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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의 핫플레이스

biumgonggan 2021. 7. 30. 14:54

개발 중인 취리히 웨스트

아름다운 스위스 취리히에도 약 30년 전만 해도 매연을 뿜어대는 공장지대가 있었습니다. 조선소, 제철소, 맥주 양조장 등등 각종 중공업 공장들이 모여 있는 도시 서부 외곽 공업지대가 바로 그곳이었죠. 약 42만 평 대지의 이 지역은 스위스 서부에 위치하여 취리히 웨스트라고 불렸습니다. 1960년대까지 스위스 번영의 상징이었는데요, 점차적으로 인건비가 상승해 핵심 공장들이 점차적으로 해외로 이전하자 1990년 이르러서는 대부분 제조업 공장이 문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활기찬 일터였던 이곳은 폐공장, 허름한 저소득층 아파트 등만 남겨진 채 그대로 방치되고 맙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아름다운 도시 스위스 취리히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이에 취리히 시는 이 버려진 공장지대를 새롭게 변화시키기로 합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스위스의 핫플레이스로 변하게 되었는데요. 핫플레이스를 채운 건물 중 첫 번째, 시프 바우는 1860년대 지어진 증기선 조선소입니다, 샤우슈필 하우스(극장)가 공장을 매입을 하여 연극과 재즈 공연장 등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에는 이제 저녁이면 잘 차려입은 취리히 시민들이 고급 식사와 술, 그리고 공연을 즐기러 찾아옵니다. 변화의 시작이 된 것이죠. 한편, 조선소의 형태 내부를 그대로 살린 레스토랑 ‘라살', 재즈클럽 ‘더 무드’ 역시 취리히의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연도 관람하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더불어 아방가르드한 공간까지 즐길 수 있는 가치 있는 건축이 되었습니다. 시프 바우 바로 옆에 있는 복합공간 풀스 5(Puls5)는 제철회사 주조공장을 개조했는데요, 이번에는 건물 외관을 완전히 새로 고쳐서 얼핏 보면 새로 지은 쇼핑센터로 보이지만 넓게 뚫린 실내가 공장 건물이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각종 고급 상점들이 내부 가장자리에 입점해 있고, 중앙 넓은 공간에는 기획 전시를 주로 하는 전시공간을 배치했습니다. 1층 레스토랑 ‘그 뉘 세라이’는 옛 제철소였음을 보여주는 장소의 그대로의 콘셉으로 꾸며졌고, 오래된 설비와 작은 용광로를 식당 홀 가운데와 벽 곳곳에 그대로 남겨 두었는데요. 메뉴판과 음식 거치대 등도 모두 쇠로 만들어 철공소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1996년 설립된 미그로 현대미술관은 스위스 최대 유통회사 미그로의 예술지원 사업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 지역 양조장 뢰벤브로이 공장 건물을 사들여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죠. 이후로 현대미술관 쿤스트할레 취리히, 다국적 화랑인 하우저 앤드 위스 등 총 대여섯 개 갤러리들이 차례차례 입주 해 들어와 하나의 뢰벤브로이 예술단지가 완성되었습니다. 트렌디한 현대미술관들이 허름한 맥주 양조장에 입주하는 것 자체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전시라는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명소가 됩니다.

임 비아 둑 트라는 장터는 아치형 철도 교각이 차례대로 세련된 그래픽 디자인으로 번호가 매겨져 그 안에는 다양한 매장과 클럽들이 자리 잡아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그 수만 해도 50여 개가 된다고 합니다. 교각에는 다채로운 조명을 설치해있어 밤이 되면 그 분위기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취리히 웨스트 단지에 들어오면 다양하게 소비활동도 이루어지게 구성됩니다.

친환경 가방제작회사 프라이탁의 본사 사옥 겸 매장 건물은 컨테이너 상자 17개로 만들어졌습니다. 프라이탁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가방 브랜드인데요. 스위스가 자랑하는 기업이지요. 이 본사 프라이탁은 단순한 가방회사의 본사 건물이 아니라 독특한 건축 디자인 아이콘이자 취리히 웨스트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건물 구경을 하러 찾아올 정도입니다. 그런데요, 아무나 이렇게 컨테이너를 쌓아두면 랜드마크가 되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바로 프라이탁의 기업 내용이 있으니 가능한 얘기라고 보입니다. 프라이탁은 원래 컨테이너에 덮여있는 방수천을 보면서 비를 맞아도 괜찮은 가방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했지요. 그런 프라이탁의 창업스토리와 어우러져 컨테이너가 재활용되어 또 다른 프라이탁 건축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죠.

건축에서 비롯된 취리히스트의 놀라운 변화를 쭉 보셨는데요 낡은 공장 건축의 그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식당, 극장, 미술관, 쇼핑 등으로 변신했습니다.그런데 사실 산업현장이 이렇게 변신을 하는 경우는 전 세계 최근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히 취리히 웨스트 변신 속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사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공간을 재활용할 때 결국 문화와 소비가 이루어지는 콘텐츠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방문하게끔하고 , 소비하게끔 하고, 다시 오게끔 하는 기획이 아주 중요한 것이죠. 결국 뭐로 바뀌었다가가 아니라, 가장 적합한 콘텐츠 기획으로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부터 고민했다는 것이고, 결국 그 안을 채울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속속 입주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두번째 건축의 규모와 형태보다는 방문객의 사랑과 주목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랜드마크가 초고층이 아니어도 규모가 크지 않아도, 돈을 많이 들여짔지 않아도, 콘텐츠와 의미 , 스토리 등이 잘 복합된 결과물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 건축을 사랑하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산업유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용도를 달리하는 문화 및 상업시설을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 무엇으로 바뀐 결과적인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곳으로 바뀌었는가” 가 더욱 중요합니다. 랜드마크는 형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감동의 배가 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