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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수많은 건축이 지어지고 없어지고 하면서 역사를 거듭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러한 도시의 역사 중에서 새롭게 지어서 그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기존 시설물의 재활용으로 인해서 보석처럼 빛나는 건축들도 많습니다. 뉴욕은 마천루의 도시로서, 영화의 배경으로 단골로 등장하게 되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뉴욕의 1900년대 초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지요. 시대의 켜가 잘 쌓인 뉴욕에서도 산업화되면서 바로 옛 철로길이 방치되게 됩니다. 이 철로 길은 이미 1847년 계획되어졌었고, 1934년에 드디어 20개 블록을 가로지르며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사이드에서 운행되던 1.45마일의 고가 화물노선이었습니다. 근대화 산업의 산물이죠. 이후에 점점 맨해튼의 도로망이 확충되고 트럭에 의한 수송이 증가함에 따라 철도교통이 쇠퇴하게 되는데요. 1980년 철도운행이 완전히 중단된 후 거의 20여 년간 방치되게 됩니다. 도시의 흉물을 철거하고 재개발을 하자는 사람들과 보존하자는 사람들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되었습니다. 재개발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인근 토지소유자였고요. 보존하자는 측은 정부에서 나온 것이 아닌 하이라인 친구들이라는 민간운동단체였습니다. 그들은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자는 취지 아래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며 하이라인 보존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결국 고가철도는 폐기가 아닌 보존 쪽으로 기울이게 되었는데요. 건축가의 손을 거쳐 재생하는 쪽으로 결정나게 된 것이지요.
뉴욕시는 FHL와의 협업을 통해 2003년 현상공모를 통해 무려 36개국 700팀의 설계안을 모으게 됩니다. 철로 길에 새로운 생명을 넣고 재생을 한다는 것에 많은 건축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죠. 이 중 제임스코너필드오퍼레이션과 건축가 딜러 스코피 디오+렌프로 팀 안이 당선됩니다. 총 계획기간 10년에 시공 3년에 거쳐서 3차례 단계별 준공에 따라 도시의 흉물이 지상과 분리된 보행자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녹지공간이 부족한 맨해튼에 새로운 개념의 철로 공원이 등장하게 된 것인데요. 허드슨강 마천루 근대 공장터를 바라보면서 어떠한 도로와 횡단보도도 만나지 않고 22개의 블록을 관통하는 근사한 지상공원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하이라인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지난 200년간 축척되어온 도시발전과정을 담은 하나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면면히 들여다보면 재생을 위한 건축가의 섬세한 배려가 숨겨져 있습니다. 교각은 보강공사로 외형을 유지하고, 고가에는 일정간격으로 철로, 침목, 철로시설물들을 보존하게 됩니다. 보도면의 디테일을 자세히 보면, 단단한 포장재료 사이에 식생이 자랄 수 있도록 하여,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는 콘셉트를 살립니다. 중간중간 마다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 놓았는데요. 벤치에는 바퀴를 달아 좌우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벤치 밑에 있는 선로를 보며 철도로서의 의미와 장소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산책길이 있는가 하면, 가장 인기 있는 일광욕을 위한 썬 덱이 나오고, 계단형식의 벤치 및 넓은 잔디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뉴욕 전경을 즐길 수도 있고 맥주 한잔을 하면서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라자도 있어, 휴식과 상업의 다양한 공간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공원에 식재된 210종의 식물 중 본래 하이라인에 자생한 160종의 야생초를 새로운 포장위에 그대로 식재를 하면서 유지관리비용을 최소화합니다. 즉 원래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자라던 야생초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죠. 야생초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며 그 장소를 나타내는 중요한 이미지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죠. 더욱이 처음 준공 되었을 때만 번듯하고 그다음 유지가 안 되어 노후화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미리부터 유지관리비용이 거의 안 들게 야생초를 그대로 두었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녹지공원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라인 공원 에몰리다 보니 공원 주위로 조형물과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게 되었고요. 유명 건축가들 역시 이 주변에 건축물을 지으면서 볼거리가 풍성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건축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의 IAC빌딩, 시게루 반이 설계한 콘도 등 이 구체적 사례라 할 수 있죠. 하이라인은 이제 맨허튼의 명물 센트럴파크만큼의 사랑받는 장소입니다.
전통적 개념의 공원인 센트럴파크가 오랜동안 뉴요커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하이라인을 통해서 콘텐츠가 있고, 모던함이 있고 지속가능한 생태적인 공원이 새로 생겨, 친환경 도시 공공디자인의 좋은 사례로 자리 잡게 되면서 계속 진화하는 뉴욕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철거 및 재건축이 아닌 재생을 선택하여 시간과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약한 가운데 성공한 케이스인데요. 무엇을 세울까 보다 바로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하이라인이기에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이러한 재생사례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바로 선유도 공원이지요. 선유도 공원은 한강 섬 선유도의 옛 정수장을 활용하여 국내 최초로 생태공원으로 재활용된 작품입니다. 건축가 조성룡과 랜드스케이프 디자이너 정연선의 합작품입니다. 기존의 정수설비를 그대로 살리며 공간에 변화를 주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리는 작업이 돋보이는데요, 기존 환경과의 소통, 생태로의 회귀 등의 개념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내부 전시공간에 대한 디자인 작업을 건축가 조성룡에 의해 다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선유도공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이라인은 철로길이 지상 공원화 되었다고 한다면, 선유도공원은 한강변의 정수장터가 생태공원으로 바뀐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우리나라 건축가 및 교수 30명을 대상으로 서울 최고의 건축물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기라성 같은 화려한 건축물들을 제치고, 선유도공원이 최고의 건축물로 뽑혔습니다. 사실 그렇게 내놓을만한 건축물도 없고, 옛 정수장자리를 생태공원화시킨 것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서 최고의 건축물로 뽑혔을까요? 파괴하지 않고, 있는 것을 그대로 살려서,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만들었다는 개념 자체를 높이 산 것이죠. 웅장한 규모, 수려한 디자인도 좋지만 역사의 켜를 살리고 보존하되 새로운 공간의 의미를 불어넣었다는 측면을 높이 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축분야에서도 꼭 부시고 다시 짓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건축을 함에 있어 새로 짓는 데에만 답을 찾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새롭게 짓는 것보다, 기존의 건축을 멋있게 재생하여, 새롭게 콘텐츠를 넣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창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세울 것인가 보다 먼저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 볼 때 보다 값진 건축을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