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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 실험에 이용된 토끼의 사진인데요. 사진 속 토끼는 3000번 이상 덧칠한 마스카라 때문에 눈이 짓물러진 모습입니다. 화장품 생산을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한 가학적인 실험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동물 실험의 비윤리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됐는데요. 이에 ‘비건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건 화장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건 화장품’은 ‘클루 얼 티프리’, 동물 학대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 ‘비건’, 즉 채식주의를 화장품에 접목해 동물성 원료의 사용까지 배제한 화장품을 말합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16년 이후 연간 약 6.3%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208억 달러, 약 25조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을 통해 ‘비건 화장품’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로레알은 1989년부터 동물 실험 중단을 위해 10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동물 실험의 대안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의 피부를 그대로 재현한 인공 피부조직 ‘에피 스킨’을 개발하여 활용 중이고요. 동물 실험은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더 나아가 동물성 성분까지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2018년에는 독일의 비건 뷰티 기업인 ’ 로고 코스 나투르 코스메틱‘의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로레알 소비재 부문의 알렉시스 대표는 로고 코스 인수로 인해 로레알이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 것은 물론, 비건 화장품 전문가를 확보한 만큼, 이에 기반해 향후 비건 화장품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60년 전통의 ‘닥터브로너스’는 창립 후 지금까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윤리적으로 얻은 비즈왁스를 사용한 ‘밤’ 제품을 제외하곤, 모든 제품에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품 내에 합성화학성분을 완전히 배제하고 또 승인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운 美 농무부(USDA)의 인증을 받은 유기농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용기 역시 100% 자연에서 분해되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등 대표적인 비건 화장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화장품 기업들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기존 제품들에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인데요. 이에 아예 ‘비건’ 라인업을 새롭게 갖춘 기업도 눈에 띕니다.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 ‘클라란스’는 2019년 초, 비건 스킨케어 컬렉션인 ‘마이 클라란스’를 선보였습니다. 프탈레이트, 파라벤, 설페이트와 같은 화학성분을 일체 배제한 것은 물론 화장품 일부 품목에 동물 실험을 의무화하는 국가에서는 아예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요. 뿐만 아니라, ‘클라란스’는 인도네시아 오지에 나무를 기증하는 ‘시드 오브 뷰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함께 부각해 비건 화장품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서 국내 스타트업 역시 비건 화장품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2018년 처음 등장한 스타트업 ‘멜릭서(melixir)’는 전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로부터 100% 비건 인증을 받았습니다. 동물성 스쿠알란 대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스쿠알란을 사용하고, 파라벤 등 화학방부제를 넣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제품 패키지 역시 플라스틱 대신 유리병을, 그리고 포장 완충재는 비닐이 아닌 옥수수 전분을 사용하는데요. 2019년 6월에는 단 8일간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800%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11년부터 비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는 ‘보나쥬르’는 사과에서 추출한 AHA 성분과 목화에서 추출한 천연 셀룰로스를 이용한 필링젤부터 루페올이 함유된 가지 추출물을 넣은 토너와 크림 등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현재 총 50여 개에 달하는 제품에 유럽 비건 인증을 받으면서 단일 브랜드 중 최다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습니다.
2018년 12월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을 ‘비건의 해’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제 ‘비건’은 산업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특히 화장품업과 같은 제조업은 매일 수많은 유행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등 트렌드에 민감하고 또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동향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겠죠. 비건 화장품이 단순 유행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것인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며 또 다른 사업 기회의 발판을 마련해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