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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레알마드리드 지단 감독

biumgonggan 2021. 7. 30. 13:16

오늘은 우아함과 강력함을 겸비했던, 축구를 잘하는 사나이 한 명을 만나볼까 합니다. 지네딘 지단. 지단은 90년대 중반부터 10년 간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플레이메이커였고, 프랑스의 중심으로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우승을 이끈 스타플레이어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환상적인 발리킥을 터뜨리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지단의 감독 커리어는 그의 2006년 은퇴를 고려하면 꽤 늦게 시작됐는데요. 2013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코치로 지도자 업무에 뛰어든 지단은 2014년 6월 레알 마드리드 2군 클럽 감독으로 감독직에 데뷔했습니다. 그런데 데뷔 초기에 적합한 지도자 자격증 없이 팀을 지휘했던 것이 밝혀져 징계를 받는 우여곡절도 겪었죠. 그래서일까요? 지단이 2016년 1월 라파 베니테스 감독의 경질을 대체하는 레알 마드리드 1군 팀 감독에 올랐을 당시엔 부정 평가가 더 많은 쪽이었습니다. 2군 팀 감독으로도 그리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지단이 흔들리는 거함 레알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지단은 시작부터 괜찮은 출발을 했습니다. 우선 레알의 경기력이 이전보다 한결 좋아지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레알이 직면했던 각종 어려움들을 고려하면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시메오네가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리그 맞대결에서 패하긴 했지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승리하며 레알 팬들을 기쁘게 했고요,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는 볼프스부르크 원정에서의 0-2 패배를 슈퍼스타 호날두의 대활약에 힘입어 홈에서 3-0으로 뒤집으며 우승을 향해 전진했습니다.

 

시즌 중도에 흔들리는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단의 첫 시즌은 결국 레알에게 11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영광을 안겨주는 ‘대박’으로 귀결됩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고 이룬 이 우승으로 지단은 축구 역사상 일곱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쥔 사나이가 됐지요. 그러나, 이 우승이 지단의 평판을 완벽하게 끌어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적지 않은 축구팬들은 지단의 전술적 역량보다는 레알이 보유한 스타 선수들의 개인적 역량 및 다소간의 ‘운(luck)’이 우승의 원동력이라 믿었던 것이죠.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하늘이 낸다는 말도 있고, 일회성 우승 이후 그러한 퍼포먼스를 다시 재연하지 못한 감독들도 존재하기에, 이러한 평가에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 볼 여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한 번이라면 모를까, 세 번 연속이라면 어떨까요? 지단은 감독 첫 시즌 2016년 우승에 이어, 2017년 결승에서 유벤투스, 2018년 결승에서는 리버풀을 물리치고 3년 연속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 챔피언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지단은 역사상 유일무이한 챔피언스리그 3연패 감독에 등극하게 되는데요, 이는 2년 연속 우승 기록을 갖고 있던 페이슬리, 아리고 사키, 엘레니오 에레라, 벨라 구트만 등의 역사적 명장들을 한 방에 뛰어넘은 업적입니다. 또한, 두 시즌 반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지단이 들어 올린 트로피의 수는 모두 9개로, 이는 레알 마드리드 전체 역사에서 2위에 해당하는 트로피 숫자입니다. 전술적 역량을 의심받던 감독이 이뤄냈다고 하기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성과임에 틀림없는 것이죠. 호날두, 벤제마, 베일, 모드리치, 마르셀로가 포진한 레알이기는 하더라도, 사실 지단 감독 시절 레알은 다른 부자 구단들과 비교하면 거물급 선수 영입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단은 도대체 어떤 리더일까요? 지단은 펩 과르디올라 같은 천재형 이론가는 아니고, 알렉스 퍼거슨 같은 거대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하기도 어려우며, 조세 무리뉴처럼 시니컬한 심리전을 즐기는 전략가도 아니죠. 그러나 지단에게는 괄목할 만한 덕목이 존재합니다. 안첼로티는 지단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는데요, “지단이 이야기하면 선수들이 듣는다”는 겁니다. 이는 지단이 범접키 어려운 대선수 출신이기에 뿜어 나오는 아우라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 핵심적인 것은 선수 위에 군림하지 않고 제자들을 존중하며 친밀하게 대하는 지단의 태도 때문입니다. 지단의 세심하고 소탈한 소통은 트러블 많은 레알을 하나로 뭉치도록 했으며 경기력이 저하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지단은 종종 호날두의 골이 자신의 선수 시절 골보다 더 훌륭하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는데요. 매경기 출전해 골을 터뜨리고 싶어 했던 호날두조차 이러한 지단의 조언에는 뜻을 굽혀, 출전 시간을 줄이고 에너지를 비축한 후 결정적 순간 레알을 위해 공헌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단은 “나는 최고의 감독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최악의 감독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함으로 인해 나와 여러분이 얼마나 만족을 느끼는가이지요.” “나는 전술적으로 최고가 아닙니다. 하지만 나에겐 열정과 꿈이 있습니다. 그것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어쩌면 이러한 표현들이 그의 리더십의 일면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지단의 리더십은 “리더가 그룹의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을 고무시켜 모두가 최고가 되게끔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역대 레벨의 최고 선수’로부터 ‘최고의 선수들을 잘 다루는 감독’으로 성장한 지네딘 지단의 리더십으로 우린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자신만의 스타일로 우뚝 선 그의 힘이 무엇인지 잘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