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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국면의 도시바

biumgonggan 2021. 7. 31. 10:39

일본의 대표 기업인 도시바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회계부정사건이 발각되어 경영위기에 내몰렸던 도시바는 그해 4,600억 엔의 손실을 계상하였지만 인력·사업 구조조정과 반도체 사업 호조로 경영이 회복되는 듯하였죠. 그런데 2016년 12월 갑자기 미국에서의 원발 사업이 거액의 손실을 낼 것으로 판명되면서 도시바는 지금 자본잠식 → 상장폐지 → 해체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도시바는 원자력 사업 확대를 위해 200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 주식 87%를 매수하였죠. WH는 원자력서비스 회사인CB&I 스톤 앤드 웹스타와 컨소시엄으로 2008년부터 미국에서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발 사고의 영향으로 발주 측이 안전을 중시하게 되면서 사양이나 납기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양사 간에 소송이 벌어졌습니다. 때문에 건설에 집중할 수가 없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요. 결국 2015년 WH가 매수액 제로로 S&W를 산하에 넣기로 하면서 소송 문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만, S&W의 손실액이 최대 7,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사건이 불거진 것입니다. 도시바는 2015년에 S&W의 인수로 약 100억 엔의 특별손실을 계상했지만 손실액이 이 정도로까지 클 줄은 몰랐다고 실토합니다.

2016년 9월 말 시점에서 도시바의 순자산은 6981억 엔이었다고 합니다. 만약 7,000억 엔의 손실이 현실화된다면 채무초과 상태로 빠지고 상장폐지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도시바는 회계부정사건 이후 도쿄 증권거래소로부터 지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모증자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일단 2월 말까지는 협조융자를 지속한다고 하지만 3월 이후에는 사업구조조정의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합니다. 2016년 12월 시점에서 도시바의 유이 자부채는 1조4천억 엔이라고 합니다.

사실 도시바는 회계부정사건 이후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TV·PC 사업을 분리하였고, 백색가전은 중국의 美的그룹에, 이미지 센서 사업은 소니에, 메디컬 시스템 사업을 캐논에 매각하였죠. 2015년도 4,600억 엔의 손실을 이들 사업의 매각대금으로 충당하여 겨우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시기에 이 사건이 터진 것인데요. 이제 거의 마지막 남은 캐시카우 사업은 플래시 메모리 사업입니다만 이마저 도시바 본체에서 떨어져 나갈 운명입니다.

지금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을 분사시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주식을 매각하여 자금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현재 HDD의 세계 수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로부터 출자 제안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단지 2사 합계로 세계시장점유율이 플래시 메모리 약 40%, HDD가 약 60%이기 때문에 독점금지법 문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여러 투자펀드로부터도 제안을 받고 있는데요. 또한 WH의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막대한 손실에다 원자력사업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매수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왜 도시바가 원자력사업에 집착하는가라는 것입니다. 사실 회계부정사건 발각 이후에도 일본의 미디어들은 계속해서 도시바의 원자력 사업 은폐 체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사업에 연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원자력 사업에 대한 집착이 있는 듯합니다. 도시바가 WH를 매수한 2006년에 히타치는 GE, 미쓰비시중공업은 프랑스의 아레바와 제휴하였죠.

"2030년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량이 전체 전력의 30~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비전 아래 일본의 각 기업들은 원자력 사업에 적극적으로 매달렸습니다. 후쿠시마 원발 사고로 일본 국내에서의 원발 증설이 어려워지자 이번에는 아베 수상이 슬로건을 내걸고 톱 세일즈를 전개하며 인도, 터키, 베트남, 영국 등 원발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만 그다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제계와 전력회사들 사이에서는 장래에는 원발 증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함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 정책에 부합하여 사업을 전개해 온 도시바로서는 원발을 포기할 수 없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도시바 사내에는 많은 원발 기술자들이 포진하고 있고 과거의 사업 성공 환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전략은 세계의 움직임과 역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도시바 사건은 우리 기업경영에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미숙한 내부관리 체제의 문제점입니다. 리스크 견적이나 자회사 감시체제의 문제점이 노출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태가 여기까지 오도록 방치한 경영진의 책임도 큽니다. 2016년 6월에 취임한 쓰나가와 사장도 12월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도시바가 원자력사업을 성역화하여 은폐해온 것이 문제를 키운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주력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도시바의 주력사업인 원자력 발전사업과 반도체 사업은 전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죠. 이번 도시바 사태로부터 기업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얻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