바로 감자튀김, 프렌치 프라이즈가 만들어진 유래인데요. 이름은 프렌치프라이지만 그 기원이 프랑스가 아닌 벨기에라고 주장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튼 서민들이 먹던 홍합탕의 요리법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벨기에의 국민음식 물르 프리트, 홍합탕과 감자튀김은 육지와 바다에서 나오는 가장 싸구려 음식 두 가지가 합쳐져서 반전의 명품 요리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요. 홍합탕과 감자튀김이 벨기에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프랑스와 덴마크, 영국에서도 서민들은 옛날부터 홍합탕으로 겨울을 났는데요. 왜 유독 벨기에 홍합탕만 세계적인 음식으로 유명해지게 됐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 중 먼저 벨기에를 찾는 관광객이면 반드시 들린다는 100년 넘는 역사의 홍합요리 전문점, 쉐레옹(Chez Leon)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홍합요리를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홍합탕의 원조는 벨기에라는 것을 보여주는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벨기에 홍합탕이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브뤼셀이 유럽 연합의 수도가 된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도 하는데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고 방문하는 과정에서 벨기에 와플과 함께 홍합탕 같은 음식이 명성을 얻게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어느 한 가지 만을 이유로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혹시 벨기에의 명물, 오줌싸개 동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한 것, 하지만 직접 보면 정말 실망스러운 것, 그런 줄 알면서도 안 보고는 못 배기는 것이 오줌싸개 동상인데요,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이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이지요. 가난한 서민이 눈물로 먹었던 위안의 음식, 포크 대신 껍질로 속살을 꺼내 먹어야 제 맛이라고 소문난 음식 등 벨기에 홍합탕을 특별하게 하는 양념, 즉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것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든 힘이 아닐까요? 평범해 보이는 것도 어떻게 포장하고 이야기를 만드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