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과거 한국인들은 조선·자동차·반도체·가전제품 등의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가지고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목표를 대부분 이뤘습니다. 한국은 이제 반도체 기술, 가전제품 생산, 자동차 제조 등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인의 능력이 이런 특정 기술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능력은 '산업발전 기획, 디자인, 제조, 마케팅, 판매를 위한 복합적·통합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이제 특정 제품이 아닌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기술들을 통합하는 능력' 그 자체가 패키지로 수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죠.
저는 앞으로 세계에서 큰 시장 중 하나는 성장 중심의 기존 도시들을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로 바꾸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공업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의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의 서구식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됐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공해 발생, 환경오염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중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도시들이 수도 없이 많아질 겁니다. 해결방법은 이들 도시를 수백만 명이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완전히 다시 건설하는 길 뿐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일 텐데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자신이 동일한 전환기를 거쳐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한국이 먼저 사람과 자연,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생태도시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국의 주요 도시들이 빠르게 생태도시로 전환된다면 한국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본 다른 나라들은 생태도시 구축에 한국의 기술을 사용할 것이며 한국은 신속한 아이디어 채택과 실행이라는 한국만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태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문화적인 부분과도 관련이 깊은데요, 이것도 한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생태도시는 지역의 생태적 다양성은 물론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텐데요, 이를 테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 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 생태공원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고 싶은 젊은이들이 SNS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고 공유돼 지역의 공연행사를 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활성화 되고 협업으로 조직화되면 그 지역 도시만의 문화가 되고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만큼 이런 네트워크 서비스를 잘 구축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페이스북보다 한 참 앞서 싸이월드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만든 나라가 바로 한국이니까요.
저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건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첨단 기술의 확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합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산업도시를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스킬 자체가 상품인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 지역들과 협업해 생태도시 건설 패키지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의 기술·행정·문화적 노하우를 결합해 동남아 어느 도시를 신속하게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겠죠. 물론 한국은 미래 시장을 예측해야 이런 전략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미래의 수요에 부응하려면 장기적인 계획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요, 한국은 이미 그런 장기적 계획으로 경제발전을 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한국인들은 허허벌판의 논밭을 바라보며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제품 제조의 거인이 된 한국을 상상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제 다시 꿈을 꿀 때가 됐습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 방향이 다른 것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