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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확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까'란 이슈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00만 대, 2020년 250만 대를 넘어선 상황인데요. 이와 동시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2~3년 내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가 대량으로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요.
향후 5~10년 뒤에는 폐배터리만 수백만 개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폐배터리의 활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현재 폐배터리를 바로 폐기 처리하지 않고 다시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리유즈, 즉 재사용입니다. 폐배터리의 잔존용량을 활용해 에너지 저장장치라 불리는 ESS, 고출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골프카트, 전동휠체어 등의 배터리로 용도를 전환하는 방식이지요.
두 번째 방식은 리사이클, 즉 재활용인데요. 아예 폐배터리를 물리적?화학적으로 분해해 주요 원소재를 새로운 배터리 생산에 '리사이클'하는 겁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폐배터리 물량이 그리 많지 않아,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네 가지 환경요인이 변화하면서 폐배터리 소재 재활용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변화인 걸까요?
먼저,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어, 사업성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가 출시된 해는 2008년입니다. 벌써 10년도 전에 일어난 일인데요. 일반적으로 배터리 워런티가 8~10년인 점을 감안하면, 1세대 전기차의 폐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넌스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연간 판매대수는 2,600만대로 전망됩니다. 이에 발맞춰 폐기되는 배터리 규모도 급격히 증가해 연 17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요.
둘째, 배터리 핵심 소재의 채굴 과정에 대한 환경 및 인권 보호 압박이 계속 가중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미국 인권법률 구호단체인 국제 권리 변호사회가 콩고 코발트 광산에서 착취당한 아동들을 대신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미국 대형 업체들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처럼 콩고 일부 코발트 광산의 아동 노동착취, 파푸아 뉴기니 등 니켈 광산의 유해 부산물 유출 같은 이슈에 대해 소비자와 투자자의 감시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채굴 산업에 대한 압박은 향후 원소재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 있지요.
셋째, 전기차의 주요 소비국들이 폐배터리의 중금속과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해 폐배터리 리사이클 관련 지원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중국과 유럽은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업체에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의무를 법제화했는데요. 이들이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폐배터리 리사이클 업체를 선정하고,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요. 나아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앞세우는 만큼, 미국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넷째, 배터리 생산 비용에서 원소재 비용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배터리 생산에서 원소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20% 수준인데요.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0년 배터리 생산비용은 약 90% 하락했고, 2030년에는 여기에서 절반 이상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생산 공정이 개선되면서 생산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요. 바꿔 말하자면, 원소재 비용 비중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결국 배터리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는 낮은 비용으로 원소재를 조달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 될 것이란 이야기일 텐데요. 많은 기업이 원소재를 리사이클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변화 때문일까요? 현재 당장 수익성 확보가 어렵지만, 미래 사업기회를 위해 다양한 업체들이 폐배터리 처리규모 확대는 물론 리사이클 공정을 개발하는 등 폐배터리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IT기기 폐배터리 리사이클 업체인 중국 GEM과 일본 JX금속, 벨기에 화학업체 유미코어, 캐나다 스타트업 리사이클 등이 대표적인데요.
특히, 테슬라 공동 창업자이자 2017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를 설립한 JB 스트라벨은 최근 일부 소재의 리사이클에서 수익성 확보에 성공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업체들이 수익성을 점차 확보하면서, 2030년까지 폐배터리에서 12.5만 톤의 니켈과 수 만 톤의 코발트, 리튬, 망간 등 기타 소재를 회수해 배터리 업체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이슈들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네 가지 환경요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사업기회를 포착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