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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예배당

biumgonggan 2021. 7. 30. 17:2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배당을 추천하라 하신다면 이 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클라우스 형제 예배당은 장인에 가까운 스위스 건축가, 피터쥼터의 작품입니다. 독일 쾰른 지역에서 남서쪽으로 50km 떨어진 아센 도르프 평원에 위치해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회색 콘크리트의 심볼릭 한 외관을 가진 탑과 같은 형태를 가진 건축이지만, 놀라운 것은 실내공간입니다. 122개의 길쭉한 원통형 목재를 빙 둘러 박아 세운 다음 그 위에 콘크리를 부은 것도 참 독특한 방식인데요. 나무 거푸집을 불로 태워 없앤 벽에는 거무스름한 옹이와 껍질 흔적이 고스란히 남게 했다고 하는데요. 불로 태우는 과정만 자그마치 3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검게 탄 내부 벽에는 그 무늬와 냄새를 통해 건축과정에서 존재했던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억을 더듬어 소리와 냄새 등 오감을 동원하여 창작의 상상을 펼쳐가는 피터쥼터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디자인들은 바로 빛이 있음으로 인해서 존재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벽면의 흔적들은 상부의 빛을 통해서 비로소 비쳐지게 되는데요, 빛의 존재를 알리는 행위를 그만의 특이한 조형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죠. 낱낱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성의 기억들이 원초적 자연과 만나면서 오묘할 정도로 표현이 되고 있는 것이죠.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또 다르게 나타나고 있죠.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가 건축을 통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가 있고, 그를 왜 장인과 같은 건축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1955년에 지어진 에로 사리넨이 설계한 미국 MIT 공과대학의 크레스지 채플에서는 독특한 방법으로 빛을 표현합니다. 원통형의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와 주위와 대비되는 벽돌 마감으로 인해서 캠퍼스의 중요한 오브제로서 인식되고 있는데요, 가장 특징적인 것은 깊이가 얕은 원형의 연못 중앙에 서있다는 점입니다. 하부에는 불규칙한 크기와 간격의 아치들이 파여있는데요, 외부에서 보면 이게 왜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데,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게 됩니다. 원통형으로 이루어진 외벽 아랫부분의 아치 안쪽에 사이를 띄워 허리 높이의 내벽을 쌓고 그 사이에 수평으로 유리를 끼워 넣고, 건물 주위에 연못물에 반사된 빛이 이 수평 창을 통하여 어두운 예배실 주위의 안 벽을 아래로부터 위로 희미하게 비칩니다. 이때 빛은 물에 반사되어서 굴국을 이루면서 벽에 어른거리죠. 여명처럼 비추면서 실내 전체를 에워싸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둥근 천장 하나로 내려오는 강력한 빛. 해리 베르또 아라는 이태리 출신의 디자이너의 작품의 수많은 금속 장들로 인해서 빛의 존재가 환상적으로 펼쳐집니다. 로마 판테온에서 느끼는 오묘한 빛의 향연을 다시금 연출하는 듯한 분위기인 것이죠. 비로소 이 빛이 있음으로 인해서, 133석의 그 공간은 존재감을 발하게 됩니다. 현재 있는 곳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높은지 등의 체감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이 공간은 더욱 엄숙해지고, 하늘과 맞닿은 듯한 상징성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종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는 것이죠. 이 빛이 주제가 되고 있기에, 더욱 건축의 형태는 단순 기하학적으로 표현을 한 것입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캠퍼스의 중요한 오브제가 된 것이죠. 꼭 크다고 해서 중요한 상징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주제가 있는 건축. 바로 우리가 원하는 건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클라우스 형제 예배당,크레스지 채플은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빛을 활용한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두 명의 거장은 왜 건축에 빛을 활용하였을까요? 건축이란 여러 형태로 그 자태를 뽐내기도 하고, 공간적 체험을 통해서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건축을 통해서 그 빛의 존재를 표현하는 경우는 어쩌면 자연을 가장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건축가의 욕망이 있지 않을까요? 르꼬르 뷔지에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건축이란 빛 아래에 모여든 입체의, 교묘하고 정확하고 장려한 희극이다.” 빛이란 고대 건축에서부터 현대건축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건축의 도구입니다. 건축을 통해서 자연의 빛을 표현하고, 그 빛의 존재를 통해서 인간은 자연 앞에서 숙연해지는 법이죠. 건축을 통해서 빛의 존재를 알게 해 주듯이, 굳이 내가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아도 누군가에 의해서 빛이 나는 법이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피터쥼터의 클라우드 예배당 내부(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